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이야기를 입힌 다채로운 유물 이야기…함께 '유물멍' 하실래요?

입력 2025-04-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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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은 오랜 시간을 지나오며 그 자체로 서사를 품게 된 것 같다. 그 이야기를 독자분들이 들을 수 있기를 바랐다.

▲2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책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을 기획한 (왼쪽부터) 조아영 씨, 김미소 학예연구관, 이태연 학예연구원이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석주 기자)
▲2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책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을 기획한 (왼쪽부터) 조아영 씨, 김미소 학예연구관, 이태연 학예연구원이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석주 기자)

3일 책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 : 유물멍'을 기획·편집한 김미소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학예연구관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유물의 정의에 관해 이같이 밝혔다.

이 책은 2020년 박물관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뉴스레터 '아침행복이 똑똑'에서 시작했다. 필진은 전문가, 초등학생, 교사 등 다양하다. 같은 영화를 보아도 각자의 해석이 다른 것처럼, 세월을 견디고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유물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사람마다 다르다.

김 연구관을 포함해 편집에 참여한 이태연 학예연구원, 조아영 씨 등 편집진은 총 400회에 걸쳐 발행된 뉴스레터 중 다채로운 조형미를 가진 유물과 개성 넘치는 글 100건을 선정했다.

▲책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 : 유물멍' 표지 (국립중앙박물관)
▲책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 : 유물멍' 표지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발행하는 일반적인 도록은 다소 난해한 개념과 용어 때문에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원앙 모양의 청자 향로뚜껑을 보며 "마음이 괜찮아진다", 신라 시대 때 제작된 사람 모양 토우를 보며 "걱정인형"이라고 명명한 초등학생들의 순수한 해석이 담겼다.

또한, 이 책은 '여백'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간략한 글과 사진을 둘러싸고 있는 여백에 관해 김 연구관은 "독자분들이 유물에 담긴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도록 주변을 조용히 시켰다. 디자인으로 소음을 줄였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유물의 형태, 재질에서 느껴지는 촉감이나 크기, 비례, 색, 광택 같은 것들이 주는 감각에 집중해 주길 바랐다"라며 "그래서 잠시나마 나름대로 느껴보는 고요한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이 책의 장점은 박물관에서 실제로 보았을 때보다 유물 하나하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함께 편집에 참여한 조아영 씨 역시 "적은 양의 글과 유물 한 점만 보이도록 큰 여백을 둔 이유는 독자분들이 시각적인 간섭을 받지 않고 유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한 디자인"이라며 "이 책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전했다.

▲2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책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을 기획한 (왼쪽부터) 조아영 씨, 김미소 학예연구관, 이태연 학예연구원이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석주 기자)
▲2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책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을 기획한 (왼쪽부터) 조아영 씨, 김미소 학예연구관, 이태연 학예연구원이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석주 기자)

지난해 연말 출간된 이 책은 두 달 만에 4쇄를 찍으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기획 단계부터 북펀딩을 통해 홍보를 시작했고, 목표 금액의 600%를 달성하며 5주간 예술대중문화 분야 1위를 하기도 했다.

책의 인기를 견인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바로 제목이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불멍, 물멍, 숲멍에 이어 유물멍(유물을 보며 멍하게 있는 것을 의미)이라는 단어가 젊은 독자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김 연구관은 "한 독자분이 올해 최고의 단어가 유물멍이라고 해줘서 기뻤다. 또 우리나라 박물관에 있는 모든 소장품을 이 시리즈로 만들어달라는 독자분도 계셨다. 책을 기획하고 편집한 입장에서 참 뿌듯했다"라고 전했다.

책을 구매하면 유물을 형상화한 스티커도 함께 제공된다. 이 스티커는 이태연 학예연구원의 작품이다. 단순한 스티커가 아닌 정지된 유물에 이야기를 입혔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연구원은 "유물이라고 하면 진지하고 진중한 느낌이 있다. 그걸 귀엽고 사랑스럽게 표현하고 싶었다"라며 "가령 달항아리의 경우 그 위에 달과 별이 떨어지는 모습을 덧붙였다. 스티커에 이야기를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관의 다음 목표는 수집 유물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이 시리즈를 기획하는 것이다. 김 연구관은 "기증자가 어떻게 이 유물을 수집하고, 기증하게 됐는지 등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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