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12조 증발…원·달러 환율 30원 넘게↑
中 맞불 관세 예고에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미국발(發) 관세 전쟁 공포가 글로벌 증시를 삼키면서 국내 증시도 '검은월요일(블랙먼데이)'를 연출했다. 코스피는 석 달 만에 2400선이 붕괴돼 한때 장중 5분간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 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됐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110조 원이 넘게 증발하고 환율은 1470원을 찍는 등 금융 시장이 대혼란에 삐졌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7.22p(5.57%) 내린 2328.20으로 장을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해 11월(2301.56) 이후 최저치다. 이날 코스피는 106.17포인트(4.31%) 급락한 2359.25로 장을 시작한 후 한때 2320대까지 밀렸다. 장 시작 후 낙폭이 커지면서 한국거래소는 이날 9시 12분 올해 처음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5분간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사이드카는 코스피200선물이 5% 이상 급락한 채 1분간 지속하면 발동된다.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해 8월 5일 '블랙먼데이'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하루새 112조 원 증발했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은 2020조 원에서 1908조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대장주인 SK하이닉스(-8.29%), 삼성전자(-4.81%)를 포함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8.40%), 현대차(-6.62%), 기아(-5.80%), 삼성바이오로직스(-5.80%), 셀트리온(-5.41%) 등 종목 866개가 곤두박질쳤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코스피에서만 2조 원 넘게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2조949억 원 순매도 했고 개인은 1조6745억 원, 기관은 2531억 원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도 36.09p(5.25%) 내린 641.30으로 장을 마감했다. 휴젤(-8.40%), 클래시스(-7.91%), 알테오젠(-7.44%)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포함해 1495종목이 급락했다. 외국인이 1870억 원 판 반면 개인은 1672억 원어치를 샀다.
원·달러 환율은 1470원에 근접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33.7원 뛴 1467.8원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초반인 2020년 3월 19일(40.0원) 이후 약 5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이날 환율은 32.9원 높은 1462.0원에 출발해 장 중 1471.5원까지 오르며 1470원대를 뚫기도 했다.
월요일 증시가 주저앉은 것은 미국발 관세 전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뉴욕 증시를 넘어 국내 증시를 덮쳤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중국 등이 보복 관세를 발표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무차별 관세로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이미 지난 주말 뉴욕 증시에서는 폭락장이 벌어졌다. 4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5.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5.97%, 5.82% 급락했다.
국내 증시는 지난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에 따라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비교적 선방했다. 하지만 결국 관세 여파가 진정하지 못하고 미국 등 글로벌 증시에서도 패닉셀(투매)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투심이 함께 위축되는 모습이다.
일본 등 아시아 증시에서도 패닉장세가 이어졌다. 대만 가권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70% 급락한 1만9232.35, 일본 닛케이225는 7.83% 하락한 3만1136.58, 중국의 상해 종합지수는 7.34% 빠진 3096.58 장을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