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저커버그에 꿰였다…‘현피’ 도발 속내 따로 있었네 [이슈크래커]

입력 2023-06-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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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AP뉴시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AP뉴시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격투기 대결에 나서겠다며 설전을 벌여 이목이 쏠렸습니다.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설전은 22일 소셜미디어(SNS)에서 시작했습니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트위터의 대주주인 머스크에게 메타의 새 SNS ‘스레드(Threads)’를 언급하면서 “트위터의 라이벌이 되겠냐”고 묻자, 머스크가 “무서워 죽겠다”고 조롱한 것이 발단이었죠.

이를 본 저커버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당신) 위치를 보내라”고 했고, 머스크는 종합격투기 경기장인 “라스베이거스 옥타곤”이라고 맞받아쳤는데요. 라스베이거스 옥타곤은 얼티밋 파이팅 챔피언십(UFC) 시합이 열리는 팔각형 링을 말합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대결이 성사된다면 유료 시청료(PPV) 100달러(한화 약 13만 원), 전체 흥행 수입 10억 달러(한화 약 1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격투기 역사상 최대 흥행 경기였던 2017년 플로이드 메이웨더(권투)와 코너 맥그리거(종합격투기)의 권투 대결을 뛰어넘는 규모입니다. 당시 PPV는 80달러(한화 약 10만 원), 흥행 수입은 6억 달러(한화 약 7000억 원)를 기록했죠.

각각 세계 1위, 9위 부호인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현피’ 가능성에 테크 업계는 싸움 구경으로 활기가 도는 상황입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 벽에 걸린 트위터 로고. (AP/뉴시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 벽에 걸린 트위터 로고. (AP/뉴시스)
메타, 트위터 잡을 SNS 출시한다…“‘제정신으로 운영되는’ 플랫폼”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설전은 ‘스레드’ 때문입니다. 메타는 그간 코드명 ‘프로젝트 92’를 진행해왔습니다.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 주도하에 추진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트위터를 잡을 새로운 SNS 개발을 위한 건데요. 이 SNS가 바로 스레드입니다.

스레드는 독립 실행형 앱으로 제공되며, 개방형,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킹 프로토콜인 액티비티펍(ActivityPub)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사용자는 동일한 로그인 자격 증명 세트를 사용할 수 있으며 계정과 팔로워를 손쉽게 이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죠.

최근 유출된 스크린샷에 따르면 스레드의 피드 인터페이스는 트위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증받은 사용자의 이름은 인증 배지와 함께 나타나고, 각 게시물에는 좋아요, 댓글, 피드에서 다시 공유와 다른 플랫폼에서 공유할 수 있는 옵션이 제공됩니다.

테크 전문매체 더 버지에 따르면 크리스 콕스 메타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캘리포니아 멘로파크 소재 본사 캠퍼스에서 열린 직원 전체 회의에서 스레드를 언급하면서 “제정신으로 운영된다”(sanely run)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는 사실상 머스크를 저격한 발언입니다.

머스크는 지난해 10월 440억 달러를 투자해 트위터를 인수한 뒤 연일 논란을 빚어왔습니다. 트위터를 인수하자마자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 폐지를 신청해 비상장 회사로 전환하는가 하면, 비용 절감의 일환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기존 7500명에 달했던 직원 수를 1500명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경영진도 줄줄이 갈아치웠죠. 회사 밖에서도 구설에 휩싸이며 광고 매출 하락을 불렀고, 유료 아이디 및 유로 구독 서비스 등 매출 증가를 위한 콘텐츠를 확대하면서 일부 이용자들의 반감을 샀습니다. 최근에는 트위터의 차기 CEO로 조명받던 엘라 어윈 트위터 신뢰·안전 부사장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이 연이어 회사를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죠. CNBC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후 구조조정과 콘텐츠 제한 정책 철회 등으로 이들이 콘텐츠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습니다.

즉, 콕스 CPO가 “제정신으로 운영되는” SNS라고 스레드를 소개한 건 꾸준히 ‘오너 리스크’가 불거진 트위터를 사실상 ‘제정신이 아닌 SNS’로 일컬은 겁니다. 머스크도 발끈했는데요. 국제 블록체인 컨설팅의 설립자이자 CEO인 마리오 나우팔이 ‘메타가 트위터의 대항마로 스레드를 출시한다’는 소식을 트윗하자, 머스크는 “지구가 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저커버그의 손아귀에 독점적으로 놓이기를 기다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적어도 ‘제정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AP/뉴시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AP/뉴시스)
“저커버그, ‘머스크화’ 됐다”…혁신가 이미지 되찾기 위한 기회?

