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였던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이 결실을 못 보고 마무리됐다. 정치력 부족, 폐쇄적·즉흥적 의사결정, 이론·철학 부재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과제별로 연금개혁은 ‘18년 만의 개혁’이란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내용은 개혁으로 보기 어렵다. 소득대체율 인상,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 등 양대 노동조합총연맹(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의 요구가 대거 수용돼 보험료율 인상의 의미가 퇴색했다. 그 배경에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부 개혁안 제출 지연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 개혁안을 포함할 예정이었으나,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영향을 우려한 대통령실의 압력으로 개혁안을 뺀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복지부는 지난해 9월에야 개혁안을 제출했다. 이미 연금개혁 주도권을 양대 노동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야권이 가져간 뒤였다.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로 대표되는 의료개혁은 의·정 갈등만 남겼다. 지난해 2월부터 현장을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지금도 대부분 복귀하지 않았다. 정부는 전공의·의대생 복귀를 유도하겠다며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1497명으로 축소하고, 이제는 조건부로 ‘2026학년도 0명’을 제시했다. 지역·필수의료 투자 등 다른 과제들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으나, 의대 증원은 거듭된 후퇴에 정당성을 상실하고 여론의 지지도 잃었다.
그나마 교육개혁은 늘봄학교, 유아 교육·보육 통합(유보통합) 등이 진전을 이뤘으나, 나머지 과제는 지지부진하다. 특히 유보통합은 복지부 보육정책관이 지난해 교육부로 이관됐으나, 이해당사자 반발 등으로 시설·인력기준과 법령 통합까진 갈 길이 멀다. 교육부 내에선 소관기관과 예산을 통합하는 수준에서 유보통합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임금·근로시간 개편으로 시작한 노동개혁은 노·사 법치로 내용이 바뀐 지 오래다. 근로시간 개편은 ‘주 69시간’ 논란 끝에 사실상 없던 일이 됐고, 근로시간 개편과 연계 추진될 예정이었던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대책도 흐지부지됐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취임 이후에는 김 장관의 정치적 발언이 논란이 돼 법령 개정에서 야권의 협조를 못 얻는 상황이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 개혁정책 실패는 차기 정부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정책이 변경과 후퇴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개혁정책을 주도하는 각 중앙행정기관의 행정력이 약화해서다. 대표적으로 의료개혁은 의사와 의대생들에게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확신만 재확인해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