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가스키" 외치고, 드럼통 들어가고…'밈' 겨루는 경선 레이스, 승자는? [이슈크래커]

입력 2025-04-1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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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공식 유튜브, 나경원 의원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공식 유튜브, 나경원 의원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D-48.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48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15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의 경선 후보 등록이 마무리되면서 치열한 경선 레이스도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는데요.

민주당에선 이재명 전 대표의 '1강 독주' 체제 속에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3파전이 열립니다.

그런가 하면 국민의힘에서는 11명이 경선 후보로 등록, 서류 심사를 거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양향자 전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가나다 순) 등이 1차 경선 진출자로 확정됐죠.

양측 모두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인데요. 경선 구도가 확정되자마자 각종 밈(meme)을 활용한 콘텐츠도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계정 해킹당한 것 아니냐"는 웃음부터 "이런 것으로 표심을 잡겠냐"는 아리송한 반응까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밈 홍보전의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요? 또 실효성이 있을까요?

▲(출처=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X 캡처)
▲(출처=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X 캡처)

이재명→안철수…각종 밈 활용한 콘텐츠 봇물

14일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의 공시 X(옛 트위터) 계정에는 짧은 글 하나가 게재됐습니다. "주문하신 사진 찵여왔습니다"라는 글에는 이 후보의 프로필 사진이 함께 담겼는데요. 이 후보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MZ하다"는 호평이 나왔습니다.

'찵여오거라'는 '차려오거라'에서 파생된 신조어(?)로, 무언가를 가져오라는 의미를 코믹하게 변형한 겁니다. 사극에서 볼 법한 말투인 '오거라'를 덧붙이면서 독특하고 웃긴 어감이 형성됐는데요. 불닭볶음면 공식 X 계정이 "불닭볶음면을 낉여오거라"는 글을 올린 것도 MZ세대 사이 소소한 화제를 빚은 바 있습니다.

김동연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개설한 유튜브 계정에 '인공지능(AI) 패권전쟁, 이길 준비됐습니까? AI 강국으로 레벨업합시다!'라는 제목의 쇼츠 영상을 올려 15일 눈길을 끌었는데요. 영상 속 김동연 후보는 "전 세계가 AI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레벨업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제대로 된 무기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라며 "AI 대전환, 이제 각성퀘스트를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이어 그의 AI 관련 정책들이 소개되고, 이내 김동연 후보가 슈퍼히어로인 '아이언맨'으로 변신, 우주로 날아갑니다. 이후 'S급 AI 국가 도약 반드시 해내겠습니다'라는 자막이 떠올랐죠.

같은 날 안철수 후보의 공식 유튜브 계정엔 '나니가스키 안철수!'라는 제목의 쇼츠 영상이 게재됐습니다. '나니가스키'는 '어떤 게 좋아'의 일본어인데요. '러브라이브'의 성우들이 요코하마 공연에서 펼친 '아이♡스크~림!' 무대 속 가사로, 젊은 세대에 익숙한 밈입니다. 최근 알고리즘을 타며 많은 패러디를 양산했죠.

안 의원 계정에 업로드된 영상은 곡 중 성우들이 반복해서 “나니가스키?”라고 운을 띄우며 진행되는 부분입니다. 기존 공연 영상에 가사 일부를 개사한 자막과 안 의원의 과거 사진이 덧붙은 형식이었는데요. "국민짱~ (네!) 어떤 게 좋아?", "초코민트보다도 안철수", "20·30짱~ (네!) 어떤 게 좋아?", "딸기맛보다도 안철수" 등 반복해서 안 의원의 이름이 언급됐습니다.

영상 중간중간에는 안 의원의 젊었을 때(?) 모습이나 볼 하트 포즈를 취하며 찍은 사진이 빠르게 지나갔는데요. 이 영상은 안 의원의 공식 인스타그램에도 게재됐습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에는 "이게 진짜 공식 계정이냐", "나도 진짜 열심히 살아야겠다", "나만 볼 수 없어서 공유했다" 등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죠.

