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 ‘최저’라는데…“상추 한 봉지에 5000원” 왜? [이슈크래커]

입력 2023-08-0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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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와 폭염으로 채소류의 가격이 등락폭이 커지고 있는 7월 28일 서울 한 대형 마트에서 고객이 채소류를 고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적상추 상품 4kg 단위 전거래일 기준 도매가격은 1개월 전 거래 가격보다 264.3% 상승 평년 기준 168.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폭우와 폭염으로 채소류의 가격이 등락폭이 커지고 있는 7월 28일 서울 한 대형 마트에서 고객이 채소류를 고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적상추 상품 4kg 단위 전거래일 기준 도매가격은 1개월 전 거래 가격보다 264.3% 상승 평년 기준 168.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비싼 물가로 외식하기도 부담스러운 요즘. 저녁으로 삼겹살이라도 구워 먹을까 싶어 마트를 찾은 K 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삼겹살 가격도 가격이지만, 삼겹살과 함께 먹을 상추와 고추, 마늘 가격이 눈에 띄게 올랐기 때문이었는데요. 상추 한 봉지에 5000원, 심지어 ‘할인’이 적용된 가격이었습니다. 삼겹살 100g 값과 맞먹는 수준이라 고기를 상추에 싸 먹는 건지, 상추를 고기에 싸 먹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죠.

올여름 상추와 시금치 등 일부 채소 가격은 크게 뛰었습니다.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적상추(상품) 도매가격은 4㎏에 5만9080원으로, 한 달 전(2만6160원)과 비교해 무려 125.8% 올랐죠. 1년 전과 비교했을 땐 74.1% 상승했습니다.

시금치(상품) 도매가격도 4㎏에 4만7920원으로 한 달 전(2만2200원)보다 115.9% 크게 올랐습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했을 땐 30.9% 높아졌죠.

오이(다다기 계통·상품) 도매가격도 100개에 6만550원으로 한 달 전보다 17.0% 비싸고, 대파도 1㎏에 2522원으로 23.4% 상승했습니다.

소매가격을 살펴봐도 부담은 여전합니다. 적상추 100g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2475원이고, 청상추 100g은 2495원으로 나타났는데요. 같은 날 같은 무게의 삼겹살은 2593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말 상추와 삼겹살의 가격에 별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물가 탓에 장보기가 부담스럽다는 토로가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죠.

그런데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체감 물가와 통계가 엇갈리고 있다는 겁니다.

▲7월 17일 충남 청양군 청남면 인양리 인근 논에 설치된 비닐하우스가 폭우로 인해 부서져 있다. (뉴시스)
▲7월 17일 충남 청양군 청남면 인양리 인근 논에 설치된 비닐하우스가 폭우로 인해 부서져 있다. (뉴시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2.3% 상승…그런데 상추는 왜 ‘금상추’?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20(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 상승했습니다. 이는 2021년 6월(2.3%) 후 가장 낮은 오름폭입니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5.2%) 전달 대비 0.2%포인트 상승한 뒤 6개월간 4.8%→4.2%→3.7%→3.3%→2.7%→2.3%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죠.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8% 올랐습니다. 생활물가지수가 1%대를 찍은 것은 2021년 2월(1.7%) 후 29개월 만입니다.

여기엔 석유류 가격 하락 영향이 컸습니다.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동월 대비 25.9%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1.49%포인트(p) 끌어내렸는데요. 이는 1985년 1월 관련 통계 작성한 이래 최대 내림폭입니다. 경유는 33.4% 하락했고, 휘발유(-22.8%), 등유(-20.1%), 자동차용 LPG(-17.9%) 등도 가격이 크게 내려갔습니다.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7월(6.3%)의 기저효과도 한몫했습니다. 7월 채소류 가격은 전월과 비교했을 땐 7.1%나 상승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5.3%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폭염으로 워낙 물가가 많이 올랐던 탓에, 상대적으로 물가가 떨어져 보이는 것으로 풀이되죠.

다만 식품 부문은 4.1% 올라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6월과 비교했을 땐 1.7% 상승했고, 채소류 중에서도 상추(82.3%), 시금치(66.9%), 열무(55.3%) 등 시설 채소류의 가격 급등세가 두드러졌는데요.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는 극단적인 날씨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상추 같은 채소는 고온다습한 환경에 쉽게 짓무르곤 하는데요. 앞서 전국 곳곳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비닐하우스를 활용하는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은 바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농가 면적은 1일 기준 시설 채소 2902헥타르(ha), 노지 채소 2456ha로 집계됐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근원물가 하락하고 외식물가 상승 폭 줄었지만…물가 불확실성 확대 전망

가격 변동이 큰 농산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의 상승폭은 한결 완만해졌습니다. 근원물가지수는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 주는 지수인데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3.9% 상승해 지난해 4월(3.6%) 이후 처음으로 3%대를 기록했습니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역시 3.3% 상승에 그쳐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을 보였죠.

