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도, 너무 오르네요" 또 ‘치킨게임’ 나선 치킨업계 [이슈크래커]

입력 2023-12-27 16:21 수정 2023-12-2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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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c 인기 메뉴 ‘뿌링클’. (출처=bhc 공식 인스타그램)
▲bhc 인기 메뉴 ‘뿌링클’. (출처=bhc 공식 인스타그램)
치킨 프랜차이즈 bhc가 가격 인상을 발표했습니다. bhc의 가격 인상은 2년 만의 일인데요. 후라이드 치킨과 대표 메뉴 뿌링클 등 평균 인상률은 12.4%입니다.

bhc는 29일부터 치킨 메뉴를 비롯한 85개 제품의 권장 소비자 가격을 500~3000원 인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뿌링클 가격은 기존 1만8000원에서 3000원이 올라 2만1000원에 판매됩니다. 맛초킹과 양념치킨도 3000원이 비싸진 2만1000원으로 가격이 정해졌죠. 후라이드 치킨과 골드킹은 1만7000원에서 2만 원으로, 바삭클은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각각 조정됐습니다.

bhc 측은 이번 가격 인상 배경으로 “주문 중개 수수료와 배달 대행 수수료,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 지속되는 원부자재 가격의 인상 등으로 악화한 가맹점 수익 개선을 위해 부득이하게 가격 조정에 나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입장,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나요? 맞습니다. 올해 4월 치킨 가격을 인상한 교촌치킨도 유사한 발표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당시 교촌치킨의 가격 인상 발표를 시작으로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역시 인상 행렬에 동참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는데요. 걱정은 현실이 됐습니다.

▲(사진제공=bhc)
▲(사진제공=bhc)
bhc “고정비에 주문 중계, 배달비 부담까지 가중…어렵게 결정한 사안”

bhc의 가격 조정은 2021년 12월 이후 2년 만입니다. bhc 측은 “그동안 가맹점 수익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과정에서 가맹본부는 공급사의 80여 개 원부자재 가격 인상분 352억 원을 자체 부담하고 있었다”며 “상생지원금 100억 원 출연 등 가맹점의 부담을 줄이고자 노력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가맹점주들의 추가적인 수익 개선 요구가 이어지면서 한계점에 이르러 가격을 어쩔 수 없이 올렸다는 입장이죠.

실로 올해 수차례 진행된 가맹점주와의 상생 간담회에서 협의회 대표들은 실질적인 수익 개선을 위한 가격 인상 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습니다. 이들은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비용 상승에 주문 중계, 배달 수수료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다면서 본사 측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죠. 그때마다 bhc치킨 가맹본부는 소비자물가 안정 차원에서 협의회를 설득해 가격 조정을 최대한 자제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hc치킨 측은 “그동안 물가 안정을 위해 가맹본부와 협의회 양측이 서로 신뢰를 갖고 일정 부분 고통 분담을 해 왔다”며 “그러나 주문 및 배달 수수료, 인건비, 임대료 등의 고정비 상승으로 수익이 너무 악화된 가맹점주들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가격 인상 촉구에 심도 있게 고민하고 어렵게 결정한 사안”이라고 전했습니다.

bhc는 이번 소비자 판매가 조정과 함께 가맹점의 원부자재 공급가도 품목별로 평균 8.8% 인상합니다. bhc 가맹본부는 점주들의 주문 중개 수수료 마케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초기 2개월간 지원금을 책정해 놓은 상태죠.

▲교촌 오리지날. (출처=교촌치킨 홈페이지 캡처)
▲교촌 오리지날. (출처=교촌치킨 홈페이지 캡처)
치킨플레이션 시작…치킨 3사 모두 ‘3만 원’ 육박

치킨 가격 인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5월 치킨 3사 중 제너시스BBQ가 전 품목 가격을 2000원 올렸으며, 교촌치킨도 올해 4월 품목별로 최대 3000원까지 인상했는데요. 이에 BBQ 인기 품목인 황금올리브치킨 콤보는 2만4000원, 교촌치킨의 허니콤보는 2만3000원에 가격을 형성했습니다. 여기에 배달비 3000~4000원을 더하면 소비자가 부담할 치킨 가격은 2만7000~2만8000원 수준이죠.

당시 BBQ는 가맹점 대상으로도 올리브오일, 치킨무 등 원부자재 총 39종에 대해 평균 19.5%를 인상했는데요. 이는 2018년 이후 4년 만의 원부자재 가격 인상이었습니다.

BBQ 측은 “수개월 동안 협력업체 공급가격 인상분을 본사가 전액 부담함으로써 최대한 판매가격과 공급가 인상을 자제해 왔으나, 현재 인상분을 본사가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지난 12일 패밀리들과의 소통창구인 ‘동행위원회’를 통해 판매가 인상을 결의했고 가장 가파르게 오른 원재료에 대해 공급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한 바 있죠.

