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주목되는 美中 ‘긴장의 한계’

입력 2023-12-04 05:00 수정 2023-12-0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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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서 소통 채널 복원 ‘진일보’
관계개선 못했지만 파국회피 확인
‘경쟁 속 대화’ 정착시킬지가 관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5~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1년 만에 다시 만났다. 비록 지난 1년 동안 양국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여름부터 시작된 활발한 외교 활동으로 양국의 분위기는 개선되고 있었다.

당시 바이든 내각의 최고위 관료들이 베이징을 방문하면서 교류가 시작되었고, 이때부터 이번 정상회담의 물밑작업이 진행됐다.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의 뿌리깊은 갈등의 골 때문에 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치는 낮았다. 미중 모두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최선의 목표라고 인식했다.

하지만 정상회담을 앞두고 여러 의제가 언론에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엿보였다. 주요 의제에는 군 간 대화채널의 복원, 펜타닐 물질에 대한 협력, 군사 분야의 인공지능(AI) 사용 제한, 반도체 수출통제 문제 등이 포함되었다.

이들 중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의제는 양국 군 간 통신 채널을 재개해 군사적 긴장 관계를 해소하는 것이었다. 양측은 투명성을 강화하고 위험한 오판을 방지하기 위해 군 간 통신 채널을 재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미중 간 국방 대화가 재개되었지만, 남중국해를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보에 대한 양국 간 근본적인 의견 차이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양국 정상은 대만의 지정학적 위험에 대해서 여전한 인식 차이를 보였다. 시진핑은 미국에 대만 문제 개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대만에 대한 군사 공격 계획에 대해서는 부인하면서도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언급했다.

회담이 끝난 후 바이든은 시진핑을 ‘독재자’라고 불렀다. 이는 양국 관계에서 가장 위험한 문제에 대한 솔직한 대화였다.

중국은 펜타닐 제조에 사용되는 성분의 멕시코 수출을 규제하기로 동의했고, 이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마약 유통이 줄어들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중국은 2016년과 2018년에도 비슷한 합의를 했지만, 이 약속은 거의 이행되지 않았다.

양국 정상은 자율무기 체계와 핵무기와 관련해 인공지능 사용을 제한하는 논의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다만 AI의 군사적 이용을 둘러싸고 무인기 공격이나 핵무기 관리에 AI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의견 조율이 이뤄졌다. 향후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군사용 AI 사용 문제에 대한 논의를 계속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또한 첨단 반도체에 대한 수출 통제 해제를 거부했다. 그리고 중국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제재 조치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반도체산업 육성을 통해 첨단무기, 감시장비, AI 시스템 등을 개발하려는 중국은 미국의 이런 강경한 입장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종합하면,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상존하는 위험을 줄이고, 불필요한 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대화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즉 양국은 긴장의 ‘한계’를 설정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점에서 미중 간의 긴장이 완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이번 만남은 양국 간 갈등 해소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소통 채널이 많이 생긴다는 것은 앞으로 기대해볼 부분이 많다는 의미이다. 서로를 경쟁하는 관계로 인정하되 대화의 끈은 놓지 말자는 게 이번 미중 만남의 성과다. ‘경쟁 속 대화’가 뉴노멀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물론 한 번의 회담으로 양국 관계를 재설정하기에는 산적한 현안들이 너무 많고, 상호 간 신뢰는 너무 약하다. 게다가 미국과 대만은 다가오는 선거 때문에 정치적인 역학관계도 복잡하다.

이번 회담에서 관계 개선을 위한 큰 진전은 없었지만, 양국 관계의 추가적인 악화를 막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번 회담은 주요 영역에서 양국 간 협력의 길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이번 APEC 참가국들은 양국 관계가 안정되기를 희망한다. 미중 간 경제 분리와 군사 경쟁 심화는 인도 태평양 지역의 경제와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긴장된 미중 관계는 전쟁과 같은 초국가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제적 노력을 방해한다.

APEC에는 모두 2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이외 국가들은 미중이 관계 개선의 기반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세계 무대에서 자제력과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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