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취급 하더니…'귀한 몸' 된 우라늄 [이슈크래커]

입력 2024-01-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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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원자력 발전의 원료가 되는 우라늄 가격이 17년 만에 최고가를 갱신했습니다. 우라늄 시장 정보제공업체 UxC에 따르면 우라늄의 주요 거래 형태인 삼산화우라늄의 현물 가격이 8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파운드당 92.50달러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우라늄 1파운드가 약 12만 2000원에 거래되고 있는건데요. 지난해 초 우라늄이 파운드당 약 6만 4000원으로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사이 파운드당 우라늄 가격이 약 2배가량 상승한 것입니다.

문제는 우라늄 가격의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급격하게 증가한 우라늄 수요량을 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세계원자력협회(WNA) 분석에 따르면 2040년까지 전 세계는 지금보다 80% 더 많은 우라늄을 필요로 하게 될 전망인데요. 수치로 추산하면 연간 우라늄 11만2300t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우라늄 가격이 지금처럼 고공행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우라늄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외면 받던 우라늄,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던 이유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그동안 우라늄은 국제사회의 탈원전 기조 아래 각국 정부로부터 외면당해 왔습니다. 인류는 20세기 후반부터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 한 지역을 송두리째 파괴한 원전사고들을 경험하며 원전의 위험성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세기가 바뀐 지금까지도 사건 현장에 방문하지 못할 정도니 그 위력이 엄청나다고 할 수 있겠죠.

특히, 아무리 정부에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할지라도 지진 등의 자연재해로 인해 갑작스럽게 원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습니다. 이에 국제사회에서는 유럽을 시작으로 원전 가동을 중단하거나 점차 줄여 가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탈원전 시도 선두주자는 이탈리아였습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이탈리아는 국민투표를 거쳐 탈원전을 결의한 뒤 1990년 운영을 중단한 마지막 원전을 끝으로 세계 첫 탈원전 국가가 됐습니다. 이후 스웨덴, 독일 등도 이에 합류했고요. 한국 역시 지난 정권이었던 문재인 정부 때 탈원전 정책을 추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유류세 상승 등의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에너지 비용 부담이 증가하자 탈원전 기조를 내비쳤던 국가들이 하나둘 원자력 에너지를 재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탈원전 목표를 달성했던 이탈리아도 예외는 아니었죠. 국제사회에서 ‘위험하고 대체되어야 하는 에너지’로 치부됐던 원자력 에너지는 어느새 ‘안전하고 깨끗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간주되기 시작했습니다. 원전 가동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던 유럽의 녹색당 등은 온실가스 감축에 원자력 발전이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일부 인정하며 원전 재도입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했죠.

최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한국과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국가는 2050년까지 세계 원자력 에너지 발전 용량을 2020년 대비 3배로 늘리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 정부가 신규 원자로 건설과 기존 원전 수명 연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죠.

문제는 국제사회가 입 모아 탈원전을 외치는 사이 이미 원자력 발전의 원료가 되는 우라늄을 생산 광산이 폐쇄되거나 개발이 중단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주요 우라늄 생산국들의 우라늄 생산량은 2016년부터 2021년 사이에 대폭 줄었는데요. 다시 광산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우라늄 광산의 경우 생산 가능한 정도에 도달하려면 20년~40년의 광산 개발 및 생산 기간이 필요하기에 개발에 들어가도 당장 부족한 수요량을 충족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우라늄 기업 전문 상장지수펀드 관계자는 “허가 일정 등으로 인해 공급을 확대하는 속도가 매우 더디다는 점에서 우라늄 시장은 유조선 업황과 비슷하다”라고 표현하기도 했죠. 이처럼 우라늄 수요량이 늘어나는 속도를 공급량이 확대되는 속도가 따라잡기 어렵다는 점은 우라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이?…우라늄까지 쓸어 담는 중국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여기에 중국이 세계 전역에서 우라늄 확보 쟁탈전에 돌입했다는 점도 우라늄 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세계 2위 원자력 발전국인 중국은 전 세계에 건설 중인 신규 원자로의 절반에 해당하는 원자로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현재 원자력 원료를 자급자족하는 국가를 목표로 우라늄 수요의 3분의 1을 국내에서, 3분의 1은 해외 광산 투자로, 나머지 3분의 1은 시장에서 구매하고 있는데요. 2020년대까지 해당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중국의 결연한 의지에 런던의 우라늄 투자회사 옐로케이크의 CEO 안드레 리벤버그는 “중국이 새로운 우라늄 공급을 찾아 곳곳을 다니고 있다”며 “중국이 2020년대에 원자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우라늄이 필요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국영우라늄공사(CNUC)와 중국종합원자력그룹의 자회사들이 나미비아, 카자흐스탄 등에 있는 우라늄 광산들을 인수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우라늄 싹쓸이’에 돌입한 가운데 서방 에너지 기업들이 우라늄 확보로 인한 어려움에 부딪힐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우라늄의 60%가 러시아, 중국, 니제르, 카자흐스탄 등의 국가에서 공급되고 있는데 해당 국가들의 대외 정세적 상황에 따라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리벤버그는 “만약 러시아가 우라늄 공급을 끊기로 결정한다면 서방 전력기업들은 러시아로부터 독립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까지 향후 5년간 혼란에 빠질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우라늄 가격의 고공행진, 멈출 것인가

▲(출처=한국자원정보서비스 광물가격 그래프 캡처)
▲(출처=한국자원정보서비스 광물가격 그래프 캡처)
각국의 에너지 비용 부담 증가와 온실가스 감축 노력, 탈원전 시대에 침체된 우라늄 생산 광산과 중국의 우라늄 싹쓸이 전략까지 우라늄 가격이 고공행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살펴봤는데요.

당분간 우라늄 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24시간 내내 가동돼야 하는 원전 특성상 가격이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뿐더러 러시아를 제외한 서방의 주요 우라늄 공급업체인 우렌코와 오라노의 생산 상황도 크게 나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BoA 글로벌 리서치는 2024년, 2025년 우라늄 현물 가격을 각각 파운드당 105달러, 115달러로 예상했습니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채굴 원자재보다 우라늄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크다”며 “2024년 2분기까지 우라늄정광 가격이 파운드당 95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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