[사설] 찬바람 제조업에 얼음물 끼얹는 매표 경쟁

입력 2025-04-1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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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주 4.5일 근무제 도입과 주 52시간 근로 규제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추진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주 4.5일 근무제 도입과 주 52시간 근로 규제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추진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체감 경기가 지하실 바닥을 뚫고 내려갈 조짐이다. 산업연구원이 16일 발표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1분기 시황 지수는 78로 전분기(84) 대비 하락했다. 매출 지수 역시 77을 기록해 전분기(87)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분기 대비 증가(개선)를, 0에 근접할수록 전분기 대비 감소(악화)를 뜻한다.

극적인 반등 계기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더 뼈아프다. 제조업계는 2분기에도 시황과 매출이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 시황(91)과 매출(95) 전망지수는 4분기 연속 100을 하회했다. 제조업체 10곳 중 4곳은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응답했다. 업계 전반의 무기력증을 절감케 한다. 봄꽃이 만개해도 시원치 않을 국면에 찬바람만 부는 격이다.

제조업은 우리 경제의 원동력이다. 산업 비중이 30년째 30%에 달할 정도다. 한국 수출의 엔진이기도 하다. 제조업 부진은 일자리 감소, 소비 위축, 경기 침체 등 악순환을 부른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실업률이 7% 중반대에 달해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1년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찬바람 제조업의 단면이다.

시장경제 수레바퀴가 어찌 구르는지 아는 국가는 좋든 싫든 제조업 육성과 지원에 방점을 찍는 법이다. 관세 폭탄을 터뜨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맞서는 중국도 제조업을 지키기 위해 충돌을 불사하는 것이다. 일본 또한 파격적인 특혜 보따리를 풀면서 해외 자본·기술을 유치하고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제조업에서 국부가 창출되고, 일자리가 나오니 다들 저렇게 열심이다.

우리 정치권은 딴판이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모양이다. 6월 조기 대선의 장이 서자마자 주요 정당, 선거캠프들은 앞다퉈 포퓰리즘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시장 원리에 정면으로 반하거나, 제조업 경쟁력에 얼음물을 뿌리는 수준의 저질 공약들이다.

국민의힘이 최근 내놓은 ‘주 4.5일 근무제’가 대표적이다. 앞서 2월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국회 대표 연설에서 ‘주 4.5일제’ 제안을 했다. 차이점이 없지는 않다. 국민의힘은 총 근로시간을 유지한 채 근로시간을 유연화하자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근로시간을 현재의 주 40시간에서 궁극적으로 32시간(주 4일제)으로 줄이자는 단계적 감축안이다. 씁쓸한 것은 내용상 차이에도 불구하고 둘 다 위험한 것은 매한가지라는 점이다. 생산성 저하와 비용 상승으로 제조업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정치권은 ‘정년 연장’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가 경제를 살리려면 진정 급한 것은 고용 경직성 해소 논의다. 그러나 정치권은 해야 할 논의는 운도 떼지 않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논의만 골라서 한다. 찬바람 제조업에 얼음물을 끼얹는 행태도 주저하지 않는다. 권력만 보이고 민생은 안 보이는 것인가. 기가 찰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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