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 ‘삼일천하’로 종결?…한 달 안에 결판난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3-08-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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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석 위에 초전도체가 반쯤 떠 있다. 해당 영상은 지난달 26일 김현탁 박사 이름으로 사이언스캐스트에 게재됐다. (출처=사이언스캐스트 영상 캡처)
▲자석 위에 초전도체가 반쯤 떠 있다. 해당 영상은 지난달 26일 김현탁 박사 이름으로 사이언스캐스트에 게재됐다. (출처=사이언스캐스트 영상 캡처)
국내 한 연구소가 새롭게 발견했다는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원회는 3일 LK-99를 상온 초전도체로 보기엔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학회는 물리학, 재료공학, 기계공학, 전기공학 관련 연구자들이 결성한 초전도 분야 관련 국내 대표 학술단체로, LK-99를 둘러싼 논란이 가중되자 전날 자체 검증위를 꾸려 공개된 논문과 영상 등을 바탕으로 분석을 진행하고 있죠.

우선 검증위는 연구진이 공개한 영상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통상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0’이고 자기장을 밀어내면서 ‘마이스너 효과’를 보인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또 초전도체가 자석 위 특정 위치에 고정되는 ‘자기 선속 고정(플럭스 피닝) 효과’도 나타나는데요. 이로 인해 자석 위에 초전도체를 올려놓으면 공중에 붕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죠. 그러나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이 공개한 영상 속 LK-99는 일부가 자석에 붙은 채 완전히 뜨지 못했습니다.

검증위 측은 연합뉴스를 통해 “논문에서는 완벽한 샘플이 아니라 일부만 공중 부양한다고 주장하지만, 자석과 샘플 사이 인력이 작용하는 부분이 있어 상대적 반발력으로 샘플이 자석에서 멀어져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며 “정확한 마이스너 효과라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또 논문의 데이터도 일반적인 초전도체 그래프와 다르다는 지적인데요. 통상 저항 그래프에서는 임계온도 부근에서 금속의 온도-저항 그래프 형태를 따르고, 자화율 역시 일반 초전도체는 임계온도에서 ‘0’으로 돌아오지만, 이 물질은 음의 수치를 보인다는 겁니다.

검증위 측은 “자화율 변화 그래프는 반자성만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초전도체가 아니어도 반자성 특성을 가진 물질은 많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국내 대학 내 연구실뿐 아니라 해외 여러 연구기관과 연구실에서도 LK-99에 대한 재현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와 해석은 제각각이라 되레 혼란이 커지는 모양새죠. 그리고 이 혼란은 증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는데요. 초전도체 진실 여부를 둘러싼 과학계의 논란과 관련주 현황까지 살펴봤습니다.

▲자석 위에 초전도체가 반쯤 떠 있다. 해당 영상은 지난달 26일 김현탁 박사 이름으로 사이언스캐스트에 게재됐다. (출처=사이언스캐스트 영상 캡처)
▲자석 위에 초전도체가 반쯤 떠 있다. 해당 영상은 지난달 26일 김현탁 박사 이름으로 사이언스캐스트에 게재됐다. (출처=사이언스캐스트 영상 캡처)
상온상압 초전도체 발견 주장에…학계 곳곳에서 재현 실험 나서

국내외 과학계를 뜨겁게 달군 LK-99 사태는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공개된 두 개의 논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회사의 연구자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근무했던 김현탁 박사 등이 저자로 참여한 이 논문에는 납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상온상압 초전도체’ 물질 합성에 성공했다는 주장이 담겼습니다.

초전도체를 만든 방법도 논문에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습니다. 구리와 납을 특정 비율로 섞어 고온에서 구웠더니 새로운 형태의 분자 구조가 만들어졌고, 이게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냈다는 겁니다. 20여 년간 1000회 이상의 실험을 반복한 끝에 LK-99가 탄생했다는 설명이죠.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없고 자기장을 밀어낸다는 특성으로 자기부상열차, 양자컴퓨터, 핵융합장치 등 개발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초소형 발전기를 통해 초고용량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전력 손실이 전혀 없는 송배전 설비, 배터리도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상용화된다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용량도 대폭 줄어들어 환경친화적인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그야말로 ‘꿈의 물질’입니다.

이에 전 세계 연구진도 초전도체 연구에 힘을 쏟아왔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문제가 있었는데요. 지금까지 초전도체가 극한의 저온 환경에서만 구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현재 기술로서 초전도체는 영해 200도 이하의 극저온, 혹은 대기압 100만 배 이상의 초고압 환경에서만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일상 기술에 적용할 방법이 지금으로선 막막하다는 거죠. 다만 2020년 대기압 100만 배 압력에서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한 미국 로체스터대 랭거 디아스 교수 연구팀의 논문은 ‘재현 불가’ 문제로 철회되기도 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섭씨 약 30도의 상온에서 전기 저항이 없는 초전도체를 만들었다는 주장을 내놨으니, 학계의 시선이 쏠린 건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중국 선양재료과학국가연구센터 등 각종 기관과 연구팀은 LK-99 재현 실험에 직접 뛰어들기도 했죠. ‘세기의 발견’이라는 평보다는 ‘어떤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나 보자’는 심보에 가까웠을 테지만요.

