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反中 라이칭더 택한 대만, 새 정세에 정밀 대응을

입력 2024-01-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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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정세가 안갯속이다. 그제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의 친미·독립 성향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했다. ‘미·중 대리전’에서 대만 민심이 미국을 택한 셈이다. 총선 양상은 좀 다르다. 두 거대정당(민진당, 국민당)이 51석과 52석을 나눠 가졌다. 제3당인 대만민중당은 기존 5석을 8석으로 늘렸다. 제3당이 의회 진로를 좌우하게 된 셈이다.

라이 당선인은 베이징이 중시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 군사 협력, 한국·일본과의 경제 공조에는 우호적이다. 중국은 그동안 반중 후보가 당선되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긴장이 고조될 것이란 압박을 불사해 왔다. 갈등 증폭은 피하기 어렵다. 양안만이 아니다. 미·중 갈등 수위도 높아지게 됐다.

중국은 “이번 결과는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다”며 “조국이 결국 통일될 것”이라고 했다. 불편한 내심을 드러낸 것이다. 5월 라이 당선인 취임 전까지 압박 강도를 높일 공산이 크다. 대만해협에서 대대적인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만 문제는 미국으로선 패권 경쟁 대상자인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지렛대다. 중국이 대만해협 등에서 선을 넘을 경우 미국이 군사력 동원을 포함한 적극 개입을 주저할지 의문이다.

특히 대만은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를 통해 공급망 재편 및 강화로 독립 정권 유지에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도로 한국·대만·일본이 참여한 ‘칩4 동맹’의 결속력도 단단해질 것이다. 중국으로선 눈엣가시가 될 수 있다.

대만 민심이 택한 정치 지형은 우리나라 외교안보엔 도전적 과제다. 경제적 측면의 변수도 많다. 새 정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국익을 중시하는 정밀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대만과는 비공식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미·중 관계가 악화할수록 한국도 자유 진영의 일원으로서 선명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 가치외교는 우리 존립의 기반이다. 국가적 원칙에 등을 돌리지 않되 지정학을 꿰뚫어보는 지혜와 통찰로 국익을 지켜야 한다.

컨틴전시 플랜도 필요하다. 한국 해상 운송량의 3분의 1가량이 대만해협을 통과한다. 경제연구기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최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10조 달러(약 1경3000조 원) 감소하는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대만을 제외하고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당할 것이라고도 했다. 적색 경고등이 켜진 만큼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작금의 지정학 구도가 딱 그렇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2년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한다. 6월에는 안보리 의장국을 맡게 된다. 국제 안보외교의 한복판에서 동북아 안보 환경을 주도적으로 챙기고 안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근래 들어 탄탄해진 한미 동맹, 한미일 3국 협력과 우리 국력을 바탕으로 동북아 지정학 위험 지수를 낮추는 데 힘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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