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미-중 신냉전, 대결과 공존사이] 28. 中 ‘AI플러스 행동’ 전략에 담긴 뜻

입력 2024-04-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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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독자적 AI생태계 구축의지
AI굴기 두고 G2 갈등 격화 예고

미중 간 경제안보를 둘러싼 치열한 AI 산업의 경쟁과 대립이 AI 기술진화에 따라 더욱 확전되는 모양새다. 작년 대화형 AI 서비스 프로그램인 오픈AI의 챗GPT가 돌풍을 일으키자 기다렸다는 듯이 바이두는 AI챗봇인 ‘어니봇(文心一言)’을 출시했다. 그 외 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 등 대표적 빅테크 기업들도 앞다투어 생성형 AI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올해 초 오픈AI가 텍스트를 동영상으로 만들어주는 AI ‘소라(Sora)’를 출시하자 다급해진 중국은 부랴부랴 생성형 AI기반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국영방송인 CCTV를 통해 전국에 방영했다. 그러나, 여전히 챗GPT와 소라 같은 범용인공지능(AGI)과 거대언어모델(LLM) 같은 ‘질적 AI’ 혹은 ‘강 AI(strong AI)’ 영역에서 미중 간 AI 기술격차가 존재한다. 미국에 뒤처진 질적AI 기술경쟁력 제고를 위해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AI기술 경쟁력 美 이어 세계2위

지난달 개최된 중국 최대의 정치이벤트인 양회기간 중국 AI산업육성과 경쟁력 제고가 가장 큰 화두로 등장했다. 국정자문기구인 정협 회의에서는 AGI와 LLM 산업화 발전을 위한 정부지원 확대와 향후 급변하는 AI기술에 대응하기 위한 인공지능법 제정 등 다양한 AI 산업육성방안이 논의되었다. 또한, 리창 총리의 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도 AI를 3차례 언급하며 중국 독자적인 AI 생태계 구축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아가 전인대 최초로 총리가 ‘AI 플러스 행동(人工智能+行動)’이라는 새로운 국가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중국에서 ‘플러스(+)’라는 단어가 들어간 정책이 가지는 함의는 다른 산업과의 융합 혹은 시너지 창출을 정부가 직접 나서 막대한 예산과 정책지원을 통해 해당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타 산업·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관련 전후방산업 및 기술역량을 제고시켜 미래 첨단경쟁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첨단기술·제조강국 및 디지털차이나 건설을 가속화시켜 미국제재에 대응하겠다는 속내가 숨어 있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발표한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정책은 인터넷 플러스(2015년), 스마트 플러스(2019년), 로봇 플러스(2023년) 그리고 올해 발표된 AI 플러스까지 총 4개 정도다.

AI가 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17년도로 지금은 수면 아래로 내려간 ‘중국제조 2025’ 전략과 그 궤를 같이한다. 2017년 이후 AI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차원의 다양한 정책들이 발표되면서 중국의 AI기술 경쟁력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해 유럽·한국·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행한 ‘우리나라 및 주요국 AI기술 최근변화’ 보고서에 의하면, AI 학습지능분야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기술격차가 0.9년으로 유럽·한국·일본보다 앞서있다. 또한 2022년 기준 AI 분야의 전반적인 기술수준에서 중국(92.5%)은 미국(100%) 다음 2위로 유럽(92.4%)·한국(88.9%)·일본(86.2%)을 이미 추월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왼쪽)과 리창 총리가 지난달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제14기 2차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리창 총리는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AI 플러스 행동’이라는 새 국가정책방향을 제시했다. 베이징EPA연합뉴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왼쪽)과 리창 총리가 지난달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제14기 2차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리창 총리는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AI 플러스 행동’이라는 새 국가정책방향을 제시했다. 베이징EPA연합뉴스
美 AI이니셔티브 대응해 마련

중국 AI산업의 굴기는 결국 미국의 군사안보·경제안보적 관점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2019년 1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AI 주도권 장악을 위해 ‘미국 AI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바 있다. 중국에 대응해 자국경제와 안보를 지키기 위해 미국이 AI분야를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AI플러스 행동전략은 미국 AI 이니셔티브에 대응해 만들어진 중장기적 국가정책방향이다.

중국은 안면인식기술 등과 같은 인간의 지능을 기계적으로 모방해서 구현한 양적 AI 혹은 약AI(Weak AI) 영역에서 미국을 추월하며 빠르게 성장해 왔다. 14억 인구를 기반으로 우수한 IT인재와 방대한 데이터, 내수시장 그리고 정부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3년 중국 AI핵심산업 규모가 5784억 위안(약 108조 원)으로 전년 대비 13.9% 증가했다. 또한 공업정보화부 자료에 의하면, 2023년 기준 4400여 개가 넘는 중국 AI기업 중 생성형 AI기술을 채택하고 연구개발하는 기업 비중이 15%에 이르고, 생성형 AI 시장규모는 약 14조 4000억 위안(약 2683조 원)으로 점차 커져가는 추세다.

올해 처음 등장한 중국 AI플러스 행동의 구체적인 함의는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점차 심화되는 미국의 중국 AI반도체 제재에 대한 독자적인 AI칩 개발 가속화와 AI 생태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2022년 10월 미 상무부는 반도체 장비나 고사양 AI칩의 중국수출을 제한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작년 10월에는 간접 우회수출통로 차단 및 저사양의 AI칩까지 제재하는 추가 규제도 발표하며 중국 AI굴기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제재로 인해 중국의 질적AI기술과 산업성장이 어려움에 직면한 상태에서 결국 독자생태계 구축과 기술자립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수입이 막힌 A100, H100 등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할 중국산 AI칩 개발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 AI플러스 행동의 핵심 목적이다.

美, 동맹국 제재동참 요구 강화할듯

둘째, AI와 기타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디지털경제·디지털차이나로 전환을 더욱 가속화해 나가겠다는 의도다. 제조업 영역을 넘어 정부서비스·의료·교통·물류·농업 등 실물경제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인터넷발전보고서 2023’에 의하면, 중국 디지털경제 규모가 2012년 11조 위안(약 2049조 원·GDP 비중 21.6%)에서 2022년 50조 2000억 위안(약 9352조 원·GDP 비중 41.5%)으로 증가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과 총요소생산성 확대를 통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을 바짝 뒤쫓고 있는 중국 AI 기술경쟁력의 성장과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미중 간 AI기술격차가 점차 좁혀지는 상황에서 중국 AI플러스 행동은 미중 간 충돌의 새로운 좌표로 자리잡을 것이다. 미국은 미래전략산업과 군사·경제 안보 판도를 좌우할 반도체와 AI 중심의 대중국 제재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나아가 중국 AI굴기를 막기 위해 미국은 동맹국과 우방국들에 더욱 강력히 동참을 요구할 것이다.

관건은 우리 AI 핵심경쟁력을 어떻게 배가시킬 것인가이다. 미중 간 AI경쟁에서 우리가 선점가능한 영역을 발굴하고, 집중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영연구소장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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