그러나 시니드 그리핀 LBNL 연구원이 “LK-99의 구조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기존 초전도체들보다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성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담긴 논문을 아카이브에 게재하는가 하면, 중국 화중과학기술대학교가 아예 LK-99 합성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등 일각에선 LK-99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초전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죠. 최근 5거래일 동안 초전도체 테마주로 묶인 덕성은 163%, 서남은 221%, 신성델타테크는 108%, 모비스는 125%의 수익률을 기록했는데요. 특히 서남은 3거래일 연속으로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초전도체로 몰린 투심을 보여줬습니다.

▲초전도 현상으로 인해 자성을 가진 물체가 공중에 떠있다. (사진제공=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초전도 현상으로 인해 자성을 가진 물체가 공중에 떠있다. (사진제공=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관건은 ‘재현 가능’ 여부…제2의 ‘황우석 사태’ 우려도

반면 중국 베이항대 연구진은 LK-99가 상온에서 전기 저항이 ‘0’이 아니었고, 자기부상 현상도 관측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인도 국립물리연구소도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실험 결과를 내놨죠. LK-99 구현 가능성에 대한 연구팀의 전망과 검증 결과가 엇갈리고 있는 겁니다.

LK-99의 관건은 국내 연구진의 주장대로 결정 구조가 형성되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현재 논란을 잠재울 방법은 시편(샘플)의 자화율과 저항을 측정해 전기 저항이 0인지, 또 완전 반자성 특징이 있는지 검증하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검증위는 자체적으로 시편을 만드는 한편, 교차검증을 위해 연구소 측에도 시편을 요청했습니다. 다만 연구소 측은 ‘투고한 논문이 심사 중으로 심사 완료 후 제공할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고 하죠.

검증위는 “심사는 2~4주 걸린다고 하고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며 “재차 시편 제공을 부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말대로라면 시편 측정을 통한 진위는 2주에서 한 달 정도가 소요된 후 가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상온 초전도체 논문에 연구자로 이름을 올린 김현탁 윌리엄앤드메리대 연구교수는 뉴시스를 통해 “(시편을 요구하기 전에 학회는) 검증위 회의록·검증계획서부터 보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논문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LK-99를 당분간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제2의 황우석 박사’ 사태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는데요. 복제 송아지부터 체세포 복지를 통한 배아줄기세포 기술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황우석 박사는 논문 조작·비윤리적 연구 과정 등을 지적받으며 과학계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바 있습니다. 일찍 축배를 들기보다는 학계의 검증 과정을 지켜보자는 거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관련주 거래 정지·폭락 등 랠리 ‘주춤’…포모증후군 팽배

3일 정규장 마감 이후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가 ‘LK-99를 상온 초전도체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자, 초전도체 테마주는 시간 외 거래에서 줄줄이 하한가를 찍었습니다.

4일에도 오전 11시 30분 기준 대창(-28.32%), 서원(-27.39%), 덕성(-18.89%) 등 초전도체 테마주들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모비스(-30.00%), 신성델타테크(-29.98%), 파워로직스(-28.87%), 원익피앤이(-22.16%) 등 종목은 하한가까지 기록했는데요. 함께 초전도체 테마주로 엮인 서남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이날 하루 매매가 정지됐습니다.

그러나 정오께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가 일부 언론을 통해 “조만간 (이슈를) 모아서 정리해 발표하는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낙폭을 어느 정도 줄이기도 했습니다. 덕성은 전일 대비 5.25% 하락한 9180원에, 신성델타테크는 24.65% 떨어진 1만9100원에 마감했습니다. 원익대창(-26.00%), 파워로직스(-26.24%), 모비스(-28.30%) 등 종목은 모두 급락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초전도체 테마주는 전형적인 뇌동매매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가 급등락세를 이끌고 있고, 기술에 대한 완전한 검증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벼락 거지’가 될 것을 우려해 주식을 다급히 매수하는 행태와 추격 매수가 팽배하다는 겁니다.

특히 최근 증시를 주도한 2차전지 관련주에 이어 초전도체 이슈가 나타나면서 ‘이번은 안 놓친다’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더 큰 급등락 폭을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정작 매수세를 이끈 상온 초전도체의 실체는 오리무중인 상황입니다. 기업 펀더멘털(기초 여건)이 아닌 수급에 크게 의존하는 테마주는 변동성이 크다는 위험 요소가 있어 투자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LK-99에 대한 긍정적 검증이 확인되고 개발에 착수한다고 해도, 상용화까진 많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2차전지도 개발 이후 상용화까진 30여 년이 걸린 바 있죠. 닉 청 제프리스파이낸셜그룹 연구원은 “LK-99가 사실로 입증되고 양산이 가능하다면 광범위한 산업에서 파격적인 변화를 만들 것”이라면서도 상용화가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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