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똑똑한 이단아’의 창업 도전이 필요하다

입력 2024-06-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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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경제력을 유지·강화하려면 “똑똑한 이단아의 창업 도전을 격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어제 공식 블로그에 올린 ‘연구개발(R&D) 세계 2위, 생산성은 제자리’ 보고서를 통해 “출산율의 극적 반등, 생산성의 큰 폭 개선 등 획기적 변화가 없을 경우 2040년대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국가적으로 가장 큰 암초는 두말할 것 없이 초저출산·고령화 현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총인구는 2040년 5006만 명, 2070년 3718만 명으로 감소하다 100년 후 2000만 명을 밑돌게 된다. 한은은 여기에 더해 경제 전반의 혁신마저 부족해 역성장 우려를 키운다고 꼬집었다. 성장잠재력 훼손을 만회할 비상구마저 막혔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끌어낼 최적의 방법은 혁신이고, 그 에너지는 R&D에서 나온다. 국내 R&D 투자가 부족하다고 할 순 없다. 외려 외형상으론 세계적 수준이다. 보고서는 한국 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지출 규모(2022년 기준)와 미국 내 특허출원 건수(2020년 기준)가 세계 2위와 4위에 이른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생산성은 바닥을 기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내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연평균 6.1%에서 2011∼2020년 0.5%까지 떨어졌다. R&D 투자가 겉돌지 않고서야 이런 부조리한 결과가 나올 까닭이 없다.

보고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혁신 실적의 양만 늘고 질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국내 대기업들은 R&D 지출과 특허출원 건수를 늘렸지만, 생산성과 직결되는 특허 피인용 건수 등에선 2000년대 중반 이후 감소세로 돌아선 뒤 이전 추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혁신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신생기업의 시장 진입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한은은 기초연구 비중을 늘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선도적 기술개발의 기반인 혁신의 질을 담보하려면 기초연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연구를 강화하면 경제 성장률이 0.18%포인트(p) 높아지고 자금공급 여건 등을 개선하면 신생기업 진입 확대 등의 효과로 성장률이 0.07%p 오른다. 국내 기업의 기초연구 지출 비중은 2010년 14%에서 2021년 11%로 줄었다. 네이처인덱스의 지난해 한국의 기초과학 연구 종합순위가 14위에 그치는 현실을 새삼 곱씹게 된다.

사람도 중요하다. ‘창조적 파괴’를 주도할 혁신 창업가가 왜 부족한지 돌아봐야 한다. 보고서는 “미국 선행연구 결과 대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창업가는 주로 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똑똑한 이단아”라면서 “한국의 경우 똑똑한 이단아는 창업보다 취업을 선호한다”고 했다. 빼고 보탤 것 없는 통렬한 일침이다. 한국의 똑똑한 이단아들이 기꺼이 실패 위험을 감수하며 혁신 경쟁을 벌일 수 있게 해야 한다. 국가사회가 창업 도전을 격려하고 고무하지 않으니 세계적 빅테크가 국내에선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다 어떤 2040년대를 맞게 될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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