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 정국에 이은 미국발 ‘관세 폭탄’ 우려에 일자리 지표가 연이어 ‘역대 최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7일 발표한 ‘3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서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를 의미하는 구인배수가 0.32로 전년 동월보다 0.16포인트(p) 하락했다고 밝혔다. 구직자 3명이 일자리 1개를 놓고 경쟁한단 의미다. 3월 기준으로는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 이후 최저치다. 예년(0.5~0.7)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구인배수 하락의 원인은 일자리 공급 부족이다. 지난달 고용24를 이용한 신규 구직인원은 48만 명으로 6만3000명(15.2%) 늘었지만, 신규 구인인원은 15만4000명으로 4만5000명(22.8%) 줄었다. 신규 구인인원 감소 폭은 1월 42.7%에서 2월 6.2%로 둔화했으나, 지난달 22.8%로 다시 확대됐다. 고용부는 1월 설 명절 이동 효과(2024년 2월→2025년 1월)로 확대됐던 구인인원 감소 폭이 2월 둔화한 점을 근거로 3월 이후에는 고용 상황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구인인원 감소 폭이 다시 확대되면서 고용 상황은 오히려 더 안 좋아졌다.
천경기 고용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고용24만으로 설명하면 4만5000명 감소분 중 제조업이 2만2000명”이라고 설명했다. 천 과장은 “미국의 고관세 정책이 추진되면서 기업들이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채용을 줄인 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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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급여 지급액은 1조510억 원으로 2개월 연속 1조 원을 웃돌았다. 최저임금·통상임금 상승으로 지급 건수당 지급액이 늘었지만, 그보단 지급자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전년 동월 대비 지급자 증가율은 2월 6.9%, 3월 5.9%다. 총 지급자 규모(69만3000명)는 3월 기준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기였던 2021년(75만9000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산업별로는 건설업에서 당월 지급자가 8만6400명으로 1만8000명 증가했다. 제조업과 도·소매업, 사업서비스업 등에서도 지급자가 늘었다.
한편, 지난달 고용보험 상시가입자(상용·임시근로자)는 1543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5만4000명(1.0%) 증가했다. 증가 폭은 3월 기준으로 고용보험 피보험자 집계가 시작된 1997년 이후 최소치다. 지난해 중순까지 20만 명대를 유지하던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폭은 지난해 말부터 10만 명대에 정체돼 있다. 산업별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늘었지만, 건설업은 줄었다. 그나마도 제조업 가입자 증가는 외국인 가입자 효과다. 고용허가제(E-9, H-2) 외국인 제외 제조업 가입자는 1만7000명 감소했다. 건설업은 20개월 연속 감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