그러나 8월부터는 물가가 다시 상승세로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채소류는 등락이 심해 물가를 세 차례 나눠 조사하는데, 마지막 세 번째 조사 때 폭우 영향이 반영돼 등락률이 낮게 나온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폭우 영향이 1/3 정도만 반영됐을 뿐인데, 2배에 육박하는 상승세가 나타났다는 겁니다. 온전히 반영되는 이달에는 물가상승률이 더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죠.

집중호우, 폭염에 따른 채소류 수급 불안이 지난달 말부터 나타난 만큼 이달 물가에도 영향을 주는 것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채소류 외에도 과일 가격도 전월 대비 5.3% 상승하는 등 일부 물가 불안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저효과도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폭우의 영향이 일부 반영됐음에도 농축산물 물가는 지난해 동월 대비 평균 0.5% 떨어졌습니다. 소비자들이 장을 보면서 체감하는 물가와 전년 동월비 증감률이 반대로 나타난 셈입니다.

여기에 국제 에너지 가격 역시 꿈틀대고 있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최근 국제 유가는 경기 연착륙 기대, 산유국 감산 연장 등으로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이 결정된 4월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두바이유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준 배럴당 85.64달러로 이미 3개월 전 수준을 회복한 바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계획도 향후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달엔 폭염과 태풍, 다음 달엔 추석이 예정된 상황에서 이 같은 요소들이 물가 불확실성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물가상승률은 8월부터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정부도 물가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반적 물가안정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8, 9월에는 기상 여건·추석 등 계절적 요인과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으나 10월 이후 다시 안정 흐름을 회복할 전망”이라며 “물가안정 기조가 안착될 수 있도록 주요 품목 수급·가격 동향을 면밀히 점검·관리하며 물가안정 흐름이 이어지도록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밝혔죠.

▲집중호우로 인해 시금치, 상추 등 일부 채소 가격이 한 달 만에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시금치 도매가격은 4kg에 4만7920원으로 지난달 2만2200원 보다 115.9% 상승했다. 적상추는 4kg 기준 한 달 전보다 125.8%, 오이 도매가는 100개 기준 지난 달 보다 17% 상승했다. 2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금치 등 채소가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집중호우로 인해 시금치, 상추 등 일부 채소 가격이 한 달 만에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시금치 도매가격은 4kg에 4만7920원으로 지난달 2만2200원 보다 115.9% 상승했다. 적상추는 4kg 기준 한 달 전보다 125.8%, 오이 도매가는 100개 기준 지난 달 보다 17% 상승했다. 2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금치 등 채소가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정부, 할인 지원 계속…물가 안정 담보 위한 중장기적 대책 마련해야

정부는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지원을 이어갈 방침입니다. 8월 출하장려금을 통해 시설채소 조기 출하를 유도하고, 상추 침수 피해 농가의 조속한 재정식을 위해 660㎡당 36만 원의 재정식 비용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농축산물에 대해선 최대 1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해 할인 행사를 지원합니다.

농식품부는 올여름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전날 대형마트 및 농협 등 유관기관과 ‘농축산물 수급상황 간담회’를 갖고 농축산물 물가 안정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요. 3일부터 9일까지 양파·상추·시금치·깻잎·닭고기·감자·오이·애호박·토마토·당근·청양고추 등 11종에 대해 1인당 1만 원 한도로 20%(전통시장 30%) 할인을 지원하면서 소비자의 물가 부담을 직접 덜어준다는 설명입니다.

김종구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지나친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자체 할인행사 추진 등 가격 안정을 위해 노력해주기 바란다”며 “향후 폭염 등 기상악화에 대응해 수급동향을 매일 점검하고,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할인 지원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장마는 지난달 26일 공식적으로 종료됐지만, 폭우가 먹거리에 미친 영향은 아직 본격적으로 나타나지도 않은 상황. 태풍의 영향과 추석을 앞두고 밥상 물가는 몇 차례 더 들썩일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정부 차원의 할인 행사와 공급 확대 방안도 좋지만, 물가 안정을 담보할 수 있는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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