그런가 하면 김문수 전 장관은 배우 공유를 소환했는데요. 김 전 장관 캠프는 같은 날 공식 유튜브 채널에 '김문수 대통령 경선 후보 홍보 영상'을 올린 뒤 보도자료를 통해 "김문수 후보는 최근 공개된 공식 홍보영상에서 강단과 따뜻한 리더십을 동시에 강조하며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자평했습니다.

특히 영상 속 김 전 장관의 얼굴 비율을 보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는데요. 캠프 측은 "얼굴 비율의 보정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기대로 담아낸 이유는 김문수 후보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고 후보가 가진 진정성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라며 "이는 '오징어 게임2'에 출연한 배우 공유의 얼굴을 연상시키며 화제성을 일으켰던 기법"이라고 설명했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드럼통에 왜 들어가나 했더니…네거티브 전략, 득 될까?

정치권에서 밈을 활용한 홍보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젊은 층과의 소통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2030세대의 주된 정보 소비 채널은 X,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 플랫폼입니다. 여기에선 밈이 주 콘텐츠 중 하나인데요. 정치인들 역시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언어로 소통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되죠.

정책 공약은 길고 복잡한 데다가 이를 전달하는 방식에서도 차별점을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진지함은 피로감을 주기도 쉬운데요. 밈은 그 반대입니다. 가볍고 짧고 웃기면서 중독적인 데다가 한 번 눈길을 끌고 회자되기도 쉽습니다.

적은 예산으로 큰 바이럴 효과를 낼 수 있고, 지지층 결집 효과와 정치 무관심층의 유입까지 노릴 수 있으니 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겠죠.

그러나 분명한 건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겁니다. 실로 이번 '나니가스키' 밈을 활용한 안철수 후보의 사례만 봐도 재밌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으나, 후보의 자질이나 철학과는 무관해 일종의 '가십'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한 네티즌은 유튜브 댓글에 "진지하지만 선거에 이런 영상이 쓰이면 현지에서 논란이 될 것 같은데 (저작권 등) 허락은 있었나"라고 의문을 표했죠.

그런가 하면 악의적인 밈을 활용한 게시물도 발견됐습니다.

나경원 후보는 15일 인스타그램에 팻말을 들고 드럼통에 들어간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는데요. 그가 든 팻말에는 '드럼통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적혔습니다.

나 후보는 "영화를 영화로만 볼 수 없는 현실, '드럼통 정치'에 많은 국민이 떨고 있다"며 "진실을 향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비정상적인 사회를 바로잡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드럼통에 사람 하나 묻어버린다고 진실까지 묻힐 것으로 생각하지 마시라"고 강조했죠.

이는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글로 풀이됩니다. 일부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후보의 '드럼통' 밈이 확산했는데요. 2013년 개봉한 영화 '신세계'에서 드럼통에 사람을 넣고 시멘트와 함께 섞어 바다에 버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후보를 반대하는 일부 네티즌들은 이 후보 주변 인물들이 연이어 사망했다는 점을 들어 '이 후보가 반대 세력을 매장할 것'이라는 밈(?)을 사용했죠. 나 후보는 이 밈에 비유해 '드럼통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는다'고 표현한 셈입니다.

다만 이런 네거티브 공세가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되레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그는 "말하자면 공포 마케팅인데, 네거티브 캠페인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되치기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해프닝'이라고 하면서 이재명은 대통령도 아닌 야당 대표인데 무섭다?"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우리는 이거 해결했어,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미래에 다가올 사람이니 무서워'가 먹힐 수 있다. (하지만) '탄핵은 잘못됐고, 탄핵한 사람은 배신자'라는 식으로 하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격은 먹히지 않는다"고 짚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허위조작정보감시단 민주파출소는 이날 나 후보에 대해 "허위사실공표죄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감시단은 "해당 이미지가 나경원 의원실 카카오톡 공보방을 통해 기자들에게 배포됐고, 그중 일부는 6일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서 최초로 게시된 '드럼통 행복주택' 이미지"라며 "사실상 특정 정당 후보에 대한 악의적 조작 프레임을 유포하는 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감시단은 "황당한 음모론의 연장선을 스스로 SNS에 올리고 기자들에게 배포함으로써 극우 프레임의 확대 재생산에 동참한 셈"이라며 "공당의 대선 후보가 국민적 혐오 커뮤니티의 주장을 아무 비판 없이 차용한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죠.

