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플레 안착’ 고민하는 日銀

입력 2024-03-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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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 신한은행 WM추진부 팀장

연초부터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며 34년 만에 버블 경제 당시의 전고점을 넘어선 일본 증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무엇이 장기간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일본 증시의 강세를 이끌었을까?

2012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되었던 일본중앙은행(일본은행)의 과감한 통화완화정책이 만들어낸 거시적인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일본은행은 기존의 통화완화정책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시장 부양에 초점을 맞췄다. 연 2%로 물가상승률이 올라오기 전까지 강한 양적완화를 지속하겠다는 믿음을 시장에 심어주었고, 2016년 1월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그리고 그해 9월에는 수익률곡선통제(Yield Curve Control)를 도입하면서 이런 믿음을 강화시키기 위한 지원을 해왔다.

과감한 엔화 공급은 엔 약세를 자극하였고, 엔 약세는 일본 수출 대기업들의 수출 실적 개선과 함께 주가 부양에 큰 힘이 되었다. 아울러 엔 약세로 인한 수입 물가의 상승 역시 일본 경제의 고질병이었던 디플레이션에 타격을 가하게 된다.

과감한 엔화 공급이 오랜 디플레 깨

물가의 하락을 의미하는 디플레이션이 자리하게 되면 경제 주체들은 제품 가격의 추가적 하락을 기대하며 현재의 소비를 최대한 뒤로 이연시키게 된다. 이는 소비의 감소를 낳게 되고, 소비의 감소는 기업 마진의 축소와 기업 투자의 위축, 그리고 고용의 위축을 낳게 된다.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침체 악순환이 나타나게 되었고 일본 증시는 장기 침체의 파고를 그대로 흡수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던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과감한 엔 약세는 수입 물가의 상승을 자극하였고, 장기간 이어져온 통화 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저금리 장기화에 대한 시장의 확신을 만들어내면서 잠들어있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게 되었다. 물가 하락에 대한 기대가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로 전환되면 일본의 소비자들은 과거와는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미래 물가가 오를 것으로 생각하면 미래의 소비를 현재로 앞당겨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의 매출이 늘어나게 되고, 기업의 설비 투자 증가 및 고용의 창출이 가능해진다.

고용의 창출은 개인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면서 추가적인 소비를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일본은행의 과감한 통화완화가 기대하는 정책 효과의 핵심이다. 얼마 전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는 지금의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보다는 인플레이션을 가리키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일본 주식 시장과 일본 경제의 변화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 이런 일본 증시의 강한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지게 될까? 지금까지의 강세는 제도의 변화와 과감한 통화 완화 정책에 기댄 바 크다. 그러나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기에 향후에도 과감한 통화 완화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인플레이션으로 전환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과감한 완화를 장기간 이어간다면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되레 일본의 서민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또한 과도한 인플레이션은 저금리 기조까지 손상시키며 여전히 부채 부담이 높은 일본 정부 및 기업에 예상치 못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면서도 과도한 인플레이션으로 나아가는 것은 제어를 해줘야 한다. 즉, 적절한 인플레이션에 안착시켜야 한다는 뜻인데, 이를 위해 일본은행은 2016년 이후 8년여간 이어왔던 마이너스 금리 폐지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

일본은행, 마이너스 금리 폐지 검토 들어가

8년 만의 마이너스 금리 폐지는 자칫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돈 풀기 정책의 되돌림 혹은 과도한 긴축으로 해석되면 다시금 디플레이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면 이런 걱정을 반영하며 기존과 같은 완화 정책에 대한 조정에 소극적인 스탠스를 보일 경우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강도가 커지면서 또 다른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지금까지의 양호한 일본 증시 흐름이 저금리, 엔저와 함께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 일본 경제의 긍정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적절한 인플레이션 레벨로의 안착이라는 보다 어려운 스텝이 기다리고 있다. 향후의 통화 정책 변화와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보다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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