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에 이어 미국도 탄소세 도입을 시사하면서 정치권에서도 슬슬 탄소세 도입 논의에 물꼬를 틔워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탄소세’가 글로벌 신(新)무역 질서로 새롭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관련한 국회 논의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등 혼란스러운 정국이 이어진 영향이 크다.
탄소세는 생산·사용 과정 속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기후변화는 사기’라던 트럼프 정부도 탄소세 도입엔 문을 열어두고 있는데, 중국산 철강 수입을 제한하려는 의도란 해석이 나온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올해 1월 진행된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관세 정책에 대해 “탄소세는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탄소세 도입은 철강 등 주로 탄소 다(多)배출 산업을 주력 산업으로 둔 우리나라에도 막대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유럽연합(EU)도 2026년 1월부터 역외 국가에 간접적으로 탄소세를 부과할 예정인 만큼, 국내 정부와 정치권이 국제 규제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 자체 탄소세 도입 등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국회엔 이미 탄소세 도입 법안이 발의돼 있다. 이날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탄소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탄소세 도입법’(탄소세법안·탄소세의 배당에 관한 법류안)을 지난해 9월 발의했다.
법안엔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탄소세를 과세하고, 세율은 온실가스 배출량 1톤당 8만원으로 정하고 있다. 또 탄소배출권 유상할당분은 탄소세를 대납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이 자체적으로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으면 추후 EU와 미국 등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이 이중 부담(국제 탄소세 부과에 따른 부담과 국내 미규제에 따른 경쟁력 약화)을 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다만 반도체 특별법, 연금개혁 등 다른 정책 현안들과 비교해봤을 때 탄소세 대응에 관한 거대 양당 지도부의 관심은 아직 크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발의된 탄소세 도입법도 소관 상임위에서 소위로 회부돼 수차례 상정되긴 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아직 한 차례도 진행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국회 외곽에선 탄소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단 목소리가 조금씩 표출되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 야권 잠룡으로 불리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6일 기후산업에 400조원 이상 투자하는 내용의 ‘기후경제’ 비전을 발표하며 이 같은 논의에 불을 지폈다.
김 지사는 “기후경제의 핵심은 ‘탄소세’를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생산과 기후복지에 쓰게 되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