교촌치킨 측도 “본사를 통해 2014년 이후 10년간 주요 원자재 가맹점 납품가를 동결하는 등 동종업계 대비 낮은 제품 가격대를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최근 본사 지원이 한계에 부딪히며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bhc도 이번에 가격을 인상하면서 치킨 3사의 제품 가격이 모두 2만 원 중반대에 형성, 배달비까지 더하면 3만 원에 육박하게 됐습니다.

▲서울시내 교촌치킨의 모습. (뉴시스)
▲서울시내 교촌치킨의 모습. (뉴시스)
후폭풍 거세게 맞은 치킨업계…교촌치킨, 업계 1위도 내줬다

치킨이 ‘국민 간식’인만큼 업계의 가격 인상 행렬은 소비자들에게 당연히 달갑지 않습니다.

특히 교촌치킨은 허니콤보, 반반콤보 등 인기 메뉴 가격을 한 번에 3000원씩 올리면서 ‘무리한 가격 인상’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는데요. 가격에 부담을 느낀 일부 소비자들이 교촌치킨과 맛이 비슷하고 가격은 저렴한 제품을 찾아 나서기도 했습니다.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는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교촌치킨은 10년 넘게 지켜온 업계 1위(매출 기준)도 넘겨줘야 했는데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의 개별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4989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29억 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89.8% 급감했습니다.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보다 88.1% 쪼그라든 26억 원에 그쳤죠.

1위 자리를 차지한 건 bhc였습니다. bhc는 지난해 매출액이 5075억 원으로 치킨업계 최초로 5000억 원을 돌파했는데요. 독자경영을 시작한 2013년 이후 10년 만의 쾌거였죠. 영업이익도 1418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당시 bhc의 선전에는 적극적인 연구개발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bhc치킨의 지난해 개발비는 6억2470만7000원으로, 전년 대비 17% 늘었습니다. 반면 교촌치킨의 경상연구개발비는 1억763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12.7% 줄었죠. bhc는 교촌치킨 대비 6배에 달하는 개발비를 투입하면서 지속적으로 신메뉴를 연구, 개발하면서 호평을 얻고 실적까지 챙긴 것으로 분석됩니다.

▲모델이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즉석조리식품 코너에서 ‘크런치 콘소메 치킨’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쇼핑)
▲모델이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즉석조리식품 코너에서 ‘크런치 콘소메 치킨’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쇼핑)
가격 인상만이 답?…소비자에게 ‘가치’ 납득시켜야

문제는 치킨업계의 가격 인상과 소비자들의 외면이 매년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치킨 가맹점들의 평균 매출은 273억 원으로 전년보다 2.2% 줄어들었습니다. 가맹점의 30.0%는 평균 매출액이 1억 원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악화한 수익성을 상쇄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 소비자의 부담은 가중됩니다. 소비자 반발이 커지면 또 매출이 줄어들죠. 그야말로 경쟁 체제에서 모두가 파국으로 치닫는 ‘치킨게임’과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는 실정입니다.

가격을 올린다고 수익성이 반드시 개선되는 것도 아닙니다. 최근 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계에서 ‘반값 치킨’을 출시하면서 먹거리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인데요.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눈을 돌릴 수 있는 제품들이 즐비하다는 겁니다.

GS25는 15일 대표 치킨 상품인 ‘쏜살치킨’을 리뉴얼 출시했는데요. 가격은 기존 1만3000원에서 1만1900원으로 인하했습니다. 수요는 곧바로 늘었죠. GS25에 따르면 쏜살치킨 매출(15~19일)은 직전 동기 대비 5배(416.3%)가량 증가했는데요. 단돈 79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배달, 픽업 주문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이 6배(506.9%) 늘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연말을 맞아 이달 말까지 후라이드 한 마리 치킨을 30% 할인한 9900원에 선보입니다.

앞서 ‘당당치킨’으로 반값 치킨 돌풍을 일으켰던 홈플러스는 연말을 맞아 치킨 두 마리를 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내놓은 바 있습니다. 23~25일까지 ‘당당 두마리옛날통닭’을 9900원에 선보이면서 인기를 끌었죠.

물론 프랜차이즈 전문점의 치킨과 유통업계가 이벤트성으로 선보이는 치킨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순 없습니다. 다만 치킨업계의 가격 인상에 반드시 전제돼야 하는 요소가 있는데요. 바로 ‘가치’입니다.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건 가치인데, 제품의 가치와 가격의 정당성을 소비자에게 합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치킨업계는 가격 인상이 실적 부진을 상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과 부작용까지를 명심해야겠는데요. 품질 강화로 기존 고객을 지키고, 신메뉴를 꾸준히 출시하는 등 신규 고객을 계속 견인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데 열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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