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에 명품업체 톱 자리 빼앗겨
미·중 무역전쟁에 럭셔리 제품 수요 부진 심화
에르메스, 초부유층 대상 희소성 전략 효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증시에서 LVMH 주가는 전일보다 7.82% 급락해 시총이 2440억 유로(약 395조 원)로 마감했다. 같은 날 에르메스는 0.21% 상승하면서 시총이 2486억 유로로 집계됐다.
이로써 에르메스는 프랑스 증시 벤치마크 CAC40 지수 종목 중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도약했다. 또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에 이어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상장기업이 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000년 이후 LVMH가 줄곧 명품업체 1위 지위를 유지해왔으나 이날 26년 만에 빼앗겼다고 분석했다.
LVMH 주가가 폭락한 것은 1분기 실적이 예상을 밑돈 데 따른 것이다. 루이뷔통·티파니앤코·태그호이어·불가리·돔 페리뇽 샴페인 등 명품 브랜드를 소유한 LVMH는 전날 1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측치 2% 증가를 벗어난 것이다. 특히 가장 큰 사업부인 패션·가죽 부문 매출(환율 등 외부요인 제외)이 5% 감소했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에서 3%가 줄었고, 중국 등 아시아는 11% 감소했다. 블룸버그는 도널트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심화시킨 미·중 무역전쟁으로 명품 판매 부진이 더욱 심화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호황을 누린 글로벌 명품 시장은 중국 경제 둔화의 여파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월 들어서며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에르메스는 17일 분기 매출을 발표할 예정이다.
LVMH의 기업 가치는 소위 ‘복합기업 할인 효과’로 불리한 측면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LVMH는 루이뷔통처럼 수익성이 높은 브랜드도 있지만, 세포라나 태그호이어 등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거나 성장성이 불확실한 브랜드도 함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일 브랜드 기반인 에르메스와 차이가 크다.
에르메스는 철저하게 초부유층을 대상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독점성과 희소성을 정교히 관리해 경쟁사보다 명품 제품 수요 둔화를 잘 견뎌내고 있다고 평가가 나온다.
가령 영국의 가수 겸 배우인 제인 버킨의 이름을 딴 버킨백이나 미국 배우이자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에서 영감을 받은 켈리백은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돈다. 이들 가방은 파리에서 약 1만 유로에 판매되며, 중고시장에서는 훨씬 더 비싸게 팔린다.
모닝스타의 옐레나 소콜로바 애널리스트는 “에르메스는 불확실성이 큰 특정 환경에서 더 회복력이 강한 데 반해 LVMH는 상대적으로 경기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LVMH는 지난해 매출은 847억 유로, 영업이익은 196억 유로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에르메스는 매출 152억 유로, 영업이익 62억 유로를 올렸다.
한편 모건스탠리(740→590유로)와 JP모건체이스(650→610유로)는 이날 LVMH의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LVMH의 이날 마감가는 488.65유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