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드라마틱한 엑시트' 가능할까...'청소년 예산 삭감' 등 부작용 관건

입력 2023-10-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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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적 해체한다”는 여가부...‘잼버리 파행·청소년지원예산 삭감’ 이어져

(윤석열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윤석열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여성가족부(여가부)는 폐지가 예정된 부처다. 대통령과 부처 장관까지 나서 폐지를 공언했다. 문제는 여성과 청소년 정책 관할인 여가부가 사라졌을 때 생기는 부작용이다. 폐지를 향해 달려가는 부처의 최근 1년 여간 상황과 잼버리 등 관련 논란을 짚어본다.

‘폐지’ 공언한 대통령과 장관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으로 여가부 폐지를 공언한 것은 대선 후보 시절이다. 지난해 1월 7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페이스북에 한줄 공약을 내걸었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로 구성된 공약이었다. 이후 당시 2030 남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면서 지지율 반등을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에도 “부처의 역사적 소명이 다하지 않았느냐”며 여가부 폐지 공약을 재차 확인했다. 다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부조직 개편을 새 정부 출범 이후로 연기하면서 여가부 폐지도 함께 미뤄졌다. 이때 인수위는 여가부에 대해 ‘발전적 해체’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해 6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해 6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지난해 6월 16일에는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인사청문회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여가부의 폐지는 명확하다”며 부처 폐지를 확인했다. 김 장관은 “여가부 폐지 구체안에 대해 논의가 진행된 것은 없다”며 “개편 시기와 관련한 타임라인을 정하지 않고 의견을 충분히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김 장관은 여가부의 ‘발전적 해체’에 대한 입장을 굳혔다. 그는 지난해 12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발전적 해체’가 무슨 의미인지 묻는 질문에 “대통령 공약에 따라서 여가부 폐지는 하지만 지금 여성가족부가 (관련) 법도 있고 제도도 있고 예산도 있다”면서 “이런 게 없어지는 게 아니라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의 방향으로 폐지를 보기 때문에 발전적 해체라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새롭게 지명된 여가부 장관 후보자도 비슷한 입장을 견지했다.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후보자로 내정된 후 “드라마틱하게 엑시트(exit)하겠다”며 부처 폐지에 대한 기조가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그는 지난달 14일 인사청문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는 게 대선 공약이었다”며 “정책을 효율적으로 하고, 여가부 공무원들이 본인들의 역량을 더 잘 살릴 수 있도록 행복하게 엑시트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잼버리 파행’ 등 ‘폐지 예정 부처’ 부작용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일인 지난 8월 1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수도시설에 모여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일인 지난 8월 1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수도시설에 모여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정부 관계자들이 부처 폐지를 공언하고 나서면서 여가부의 행사 및 사업도 일부 차질을 빚었다. 여가부 관할인 청소년 정책 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먼저, ‘잼버리’ 파행 논란이 있다. 지난 8월 전북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여러 잡음과 함께 사실상 대회가 조기 종료되는 파행을 겪었다. 폭염 대비 부족과 심각한 시설 위생 상태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여가부 폐지 이슈 때문에 잼버리 준비가 잘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김 장관은 “책임지고 (잼버리 업무가) 잘 이관되도록 하겠다”고 답했고, 이 때문에 여가부가 애초 잼버리에 대한 책임 의식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잼버리 이후 여가부 폐지에 대한 여론이 다시금 불거지기도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여가부가 없어지고 (기능을) 나눠 다른 부처로 갔으면 대회가 훨씬 잘 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청소년 정책에도 불똥이 튀었다. 야당 및 시민단체는 잼버리 파행 후 부처 폐지 논란 등이 다시 불거지며 예산이 긴축돼 여가부가 청소년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청소년 성 인권 교육 예산, 청소년 노동권 보호 예산, 청소년 국제교류 예산 등이 그 대상이다.

실제 여가부가 지난 8월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을 살펴보면 올해 본예산 기주 38억2500만 원이 편성됐던 청소년활동 지원 예산은 내년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됐다. 잼버리 대회가 종료되면서 올해까지 관련 예산으로 편성됐던 128억 원도 마찬가지로 전액 삭감됐다. 5억5600만 원이 배정됐던 청소년 성 인권 교육사업도 폐지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가 지난 9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범청소년계, 여성가족부 청소년 예산 삭감 철회 요구 기자회견' 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가 지난 9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범청소년계, 여성가족부 청소년 예산 삭감 철회 요구 기자회견' 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 청소년 단체 118곳이 모인 전국청소년예산삭감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가부의 예산 삭감에 대해 “학교 교육으로 채울 수 없었던 다양한 청소년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용혜인 의원은 내년도 여가부 예산안을 두고 “부처의 사명은 고민 않고 ‘묻지마 폐지’에만 매달린 김현숙 장관의 처참한 유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용 의원은 “여가부가 잼버리 등 오래전부터 준비해오던 국제 행사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부처를 없애는 데만 관심이 있으니 업무가 잘 진행이 될 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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