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질병 도입시 8.8조 피해·일자리 8만개 소멸
국내 게임 산업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두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국제질병분류(ICD-11)에 게임이용장애를 포함시킨 이후 국내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격렬한 찬반 논쟁이 이어져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콘텐츠 수출의 효자 역할을 하는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어, 산업 전반에 부정적 낙인이 찍혀 투자 위축과 인재 유출,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한국표준질병분류(KCD) 적용 여부를 두고 보건복지부와 정신의학계 등은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는 반면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업계는 과학적 근거 부족을 내세우며 반발하고 있다.
게임이용장애 민관협의체는 논의를 통해 KCD에 게임이용장애 도입 여부를 정할 예정이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 난관이 계속되고 있다. 민관협의체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여부를 결정하면 ICD-11은 KCD 10차 개정안에 반영될 예정이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게임이용장애를 일종의 주의가 필요한 현상으로는 받아들이면서도, 정식 질병으로 분류하거나 보건행정체계에 편입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 국가는 게임 산업이 청년 일자리, 수출, 기술 혁신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성급한 규제보다 예방 교육, 가족 중심 자율관리, 정신건강지원체계 정비 등 비규제 방식에 방점을 두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글로벌 수출 효자이자 주요 콘텐츠 산업의 중심축이지만 성장 둔화와 정책 불확실성에 직면해있다. 여기에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등재될 경우 투자 위축은 물론 인재 확보의 어려움 등을 겪으며 산업 성장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국내 게임 산업은 이미 성장 정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4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3년 게임 수출액은 83억9400만 달러(약 12조2409억 원)로 전년 대비 6.5% 감소했다.
콘진원이 발간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질병코드가 도입될 경우 국내 게임 산업은 향후 2년간 약 8조8000억원의 경제적 손실과 8만여 개의 일자리 감소를 겪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단순한 보건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국가 경제에 직결된 사안임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정부 부처간 엇박자 정책으로 인해 업계에 혼란과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쪽으로는 게임을 국가 수출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질병으로 규정해 규제 대상으로 삼는 태도는 업계에 큰 혼선을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문화 콘텐츠로서의 게임을 중독 관점에서만 다루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질병코드 도입은 게임 산업을 마치 해악으로 보는 인식을 고착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한국 게임의 글로벌 위상을 훼손하고 청년 중심의 일자리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