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커닝에 성적표 사전유출까지...31살 수능 잔혹사

입력 2023-11-14 10:00 수정 2023-11-1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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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수능 당일 안정적 시험 시행 위한 지원대책’ 발표
이주호 부총리 “수능 시험일까지 비상대응체계 유지”

16일 치러지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코앞에 두고,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초초한 마음과 이른바 ‘킬러 문항’ 사태 이후 치러지는 첫 수능에 긴장감이 한층 더해지는 분위기다.

올해로 31년째를 맞는 수능의 역사는 평탄치만은 않다. 대규모 조직적 집단 커닝으로 인한 성적무효 사건, 시험 종료 2분 일찍 울린 종, 성적표 사전 유출 등 수십만 명의 학생들이 동시에 치르는 시험인 만큼 사건사고도 많았다.

교육부가 최근 ‘수능 당일 안정적 시험 시행 지원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수능 시험을 둘러싼 각종 사건사고를 되돌아봤다.

▲2004년 치러진 수능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들이 사용한 송신용 휴대전화. 뚜껑이 없어 정답 신호를 보내기 좋은 점을 이용했다. (연합뉴스)
▲2004년 치러진 수능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들이 사용한 송신용 휴대전화. 뚜껑이 없어 정답 신호를 보내기 좋은 점을 이용했다. (연합뉴스)

대규모 집단 조직적 수능 커닝 사건

2005학년도 수능에선 조직적 대규모 집단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이른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시험장에서 문제를 풀어, 외부에서 대기하고 있던 관리자에게 정답을 전송한 후, 시험장에 입실해 있는 고객들에게 정답을 전송하는 수법이었다. '고객'들은 한 과목당 50만~70만 원을 주고 정답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으로 수능 응시생 총 314명의 성적이 무효처리됐다. 이를 계기로 시험장에 전자기기 반입을 철저히 금지하고, 한 고사실 당 수용가능 인원을 32명에서 28명으로 줄이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마련됐다.

포항 지진, 수능 하루 전 일주일 연기

2018학년도 수능은 포항 지진이 발생하면서 천재지변으로 인해 처음으로 시험이 연기되는 해로 기록됐다. 그해 수능은 일주일 연기됐다. 시험 몇시간 전에 발표된 연기로 입시 일정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대학별 면접 및 논술 고사를 비롯해 수능 성적 통지일, 원서 접수, 합격자 발표까지 모든 것이 연기됐다. 수능 출제위원과 인쇄요원의 합숙기간도 덩달아 연장됐다. 전국 고3 학생들은 학교에서 버렸던 문제집을 다시 찾느라 분주했고, 학원엔 버렸던 참고서와 문제집을 다시 찾아가려는 수험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몇몇 학원들은 ‘7일 파이널 특강’ 같은 문구로 일주일 특강 광고를 내 눈총을 받기도 했다.

▲2018학년도 수능이 연기된 서울 대형 입시학원 옥상에서 수험생들이 전날 버렸던 문제집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2018학년도 수능이 연기된 서울 대형 입시학원 옥상에서 수험생들이 전날 버렸던 문제집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후임병에 '대리 수능' 부탁한 선임

현역 병사가 선임병의 부탁을 받고 2020학년도 수능에 대리 응시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수험표에는 현역 병사가 아닌 선임병의 사진이 붙어 있었지만 시험감독관의 수험생 신분 확인 절차에서 적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대에 다녔던 선임병은 이렇게 부정하게 얻은 수능 점수로 서울 소재 여러 대학에 지원, 실제 한 대학에 합격했다. 당시 현역 병사는 선임병 사진으로 대리 응시한 사실이 사후 제보로 적발돼 경찰 수사와 재판 등 사법 절차가 진행됐다. 대리 시험을 부탁한 선임병에게는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수능 성적 공식 발표 전 사전 유출

2020학년도 수능 성적이 공식 발표되기도 전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서 성적이 사전 유출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2019년 12월 1일 3시간가량 수험생 300여 명이 평가원 성적증명서 발급 사이트에서 성적표를 사전 조회하고 출력했다. 한 졸업생이 1일 밤 인터넷 카페에 2020학년도 수능 성적표를 미리 출력하는 방법을 공개한 뒤 순식간에 성적 확인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평가원은 사과했지만,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야기했을 뿐 아니라 국가가 주관하는 수능의 신뢰를 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나아가 당시 수시모집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했는지 사전에 알게 되는 만큼 공정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능 종료 2분 일찍 울린 종

2021학년도 수능에서는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이 예정보다 일찍 울리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 강서구 한 수능 시험장에서 탐구영역 시험이 진행된 4교시 첫번째 선택과목 시험 도중,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이 예정보다 2~3분 일찍 울렸다. 일부 학생들은 시험 종료 시각에 이르지 않았음에도 종료 종이 울렸다며 항의했으나, 감독관은 시험지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감독관들은 시험 종료 종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학생들에게 시험지를 나눠주고 2분간 문제를 더 풀게 했다. 시험지를 재배부한 뒤 다시 거두는 과정에서 불공평한 면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4월 서울중앙지법은 국가가 수험생 8명에게 각각 700만원씩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17일 '2024학년도 수능 당일 안정적 시험 시행을 위한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전국 84개 시험지구 1279개 시험장에 대해 3주간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보수가 필요한 학교에 대해서는 신속히 조치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모든 수험생이 최선의 환경에서 수능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안전점검 등 사전 준비에 애쓰시는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며 “교육부는 점검 이후에도 시도교육청, 관계부처, 지자체 등과 함께 수능 시험일까지 비상대응체계를 유지해 수능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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