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브라이언 ‘라이트 타임, 라이트 액션’ 기억하나요?

입력 2023-07-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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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카카오 다니는 사람한테 말 걸면 안 된다더라.” 최근 만난 ICT업계 종사자가 한 말이다. 적자 계열사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이 확산하자 극심하게 불안감을 호소하는 카카오 직원들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167개(올해 1분기 기준)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국민 플랫폼’으로 거듭났지만 먹통 사태,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블록딜 사태 등으로 ‘국민 밉상’으로 전락하는 동시 주요 계열사들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난까지 겪고 있다.

이미 일부 계열사들은 권고사직과 희망퇴직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적자 전환 이후 실적이 지속해서 악화하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최근 전체 임직원 1176명 중 80%를 내보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10년 이상 고연차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 중이다. 카카오 손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는 신작 아키에이지 워의 흥행에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카카오가 수익성이 악화한 사업을 정리하며 군살빼기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만큼 카카오스타일, 카카오브레인, 카카오헬스케어 등 적자가 이어지는 계열사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고용 불안이 전사로 퍼지자 카카오 노동조합은 “카카오를 구하라”고 외치며 첫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회사의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인 개선책을 마련하자며 김범수 창업주와의 대화를 요구했다. 노조는 1월에 이어 이번에도 대화를 요청했지만 김 창업주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공개·공유를 통한 소통을 최선의 가치로 삼았던 카카오에서 과거 김 창업주는 수시로 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는 인물로 유명했다. 하지만 이제는 “카카오에서 소통을 이야기 하는 게 어색해졌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 창업주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뗀 김 창업주의 경영 개입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카카오는 단기간의 성장에만 집중한 전문 경영인의 한계를 몸소 체험했다. 또한 김 창업주가 대표 선임 권한이 있는 만큼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김 창업주가 주체적으로 이번 사태를 수습하지 않으면 책임 경영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김 창업주는 2014년 “‘라이트 타임, 라이트 액션(Right Time, Right Action)’이 중요하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행동을 할 때 사업의 성패가 갈린다. 타이밍을 놓치면 의미가 없어진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맞는 말이다. 실제 과거 경영진의 소통·비전 부족으로 인해 도태된 블랙베리가 그러했다. 거리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던 직원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고 2014년 한 말을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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