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캠프데이비드 선언의 손익계산서

입력 2023-08-25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한미일 정상 군사·경제동맹 다져
북중러엔 결속 강화하는 빌미 줘
경제·안보 공조로 리스크 회피를

지난 18일 미국 메릴랜드의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정상은 동아시아 안보와 관련하여 중대한 발표를 하였다. 3국 정상이 합의하여 발표한 3가지 문서중 ‘캠프데이비드 정신(spirit)’과 ‘캠프데이비드 원칙(principles)’에서는 3국간 지속적인 협력을 위한 지침과 이행방안을 제시하였고, ‘3국간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은 역내 위기 발생 시 협의를 의무화함으로써 이후의 정권 변화에도 쉽게 되돌릴 수 없도록 한 점이 주목된다. 이번 캠프데이비드 선언은 동아시아 안보전선에서 3국 간 군사적 동맹의 공고화라는 측면은 물론 무기화할 수 있는 첨단기술과 에너지 및 공급망 등 ‘경제안보’를 망라하는 포괄적인 동맹의 선언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미국과 우리, 일본의 3국 정상 간 만남은 10차례 넘게 진행된 바 있지만 일본과는 역사문제, 영토문제 등 난제의 존재로 이전 정권까지는 만남 자체가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5월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일본 총리로서 10년이 넘은 시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은 한일 관계가 그간 얼마나 어려운 시간을 보냈는지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캠프데이비드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협상과 결단이 이루어지는 장소였다. 2차 세계대전 종결을 위한 루즈벨트와 처칠 총리와의 협의장소였고, 카터 대통령 당시 헨리 키신저의 중재로 3차 중동전쟁의 종결과 시나이반도 반환을 위한 베긴 이스라엘 총리와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 간의 협상과 합의가 이루어진 곳도 캠프데이비드였다. 이번의 3국 간 합의는 이런 장소적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전쟁과 식민지배를 경험한 3국 간 합의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어렵게 이룩한 이번 3국 간 동맹체제는 북한-중국-러시아 간의 결속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안보’ 딜레마를 초래할 우려가 있고 동맹 내 3국 간 투자, 일자리 및 성장의 불공정한 배분이라는 ‘경제’ 딜레마 해소를 과제로 안겨주게 되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21일부터 개최된 브릭스정상회의에 참석해 미국에 대응하는 또 다른 동맹을 형성하려는 시도가 그 예이다.

대표적인 반미국가인 베네수엘라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중동 산유국과 튀르키에, 이집트,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22개국이 공식적으로 브릭스 가입을 신청했고 이와는 별도로 중국·아프리카 정상회담도 주재하기로 하였다는 보도다. 중국은 이들을 새 회원국으로 영입해서 위안화 국제화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확대 추진함으로써 미국의 독주에 대항하는 그룹을 형성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역내적으로 킹달러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미국 내 유치로 연착륙 가능성이 높은 미국경제는 54년 만의 높은 고용률과 인플레이션 안정, 견실한 소비증가세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시기를 늦추고 있고, 일본 또한 슈퍼엔저를 기반으로 수출 증가와 여행객 유치로 버블붕괴 후 최고의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반도체와 중국의존이 큰 우리경제는 이번 동맹으로 인한 블록화 진전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특히, 일본과는 수출상품 경합도가 높고 해외 여행객 유치의 경쟁국이기 때문에 이번 회담 직전 중국이 허용한 단체여행객 모집의 과실을 일본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이번에 합의한 한미일 간 캠프데이비드 선언의 과제가 중국임이 분명해진다. 우선 안보딜레마 해소를 위한 중국과의 관계다. 최근 중국이 한중일정상회의를 연내 추진하기를 희망하고 있고 한일 양국에 단체관광객 모집을 허용하는 화해제스처를 보내고 있음에 유의하여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통하여 경제관계 증진을 위한 합의를 이끌어 낼 것을 추천한다.

둘째, 한미일 3국 간 경제성과의 공정한 배분을 위하여 위기에 대비한 통화스와프 장치의 복원은 물론 반도체산업의 설계, 생산, 유통 전 과정에서 비교우위에 따른 특화, 예를 들어 한국은 제조(시스템 반도체 포함), 일본은 소재·부품·장비, 미국은 원천기술에 특화하는 장치 마련을 위한 협의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이차전지 원료물질(리튬, 니켈 등)에 대한 공동개발(투자, 정제 등)을 통해 경제안보 리스크를 헤지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을 추천한다. 이것이 이합집산의 세계경제에서 진정한 동맹으로서 3국 간 동맹이 지속가능하도록 할 방안으로 생각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또 담배…근무 중 자리 비움 몇 분까지 이해 가능한가요 [데이터클립]
  • 일본은행, 엔저에도 금리 동결…엔ㆍ달러 156엔 돌파
  • 2024 호텔 망고빙수 가격 총 정리 [그래픽 스토리]
  • 민희진 "하이브, 사람 이렇게 담그는구나…날 살린 건 뉴진스"
  • 연이은 악수에 '와르르' 무너진 황선홍호…정몽규 4선 연임 '빨간불'
  • [컬처콕] "뉴진스 아류" 저격 받은 아일릿, 낯 뜨거운 실력에도 차트 뚫은 이유
  • 하이브, '집안 싸움'에 주가 5% 급락…시총 4000억원 추가 증발
  • "KB금융, 홍콩 ELS 보상 비용 8630억…비용 제외 시 호실적"
  • 오늘의 상승종목

  • 04.26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0,710,000
    • -0.96%
    • 이더리움
    • 4,530,000
    • +0.91%
    • 비트코인 캐시
    • 684,000
    • -1.51%
    • 리플
    • 744
    • -1.06%
    • 솔라나
    • 198,200
    • -3.97%
    • 에이다
    • 659
    • -1.93%
    • 이오스
    • 1,167
    • -0.77%
    • 트론
    • 174
    • +1.16%
    • 스텔라루멘
    • 162
    • -1.22%
    • 비트코인에스브이
    • 94,500
    • -0.26%
    • 체인링크
    • 20,130
    • -4.69%
    • 샌드박스
    • 645
    • -1.9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