이에 나 후보는 "드럼통은 공포 마케팅이 아니라, 국민에게 실존하는 공포"라며 "권력을 잔인하게 쓴다던 이 후보가 더 큰 권력의 칼을 쥐게 됐을 때를 국민이 두려워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맞받았는데요. 맞고소를 예고했죠.

▲지난해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흥미롭다는 듯 지켜보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의 표정을 딴 밈. (출처=X 캡처)
▲지난해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흥미롭다는 듯 지켜보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의 표정을 딴 밈. (출처=X 캡처)

트럼프도 고전한 밈의 돌풍…다만 표심 연결은 '미지수'

밈의 천국(?), 미국에서는 일찍이 밈을 정치 도구로 적극 활용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은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공화당 대표로 맞붙은 바 있는데요. 이때 밈은 돌풍을 일으키며 화제를 불렀죠.

해리스 전 부통령은 당시 밈을 활용하며 젊은 세대 유권자들 사이 큰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당시 '밈 정치' 돌풍을 만들어낸 주역은 해리스의 선거캠프 안에 꾸려진 틱톡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온라인 선거운동팀은 250명으로 구성돼 있었지만, 틱톡팀은 25세 이하 Z세대 직원 5명으로만 운영됐죠.

이들은 대선 후보들의 첫 TV 토론이 끝난 직후 6초짜리 틱톡 영상을 게재했습니다. 이 영상에는 한 중년 여성이 등장해 트럼프의 토론 성과를 조롱했는데요. 조회 수 수백만 회를 넘기며 크게 화제가 됐죠. 해리스 틱톡팀은 또 이 토론에서 해리스가 트럼프를 겨냥해 "지루한 유세 때문에 지지자들이 유세장을 일찍 떠난다"고 말한 것을 따와서 밈을 만들었습니다. 주방에서 미소 짓는 해리스의 사진을 올리며 "맙소사, 그녀가 그(트럼프)를 요리했어(꺾었어)"라는 문구도 달았죠.

워싱턴포스트(WP)는 해리스 선거캠프의 틱톡팀을 두고 "소셜미디어의 독특한 리듬을 활용해 현대 정치에서 가장 독창적인 전략으로 해리스 선거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틱톡팀 직원 중 일부는 이곳이 첫 직장이었다고 하는데요. 그 정도로 경력이 없거나 짧은 젊은 직원들은 뜨거운 화력을 보여줬습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해리스의 등판 이후 불과 며칠 만에 트럼프가 언론의 머리기사와 관심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죠.

그러나 유념해야 할 점은 밈의 돌풍이 표심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겁니다. 활용하는 밈이 차별적이거나 특정 문화를 왜곡해 소비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쉽고요. 정치의 공론장 기능을 훼손할 수도 있습니다. 정치는 본래 공공의 문제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충돌시키고, 조정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요. 밈은 이 과정을 압축하고 단순화하는 속성이 강해, 복잡한 쟁점이 희화되거나 감정적 선동으로 소비될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밈이 정치의 문법을 바꾸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짧고 가벼우면서도 중독적인 콘텐츠는 유권자의 시선을 끌고, 때로는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도 있습니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정치적 관심을 환기하는 데에 분명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유권자가 궁극적으로 궁금해하는 건 후보자의 방향과 자질이라는 사실도 명심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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