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경제위기 올라…‘시한폭탄’ 76조 해외부동산 펀드

입력 2023-07-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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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상승·인플레 지속·경기침체 우려에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 ↑
미국 오피스 공실률 17%…지역 은행 위험 노출
국내 해외부동산 펀드 규모 76조…10년새 15배 이상 급증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상점 창문에 영업을 중단한다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샌프란시스코(미국)/AF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상점 창문에 영업을 중단한다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샌프란시스코(미국)/AFP연합뉴스

#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호주 퇴직 연기금(ART)은 최근 상업용 부동산 문제가 닥치자 지역 사무실 자산의 가치를 최대 20% 낮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590억 달러(약 206조 원)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는 ART는 “호주 사무실이 -5%에서 -20% 사이의 지대한 하향 움직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지속,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특히, 재택 근무로 오피스 부문의 공실률이 증가하며 수익성이 악화했고,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은 자금을 대출한 은행의 불안으로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은행 위기가 자금시장을 냉각시키고, 이는 다시 부동산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쳐 부동산 대출 부실이 은행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국은행은 “대출자산에서 특히 사무실 대출 비중이 높은 일부 중소형 은행들은 경영악화로 파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상업용 부동산’, 경제위기 뇌관으로

미국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제도 이사회(St.Louis Fed)에 따르면 지금까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우려의 대부분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약 15%를 차지하는 오피스 부문에 집중돼 있다. 사무실 부문의 미국 전국 공실률은 17%로 샌프란시스코, 오스틴, 휴스턴과 같은 타격이 심한 시장에서 20% 안팎의 비율을 보였다.

문제는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은 자금을 대출한 은행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데이터 회사 트렙에 따르면 은행이 보유한 상업용 모기지 2700억 달러(약 349조 원)가 올해 만기 돼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은행 전체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전체 대출 잔액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나 자산이 100억 달러(약 13조 원) 미만인 지역 은행의 경우 전체 대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미 MSNBC 방송에 출연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가 향후 몇 년간 등장하게 될 현안”이라면서 “일부 은행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잇달아 상업용 부동산 시장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상업용과 사무실용 부동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저당증권(CMBS·Commercial MBS)의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여러개의 CMBS를 묶어 거래하는 CMBS 콘듀이트(CMBS Conduit) 연체율은 4% 수준이다. 오피스 기초자산 연체율은 내년 6%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CMBS 만기도래 금액은 올해 290억 달러(약 37조 원)에서 2024년 400억 달러(약 52조 원), 2025년 440억 달러(약 5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CMBS 스프레드가 상승하면 고금리 대환대출이 어려워지고 이자부담이 증가하는 한편, LTV(담보인정비율) 강화 및 담보 가치가 하락한다”며 “CMBS 부도시 채무 재조정, 만기연장, 자산 매각 등 절차가 진행된다”라고 설명했다.

76조 해외부동산펀드가 위태롭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부동산 펀드 설정 원본 규모는 7일 기준 75조6213억 원으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18년 39조4672억 원보다 90% 이상 증가한 규모다. 10년 전인 2013년 말 5조 원 규모와 비교해 15배 이상 급증했다. 해외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해마다 몸집을 불리며 2015년 12조 원을 돌파했고, 2019년 54조 원, 2020년 60조 원, 2022년 70조 원을 돌파한 뒤 76조 원에 버금가는 규모로 덩치를 키웠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댈러스 오피스에 투자한 ‘미래에셋맵스 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 펀드는 만기가 내년 3월이지만,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아직 원매자를 구하지 못한 상태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는 미국 뉴욕 맨해튼 소재 오피스 빌딩에 대한 리파이낸싱(차환)을 고민하고 있다. 만기는 내년 7월이지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이끄는 미국 실리콘밸리 이베이 오피스 투자자들은 자산 가치 폭락으로 2년가량 배당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펀드에 담아 국내에 들여온 뉴욕 소재 ‘1551 브로드웨이 프로퍼티(The 1551 Broadway Property)’도 손실 구간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저성장, 저금리에 대한 대응 및 수익원 다각화 기조에 따라 최근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해외부동산 투자의 증가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며 “실물 경기 악화 및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으로 파생되는 수익률 저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지현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상업용 부동산 오피스 공실률은 작년 말 18.7%로 금융위기 수준을 상회했다”며 “CMBS 발행을 통한 조달비용도 급등하는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 스트레스가 급증하고 있어 은행권 불안이 다방면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미국 상업용 부동산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현황 점검을 위해 은행ㆍ증권ㆍ보험사에 해외투자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상업용 부동산 같은 대체투자 자산의 가격조정 리스크를 관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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