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죽음의 바다’ 흥행으로 살펴본 역대 이순신 [요즘, 이거]

입력 2023-12-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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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적들을 살려보내서는 올바로 이 전쟁을 끝낼 수 없다”
(영화 노량 中)

연말 극장가에 이순신 신드롬이 불고 있습니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마지막 이야기인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개봉 7일 만에 236만 명을 돌파했는데요. 앞선 전반부의 지루하다는 비판에도 후반부 100분간 노량 앞바다에서 펼쳐지는 혈전은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충분하다는 평입니다. 특히 신기전, 대장군포를 뿜어내는 해상전투신과 뒤이어 펼쳐지는 백병전 롱테이크신은 이번 작품의 백미입니다.

김윤석,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로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이번 ‘노량: 죽음의 바다’는 연기력으로도 관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순신 역의 김윤석은 ‘아들을 잃은 아버지’ 이순신과 승리로써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진 ‘조선의 삼도수군통제사’를 동시에 표현해내며 평단의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오로지 승리만을 갈구하며 부하들의 죽음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이순신의 모습에 관객들은 “3부작 중 가장 인상깊게 이순신 장군을 그려냈다”, “소름끼쳤다”는 반응입니다.

과거 방송가에서는 이순신 장군 역할을 온전히 소화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했습니다. 성웅으로 칭송받는 국민적인 영웅의 일대기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배우의 이미지와 무게감, 연기 내공 3박자를 모두 갖춰야만 했기 때문인데요. 서애 류성룡은 본인의 저서 징비록에서 이순신 장군의 용모에 대해 ‘이순신은 말과 웃음이 적었고 용모는 단아했으며, 항상 몸과 마음을 닦아 선비와 같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을 다루는 작품이 많아지다 보니, 이전과는 다르게 작품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에 따라 ‘이순신’이라는 인물의 캐릭터가 조금씩 재해석되곤 하는데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이순신 장군을 표현함에 있어 크게 ‘지장’과 ‘용장’의 면모로 나뉩니다.

본격적으로 이순신 장군을 안방극장에 부활시킨 배우는 1985년부터 1986년까지 방영된 MBC ‘사극 조선왕조 오백년-임진왜란’에서 이순신 역을 맡은 故 김무생입니다. 출중한 풍채에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대배우답게 신념에 가득찬 ‘내강외유’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보여주며 향후 이순신 캐릭터의 기틀을 잡았다는 평가입니다.

김명민·김석훈·박해일, ‘지략가’ 이순신 선보여

‘조선왕조오백년’ 종영 이후 18년 뒤, 겁없는 30대 초반의 젊은 배우가 이순신 역할에 다시 도전하게 됩니다.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 역을 맡은 배우 김명민입니다. 그간 조연 역에 전전하던 무명배우 김명민은 이 계기로 ‘연기 본좌’ 타이틀을 획득,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됩니다. 김명민은 104부작이나 되는 대하드라마에서 청년부터 노년의 이순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2005년 연기대상을 수상하게 되는데요. 백성들을 누구보다 사랑하며 적에게 자비심 없는 이순신 장군을 표현해 시청자들의 뇌리 속에 지금까지도 대체불가한 배우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5년에는 서애 류성룡 선생을 주인공으로 한 KBS 드라마 ‘징비록’에서는 김석훈이 이순신 장군 역을 맡게 되는데요. 김명민이 분했던 이순신 장군에서 감정적인 연기를 절제하며 좀 더 냉철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잘 살렸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가장 최근에 지략가 이순신을 선보이느 배우는 박해일입니다. 2022년 영화 ‘한산:용의 출현’에서는 이순신 장군을 철저한 지장의 모습으로 그려내는데요. 어떤 상황에도 아무런 감정에 동요가 없는 연기를 선보이며 철두철미한 병법가이자 승리를 갈구하는 지휘관의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기존 이순신 장군의 캐릭터를 토대로 좀 더 강인한 이순신 장군의 모습으로 차별화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기존 이미지 타파한 ‘용장’ 이순신... 박중훈·최민식·최수종

‘용장’으로써의 모습이 부각된 작품은 2005년작 ‘천군’인데요. 배우 박중훈이 청년 이순신 역을 맡아 어리숙하지만 정의감에 가득찬 캐릭터를 표현했습니다. 과거 급제 이전의 이순신을 코믹한 연기로 승화시키며 점차 성장하는 성장형 주인공의 모습을 잘 그려냈습니다.

2014년 ‘명량’에서는 최민식이 캐스팅 당시만 해도 연기력에서 이견은 없으나 되려 지나치게 선이 굵은 연기파(?)인 점에서 이순신 장군의 이미지와 적합하지 않는다는 시선이 있었죠. 하지만 미친 연기력을 발산하며 우려를 불식시켰습니다. 최민식의 연기력과 처절한 해상백병전이 어우러지며 명량은 그해 130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극장가를 평정했습니다.

2016년 KBS 드라마 ‘임진왜란1592’에선 최수종이 ‘용장 이순신’의 배턴을 이어받았는데요. ‘지장’의 모습 보다는 부하들을 열정적으로 독려하는 ‘용장’의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기존 이미지와는 배치되는 부분이 있어 호불호는 있었으나 연기 자체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끌어냈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으로 세종대왕과 항상 함께 거론되는 이순신인 만큼 이순신을 다루는 콘텐츠는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요. 과연 앞으로 어떤 배우가 어떤 모습의 이순신을 그려낼 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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