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AI로 도약하는 ‘날씨예측’의 과학

입력 2023-12-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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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반도를 덮친 이번 겨울 첫 강추위가 물러났다. 며칠 동안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저 온도가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고 낮에도 영하에 머물면서 전력사용량이 급증했다. 그런데 이번 추위는 지지난주 주간 일기예보에서 예측한 시나리오와 꽤 비슷하게 진행됐다. 심지어 서울에서 가장 추웠던 22일 최저 기온은 영하 14.7도로 예상값인 영하 14도를 거의 재현했다.

사실 일기예보라는 게 잘해야 본전이라 이런 놀라운 결과를 내놓아도 칭찬받는 일은 거의 없다. 대신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면, 특히 비나 눈이 오는지 여부와 왔을 때 강수량에 차이가 크면 기상청은 원망의 대상이 된다.

1850년대 들어 과학적 일기예보 시작

날씨란 대기의 공기 흐름 결과로 수많은 변수가 개입되는 복잡한 물리 현상이라 필자처럼 미분방정식 같은 배경이 되는 지식을 공부해본 사람은 지금 수준으로 날씨를 예측한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저녁노을이 예쁘면 다음 날 날이 맑다’와 같이 인류는 오래전부터 날씨를 예측했다. 그러나 과학적 방법을 도입한 본격적인 일기예보 시도는 1850년대 시작됐다. 프랑스를 비롯한 연합군과 제정 러시아가 맞붙은 크림전쟁에서 폭풍으로 연합군 함대가 치명적 타격을 입은 사건이 계기가 됐다.

프랑스 국방부는 파리 천문대 르베리에 소장에게 폭풍의 진로 예측 가능성 여부를 의뢰했고 르베리에는 폭풍이 지중해에서 발생해 이동했음을 파악한 뒤 기상관측소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1857년 프랑스는 국내외 19곳에 기상관측소를 설치했고 1863년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 최초로 일일 일기도를 만들었다.

그 뒤 세계 각국은 곳곳에 기상 관측소를 설치했고 처리할 데이터가 급증하자 1950년대부터 막 발명된 컴퓨터를 도입해 사람의 계산으로는 불가능한 시간의 한계를 극복했다. 1960년대에는 기상 위성을 쏘아 올려 지구 전역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더했다. 그 뒤 수치 모델을 다듬어 오늘날 일기예보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일기예보의 정확도는 꾸준히 높아져 기상학자들은 이를 가리켜 ‘조용한 혁명’이라고 부를 정도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예측에 실패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기상관측 데이터를 더 모으고 수치 모델을 개선하면 정확도를 약간 올릴 수 있겠지만 완벽한 예측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날씨는 소위 카오스라고 불리는,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성격의 물리 현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일기예보도 슈퍼컴퓨터의 엄청난 계산에 의존하므로 정확도 개선을 위한 추가 장비 설치와 가동 에너지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

최근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새로운 날씨 예측 방법을 소개한 논문이 실렸다. 바로 AI(인공지능)를 적용한 일기예보 시스템 그래프캐스트(GraphCast)로 2016년 AI 알파고를 개발해 바둑 애호가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구글 딥마인드 팀이 개발했다. 그래프캐스트 역시 알파고와 마찬가지로 딥러닝이라는 방법을 통해 1979년부터 2017년까지 39년에 걸친 기상관측 데이터를 학습한 뒤 이를 토대로 최근 기상관측 데이터의 패턴을 분석해 날씨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이다.

▲일기예보는 먼 미래일수록 정확도가 떨어져 의미 있는 결과를 내는 한계는 10일 정도다. 현재 최고의 수치 모델(HRES)과 AI 프로그램(GraphCast)이 예측한 값의 정확도(ACC)를 비교한 그래프로 중기예보에서 AI가 약간 낫다. (제공 ‘사이언스’)
▲일기예보는 먼 미래일수록 정확도가 떨어져 의미 있는 결과를 내는 한계는 10일 정도다. 현재 최고의 수치 모델(HRES)과 AI 프로그램(GraphCast)이 예측한 값의 정확도(ACC)를 비교한 그래프로 중기예보에서 AI가 약간 낫다. (제공 ‘사이언스’)
AI 덕에 예측력 높아졌지만 아직은 불완전

논문에 따르면 그래프캐스트의 중기예보(주간예보에 해당) 정확도는 오늘날 최고의 수치 모델을 사용하는 유럽중기기상예측센터(ECMWF)의 예측값보다 더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즉 1380개 항목 가운데 90%에서 실제에 더 가까운 값을 내놓았다. 놀라운 점은 센터의 수치 모델은 무려 100만 개의 프로세서가 장착된 슈퍼컴퓨터가 몇 시간 동안 계산해야 하지만 학습을 마친 그래프캐스트는 노트북에서 단 몇 분만에 결과를 내놓는다는 점이다.

유럽중기기상예측센터는 지난 10월부터 그래프캐스트를 도입해 기존 수치 모델과 함께 사용하고 있다. 그래프캐스트가 많은 면에서 더 나은 결과를 내놓기는 하지만 딥러닝에 기반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방식을 개발자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블랙박스라고 부르는 이유다) 여기에 전적으로 의존하기에는 아직 위험성이 있다.

날씨는 본질적으로 100% 예측이 불가능한 카오스 현상이라지만 AI가 가세하면서 앞으로 일기예보가 틀려 골탕먹는 빈도는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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