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상온 초전도체로 가는 좁은 길

입력 2023-08-08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젊은 시절 친구들은 늙으면 한마을에서 함께 살자는 약속을 하곤 한다. 사이가 좋았던 필자의 친구들도 50대 중반에 예행연습으로 해외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젊었을 때 지녔던 배려는 사라지고 모두가 자기 성향에 맞춰 주기를 원했다.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함께 살자는 주장은 쑥 들어갔다. 옮긴 직장에서, 우연한 모임에서의 낯선 사람들이 오히려 부담이 적다는 생각도 든다.

무리 속 개체들이 이동 중에 보이는 행위는 과학에서도 흥미로운 주제다. 대오를 이루어 진행하던 파도도 해안에서는 파고가 낮아지며 잘게 부서진다. 바닷물 알갱이도 사람처럼 서로 밀고 당기며 수심에 따른 반응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주 저 끝에서 날아오는 빛은 여전히 대오를 맞춰 우리에게 다가온다. 지구에서 멀어지면서 130억 년 전에 생성된 빛들이다.

전자는 상온에서 저항받아 흩어져

무리가 대오를 잘 맞추면 과학자들은 결맞음(Coherence)이 있다고 하고 대오를 흩트리면 결어긋남이 있다고 말한다. 사람이나 파도는 결어긋남이 있고 우주에서 오는 빛은 결맞음이 좋다. 작을수록 결맞음이 좋겠지 짐작하겠지만 빛처럼 작은 전자는 결어긋남이 좋다. 더구나 전자는 음의 전하까지 띠어 서로 밀쳐내므로 이동 중에 퍼질 수밖에 없다.

소립자에 속하지만, 빛은 결맞음의 성질을 지니고 전자는 결어긋남의 성질을 띠는 근본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화학 석사 과정을 마칠 때까지 이유를 몰랐고 하나의 공리로 그냥 외웠다. 지금도 상황은 다르지 않지만 조금 두꺼워진 얼굴로 설명하면 결맞음은 입자의 자전으로 해석되는 스핀(spin)이라는 성질에 기인한다. 빛은 1의 스핀수를 지니고 있고 전자는 2분의 1의 스핀수를 지니고 있다. 정수 스핀수를 지닌 소립자는 결맞음 성질을 띠고 반(半) 정수의 스핀수를 지닌 소립자는 결어긋남의 성질을 띤다.

결맞음 소립자들은 동일 공간에 차곡차곡 쌓을 수 있다. 즉 하나의 의자에 수백 개의 소립자가 함께 놓일 수 있다. 반면에 결어긋남 소립자는 동일 공간에 하나의 입자만 들어간다. 거시세계의 개체나 사람은 결어긋남 소립자처럼 동일 위치를 두 사람이 점유할 수가 없다.

이제 인류는 우주로 나아가고 있다. 누리호가 위성을 실어 나르듯이 물질과 에너지가 이동하고 정보가 교환된다. 무거운 물체를 이동시키려면 에너지가 많이 들어 로켓 1단 2단에 연료를 가득 채워야 한다. 만일 물체를 분해해 소립자로 전송하고 재조립할 수 있으면 경제적이다. 전송 중에 대오를 유지하는 결맞음 소립자라면 더 경제적이다.

레이저는 결맞음이 있는 강력한 빛이다. 단일 주파수의 빛을 뽑아 위상을 일치시켜 증폭한 빛이 레이저이다. 신체의 종양을 제거할 만큼 강력한 레이저는 이제 우주로 뻗어갈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패트리어트가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격추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필자는 레이저를 의심했다.

사람들은 결 어긋나게 행동하지만 한적한 산책로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가령 남자 50명과 여자 50명을 산책로를 걷게 하면 이들은 결승점에서는 짝을 이뤄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남녀 특성을 이용하면 사람도 남녀 쌍이 되어 결맞음 현상을 일으킨다.

아직은 검증단계지만 ‘K과학’ 성과 고무적

전자들도 결어긋남의 성질을 가지지만 초전도체에서 결맞음 현상이 일어난다. 상온에서는 전자들이 집적거리는 원자핵 탓에 저항을 받지만 극저온에서 전자는 배려하는 원자핵 탓에 저항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상식을 깨뜨리며 한국과학자들이 LK-99라는 상온 초전도 물질을 합성했다고 발표하여 과학계는 물론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발표 이후 국내외 기관에서 검증작업이 활발하다. 상온에서 원자핵은 열을 받아 동요하므로 신사가 되기 어렵지만 LK-99는 열에 강한 도자기 화학구조를 지니고 있으니 신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의 검증 결과는 ‘LK-99은 논문대로 합성될 수 있으며 상온에서 저항이 급격히 감소하는 성질을 보이지만 완전한 0은 아니다’라는 정도이다.

추가 검증이 남아 있지만 이 정도 특성도 고무적이다. 전자가 이동하는 산책길을 조그만 더 다듬으면 상온 초전도체가 머지않아 보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단독 ‘작업대출’ 당한 장애인에 “돈 갚으라”는 금융기관…법원이 막았다
  • "중국 다시 뜬다…"홍콩 증시 중화권 ETF 사들이는 중학개미
  • 극장 웃지만 스크린 독과점 어쩌나…'범죄도시4' 흥행의 명암
  • 단독 전남대, 의대생 ‘집단유급’ 막으려 학칙 개정 착수
  • '눈물의 여왕' 결말은 따로 있었다?…'2034 홍해인' 스포글
  • 오영주, 중소기업 도약 전략 발표…“혁신 성장‧글로벌 도약 추진”
  • 소주·맥주 7000원 시대…3900원 '파격' 가격으로 서민 공략 나선 식당들 [이슈크래커]
  • 근로자의 날·어린이날도 연차 쓰고 쉬라는 회사 [데이터클립]
  • 오늘의 상승종목

  • 04.2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9,996,000
    • -1.22%
    • 이더리움
    • 4,539,000
    • -4.52%
    • 비트코인 캐시
    • 660,000
    • -3.93%
    • 리플
    • 735
    • -1.21%
    • 솔라나
    • 194,000
    • -4.81%
    • 에이다
    • 651
    • -2.98%
    • 이오스
    • 1,143
    • -1.55%
    • 트론
    • 169
    • -2.31%
    • 스텔라루멘
    • 160
    • -1.84%
    • 비트코인에스브이
    • 93,000
    • -3.43%
    • 체인링크
    • 19,950
    • -1.29%
    • 샌드박스
    • 632
    • -4.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