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종부세 개편, 시장정상화 마중물

입력 2024-06-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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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헌 부동산부장

다주택자에게 징벌적 과세로 시작
서민 전월세 상승 유발 부작용 커
경제활동 왜곡 바로잡는 계기삼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을 놓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대통령실까지 나서 ‘사실상 폐지’로 운을 띄웠으니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는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도입됐다. 당시 제정된 종합부동산세법의 목적을 보면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하여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해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지방재정의 균형발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 ‘조세부담 형평성’ 등의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세금은 사실상 징벌적 성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종부세는 도입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란이 되고 있다. 이중과세 문제, 조세 평등주의·과잉금지의 원칙 위배문제,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문제 등 때문이다.

특히 지난 문재인 정부 때는 시장 안정을 이유로 지나치게 종부세를 많이 올려 저항을 부르기도 했다. 실제로 2017년 4000억 원에 불과했던 주택분 종부세가 2022년 4조4000억 원으로 11배가 증가했고, 대상 인원은 33만 명에서 122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 과정에서 선량한 고가 1주택 보유자도 ‘징벌적’ 종부세의 낙인을 피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1주택자 종부세 대상자 역시 3만6000명에서 23만5000명으로 늘었다. 이 기간 1주택자의 종부세액도 17배( 2562억 원)나 폭증했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정권 후반기에 오히려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을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올리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종부세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시행하고 있는 세제다. 일각에선 ‘부자 감세’의 일환일 뿐 아니라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종부세 강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헌법재판소 역시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낸 바 있다.

그럼에도 여당과 정부가 나서 종부세 완화나 폐지와 관련된 입장들을 내놓고 있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부작용들 때문이다. 무엇보다 종부세 폐지 또는 대폭적인 완화가 필요한 이유는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종부세는 주택 보유 수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는 방식으로, 다주택자에게는 최고 5%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현재 우리 부동산 시장의 전·월세 공급의 80%가량은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물량으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다주택자에게 중과되는 종부세는 결국 서민들의 전·월세 상승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 아파트 시장만 놓고 보더라도 노무현 정부 시절 종부세 도입으로 20%가 넘는 월세 급등이 관측됐고, 다시 안정화되던 월세가 문재인 정부 종부세 강화 이후 전월세상한제 영향과 중첩돼 실거래가 월세지수로 40%에 육박하는 급등세가 발생했다. 이미 정치권에서 종부세 폐지나 완화가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거래량 증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종부세를 1주택자에 대해서 폐지하겠다는 얘기가 정치권 중심으로 나오다 보니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작용했고 거래량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6월 14일 현재 계약일 기준)은 총 1만7980건을 기록했다. 이는 반기 기준 2021년 상반기(2만5820건)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동작구, 마포구 등 가격이 높은 준상급지들에서 거래량이 증가한 것으로 볼 때 종부세 개편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거래량 증가는 시장 정상화의 기본이라는 점을 놓고 볼 때 종부세 개편의 파급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물론 종부세 폐지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고 폐지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맞다. 하지만 얽히고설킨 부동산 시장 정상화의 마중물 역할을 위해서라도 폐지 또는 완화가 필요하다. 종부세는 죄가 없다. 사용자의 사용법이 문제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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