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이후 처음”...서구권, 밀린 무기 주문에 공급 제약 직면

미사일·항공기·잠수함 등 수요 증가
방산기업 상위 10곳 수주만 956조 원
첨단 정밀방어 체계, 납품까지 2~3년

▲이스라엘의 대공방어 요격 미사일 시스템 '아이언돔'이 지난해 10월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을 요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까지 터지면서 글로벌 무기산업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다만 지극히 제한적인 공급량이 문제다. 첨단 요격 미사일의 경우 지금 주문해도 실전에 배치될 때까지 최소 2~3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적의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나삼스(Nasams)’ 방어포대 하나를 생산하고 구축하는 데 2년이 걸린다. 그런데도 2~3년 치 주문이 밀려있다”라며 “나삼스는 2022년 우크라이나에 처음 실전 배치됐을 당시 러시아의 순항 미사일과 드론을 상대로 격추 성공률 100%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서방 세계가 더 많은 지정학적 위기에 직면하면서 첨단 무기체계 시스템에 대한 주문이 폭증하고 있지만 제한적 공급량이 문제”라며 “지금 주문해도 실전 배치까지 최소 2~3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서방세계는 더 많은 무기를 신속히 생산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재래식 무기를 선제방어하는 방어체계 대부분은 첨단 정밀무기들이다. 이를 생산해 실전에 배치할 때까지 적잖은 시간과 과정이 필수다.

나삼스 미사일 방어 체계의 경우 금액만 12억 달러에 달하지만 쏟아지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달 27일 독일과 네덜란드 등 나토(NATO) 회원국 대공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1000개의 패트리엇(요격 미사일)을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액만 55억 달러에 달한다.

단순히 미사일을 넘어 대함 미사일·전투기 핵심부품 등을 생산하기 위해 글로벌 주요 방산업체는 현재 가동률 100%를 넘겨 풀가동 중이다. 나삼스 체계를 생산 중인 노르웨이 ‘콩스베르그’사는 24시간 교대 근무하며 주 7일 공장을 돌리고 있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의 전망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서방세계 무기 기업 상위 10곳의 주문량만 7300억 달러(약 95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무기산업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문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전쟁을 가정한다면 재고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서구권이 한국전쟁 이후 이와 같은 공급 제약에 직면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국가전략연구센터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뮬레이션’을 공개하면서 “대만을 지원하는 미국은 전쟁 발발 첫 주에 장거리 대함 미사일 고갈사태를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재래식 무기를 바탕으로 첨단화 과정을 거친 최근 무기체계는 생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여기에 천문학적인 비용까지 추가되는 만큼 적정 재고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