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장세의 ELW 열풍 이대로 좋은가?

입력 2009-07-0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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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제자리 걸음할때도 손실 발생 가능...증권사는 수익에만 치중

국내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이 개설 3년 만에 대폭적인 성장을 지속, 일평균 거래대금이 드디어 1조원을 돌파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지만 감독 당국과 증권사들은 눈앞의 수익에만 급급하고 정작 투자자들의 보호엔 뒷짐만 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ELW 시장은 일평균거래대금은 전 분기 대비 20.5% 증가한 5405억원을 기록했다. 4월 8435억원, 5월 6724억원을 기록했으며 6월 7297억원으로 매월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7월 6일엔 거래대금 1조원을 돌파했다. 시장개설(’2005.12월) 당시 일평균 거래대금 210억원으로 시작해 3년 7개월만에 1조원을 넘어 50배 이상 증가했다.

ELW 거래량도 급증하고 있다. 2006년 2억2500만 증권, 2007년 3억9100만 증권, 2008년 8억1000만 증권이던 ELW 일평균 거래량이 올해 6월엔 16억1469만 증권을 기록했다.

하지만 ELW 투자에 대한 위험구조 이해 정도는 뒤떨어져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 흐름을 보이면서 지지부진하자 한방을 노린 개인 투자자들이 대박을 바라고 ELW 시장에 올인하고 있지만 주가가 움직이지 않더라도 시간 가치로 인해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박스권 장세에서 손실이 더 크게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만기가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의 각종 투자대회에서도 이젠 ELW가 빠지지 않는다. 주말엔 여의도를 비롯한 각 지역별로 증권사 및 전문가들의 ELW 설명회가 펼쳐지고 있다. 경제 관련 방송도 예외는 아니다.

한 투자자는 모 방송의 ELW 전문가를 통해 ELW 투자를 하게 됐는데 자신을 포함한 대다수의 개미 투자자들이 반토막이 아니라 깡통 수준이라고 하소연을 털어놨다.

기본적으로 ELW 투자는 형식만 주식이지 실질적으론 옵션이다. 옵션은 따로 선물옵션 전용계좌를 개설해야 되는 반면 ELW는 주식 계좌로 매매가 가능하다. 물론 투자성향진단이라는 절차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온라인상으로 이뤄지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게다가 기존 지수 옵션 거래는 증거금 제도가 있는데 반해 ELW는 증거금이 없다.

실질적으로 방향성 매매 밖에 할 수 없어 고위험에 무한대로 노출돼 있다. 고작 할 수 있는 방법을 예를 들면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하고, 헤지 차원에서 삼성전자 ELW 풋을 사는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 헤지 차원에서 ELW를 투자하는 사람은 전무한 상황이다. 실제로 현재 전문가들조차 헤지 차원에서의 ELW를 권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올해 초 독일의 억만장자이자 5위 부자인 아돌프 메르클레가 달리는 기차로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다. 메르클레는 폴크스바겐에 투자한 주식의 옵션매매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주식의 옵션매매가 ELW와 다르지 않다.

지난 2000년대 초 눈부시게 성장하던 파생 전문 자문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지금은 그 존재조차 희미한 상황이다. 그만큼 전문가라는 집단조차도 옵션이라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해 12월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ELW 투자위험 및 상품구조에 대한 이해 정도는 보통 이하라고 응답한 비율이 67%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거래소가 하는 일이라곤 대도시 몇 군데를 돌면서 거래소가 자체 발간한 ‘ELW시장의 이해’를 중심으로 강연회를 하는 것이 고작이다. 올해 들어 5차례(오는 7월9일 상공회의소 강연회 포함)의 강연회를 실시했다.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의 교육에 우선순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 규모 확대와 증권사 배불리기에 더 많은 역량이 집중돼 있다. 또한 ELW를 헤지의 목적이 아닌 레버리지 효과에 초점을 맞추며 투기를 조장하는 분위기다.

거래소 관계자는 "ELW관련 강연회는 정기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며 "손실이 발생하는 투자자도 당연히 있기 마련이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돌아왔다. 오히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대우증권 심상범 연구원은 "거래대금이 급증하는 것은 초단기매매(스캘핑)가 급증하는 것이 주요인이다."며 "실질적으로 자금 자체가 큰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심 연구원은 "하지만 기본적으로 ELW는 옵션이기 때문에 그 속성을 면밀히 아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옵션의 특성과 ELW 시장의 고유 속성까지 이해한 상태에서 매매에 임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증권 이호상 연구원은 "실질적으로 ELW의 기초가 되는 주식(현물)만으로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주식에서 파생된 ELW에서 수익을 내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와 거래소 역시 ELW투자 위험에 대한 교육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개인 투자자들의 철저한 공부가 선행돼야하고, 단기간의 고수익엔 그만큼의 리스크가 수반된다는 것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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