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초연금 선별 지원’, KDI 권고 깊이 새겨야

입력 2023-09-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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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노인 4명 중 1명은 ‘저(低)자산 저소득’층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그제 ‘소득과 자산으로 진단한 노인 빈곤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특히 출생연도에 따른 빈곤율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승희 KDI 연구위원은 “취약계층에 집중해 두텁게 지원하는 방향 (전환)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KDI 연구 결과 2017년 포괄 소득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34.8%였다. 주요 8개국 중 가장 높다. 비교 대상인 독일은 11.8%, 영국은 9.8%, 미국은 10.8%(2016년)였다. 포괄 소득은 집을 가진 사람의 귀속 임대료(자신에게 임대료를 낸다고 가정한 금액) 등까지 고려한 소득이다. 주택연금을 활용하면 노인 빈곤율은 26.7%로 더 낮아진다. 하지만 이 역시 주요 8개국 중 최상위라고 한다.

노인 빈곤율에 대한 2개의 관점이 있다. 하나는 세계적으로 열악한 수준이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관점이다. OECD가 집계한 2020년 기준 한국 노인 빈곤율은 40.4%다. OECD 1위다. 다른 하나는 ‘OECD 1위’를 통계 착시로 보는 관점이다. 적잖은 전문가가 OECD가 정의하는 빈곤율은 절대 빈곤율이 아닌 상대 빈곤율로 중위소득 50% 미만인 노인이 얼마나 많은지를 따지는 지표라는 점을 주목한다. 이때 소득은 ‘가처분 소득’이어서,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한국 사회 특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반론이다.

두 관점 사이에 KDI의 이번 연구 결과가 있다. 자산 효과를 반영했다. 실사구시에 주력한 셈이다. 앞서 6월 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도 같은 맥락의 연구를 통해 실질적 빈곤 노인은 10명 중 2명 안팎이란 결론을 내고 “실제와 괴리가 큰 OECD 통계에 기초한 노인 복지정책을 수립해선 안 된다”고 권고한 바 있다.

KDI 연구에 따르면 노인 빈곤율의 진짜 문제는 195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노인’이 아니라 그 이전 세대의 빈곤율 악화에 있다. 선택과 집중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2008년 도입된 기초연금의 지급 기준은 65세 이상 인구 중 소득 하위 70%다. 1인당 지급액은 2008년 월 10만 원(당시 기초노령연금)에서 내년엔 33만4000원으로 늘어난다. 월 소득이 200만 원 넘더라도 ‘가난한 노인’으로 분류돼 기초연금을 받는다. 기초연급 수급자는 내년 700만 명에 육박하고 2030년엔 900만 명을 웃돌게 된다. 국고 부담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을 풀어 ‘용돈’을 나눠주는 비효율적 시스템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의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빈곤율에만 초점을 맞춰 70%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면서 “기초연금은 소득 인정액이 일정액 이하인 고령층에만 지급하고, 선별 지원으로 아낀 재원은 지방 응급의료 시스템 개선 등 다른 노인 복지에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공감이 가고도 남는다. ‘소득 하위 70%’라는 작위적 기준을 손볼 때가 됐다. 노인복지에도 실사구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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