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퇴거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일주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을 통해 "이제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약 5시께 서울 한남동 관저를 나왔다. 정장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윤 대통령은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을 보였다. 지지들과 악수·포옹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관저를 떠나기 직전에 대통령실 참모들과도 마지막 인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윤 전 대통령은 차창을 내리고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사저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정문 앞에는 오후 5시 33분께 도착했다.

윤 전 대통령이 사저로 복귀하는 건 2022년 11월 7일 한남동 관저에 입주한 지 886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같은 해 5월 취임 이후 약 6개월간 서초동 사저에 거주하면서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이동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일단 아크로비스타로 이동한 뒤 제3의 장소로 다시 이동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저가 공동주택인 탓에 장기간 경호ㆍ경비를 하는 것이 쉽지 않고,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호 규모는 약 40여 명으로 꾸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호·경비는 최대 10년까지 가능하다.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임한 경우 경호 기간은 총 5년이며, 필요하면 5년을 연장할 수 있다.

사저로 이동하기 전엔 변호인단을 통해 "이제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과 제가 함께 꿈꾸었던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위해 미력하나마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지난 겨울에는 많은 국민들, 그리고 청년들께서 자유와 주권을 수호하겠다는 일념으로 밤낮없이 한남동 관저 앞을 지켜줬다. 추운 날씨까지 녹였던 그 뜨거운 열의를 지금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날 이후 윤 전 대통령의 사저 정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날 한국사 1타강사 전한길 씨는 자신이 설립한 '전한길뉴스'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을 만난 사실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나야 감옥 가고 죽어도 상관없지만 우리 국민들 어떡하나, 청년 세대들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전 씨는 전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이같은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을 경우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윤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또 윤 대통령이 강성 지지층을 향해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중도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