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세주는 없다

입력 2023-07-05 05:00 수정 2023-07-05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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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판에는 DYOR(Do Your Own Research)라는 말이 있다. 정보에 대한 검증은 스스로 하라는 뜻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주식 시장에 비해 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 시장에서 믿을 건 투자자 자신뿐이라는 조언이다.

최근 발생한 가상자산 예치업 출금 중단 사태는 코인판 조언을 떠올리게 한다. 가상자산 예치업 리스크에 대한 경고는 지난해부터 있었다.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는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를 운영하며 일정 이율을 보장했다. 약속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가 파산하면서 깨졌다. 고팍스는 투자자 예치금을 직접 운용하지 않고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에 맡겼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파산한 FTX에 자금이 묶였는데, 이 과정에서 고파이 출금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가상자산 예치업이 가진 허점이 드러난 사례다.

고파이에 이어 하루인베스트ㆍ델리오 사태가 발생했다. 두 업체는 연이율 10%가 넘는 고이율을 담보하며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 1년 예금 평균 금리는 2.54%다. 위험 자산군에 속하는 가상자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원금 보장은 물론 4배에 달하는 이율까지 약속했다. 델리오는 홈페이지에 “가상자산 예치·렌딩을 전문으로 하는 유일한 가상자산사업자(VASP)”라는 내용까지 명시했다. 그러나 델리오는 가상자산 규제를 하는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예치 운용업에 대한 자격을 허가받지는 않았다. 높은 수익률과 교묘한 말장난에 수 천억 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사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운용을 맡긴 업체들인 투자자들이 예치한 자산을 어디에 투자하는지 어떻게 관리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액의 자산을 맡겼다. 투자자들은 코인판 격언인 DYOR을 성실히 수행하지 못했다. 10% 고이율에 숨겨진 리스크를 대비하지 못한 것이다. 투자금 반환이라는 공통 목적 아래 투자자들이 모이고 있지만, 주장하고 있는 해결 방법은 각자 다르다. 같은 목적을 공유하지만 다른 꿈을 꾸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라도 무엇이 자신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지 스스로 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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