공개적인 설전이 관심을 끈 건 그 주인공이 다름 아닌 ‘머스크와 저커버그’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전부터 많은 팔로워를 보유했고, 실명을 언급하는 공개적인 비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2009년 계정을 개설한 머스크는 현재 1억40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죠. 그의 발언에 따라 회사 주가도 움직이는 등 머스크는 ‘파워 트위터리안’으로 활동해왔습니다. 지난해 11월엔 미국 중간선거를 하루 앞두고 “(민주·공화) 양당 간 공유된 권력은 최악의 (권력) 과잉을 억제한다”며 “대통령이 민주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회는 공화당에 투표할 것을 무소속 성향 유권자들에게 추천한다”고 썼다가 거센 논란에 휩싸였는데요. 당시 로이터 통신은 “머스크의 이번 트윗은 주요 SNS 플랫폼 수장이 미국의 한 정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한 첫 번째 사례”라며 “머스크가 트위터를 장악한 뒤 불과 며칠 만에 바이든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렇듯 SNS를 통해 화제를 빚어온 머스크이기에 그가 누군가와 설전을 벌인다는 것 자체는 놀랍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목을 끈 건 상대방이 저커버그라는 점이었죠. 저커버그는 머스크보다 소극적으로 SNS를 활용해왔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저커버그가 원하는 대중적 이미지는 ‘혁신가’(Innovator)라고 전했는데요. 최근 저커버그는 20파운드 무게가 나가는 웨이트 팩을 착용하고 달리기, 팔굽혀펴기, 스쿼트를 하는 인기 운동 챌린지인 ‘머프 챌린지’를 막 끝냈다는 인증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했습니다. 주짓수나 서핑을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게재하며 활동적인 리더의 면모를 강조해왔죠.

이 같은 모습은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강화하려는 노력으로도 해석됩니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페이스북은 데이터 분석 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와 함께 5000만여 명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불법 사용했다는 스캔들로 미국을 발칵 뒤집어놨는데요.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끝에 메타는 피해자들에게 7억2500만 달러(한화 약 9464억 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는 미국 개인정보 소송 중 최대 규모로 알려졌죠.

저커버그의 이미지는 바닥까지 추락했고, 여기에 최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인기도 틱톡의 등장으로 예전 같지 않게 됐죠. 바스카르 차크라보르티 터프츠 대학 학장은 WP에 “저커버그는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을 것”이라며 “‘철창 대결’은 저커버그가 ‘테크 브로’(테크 업계의 큰형)라는 걸 보여줄 방법이었다”고 짚었습니다. 메타의 경영 악화로 고심하고 있던 저커버그에게 머스크와의 대결은 기존 올드한 이미지를 반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차크라보르티 학장은 두 사람의 설전을 두고 “무료 광고인 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또 메타가 머스크의 경영전략을 모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WP는 침체기를 겪었던 저커버그가 머스크를 따라 하는 ‘일론화’(Elonization)가 이뤄지고 있다고 봤는데요. 저커버그가 지난 1년간 테슬라의 열혈 팬으로 알려진 코미디언 조 로건과 인공지능(AI) 연구원 렉스 프리드먼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했고, 머스크가 감행했던 대량 해고, 계정 유료화 등 방침에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는 걸 근거로 들었습니다.

저커버그는 최근 팟캐스트에서 머스크의 트위터 경영에 대해 “그가 추진한 많은 원칙은 기본적으로 회사 엔지니어들과 관리 계층 간 거리를 줄이면서 조직을 더 기술적으로 만들려는 것이었다”며 “그것이 좋은 변화이고, 업계에도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그것이 좋은 변화라고 생각하지만, 실행하기에는 약간 겁을 내는 경영자들이 많았다”며 머스크의 경영 방식이 경영자들에게 회사 조직과 생산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힘을 줬다고도 했죠.

NBC 방송은 “트위터의 경쟁자들이 머스크의 전술을 모방하고 있으며, 심지어 저커버그도 마찬가지”라며 “머스크가 인수한 이후 트위터의 기업 규모가 크게 줄었는데도 머스크의 영향력이 지속하는 점은 놀랍다”고 부연했습니다.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 (AP/뉴시스)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 (AP/뉴시스)
UFC 회장도 부추겨…도박 사이트 승률은 저커버그가 앞서

이례적인 테크 거물들의 주먹다짐 예고로 스포츠 업계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단체 UFC의 데이나 화이트 회장은 온라인상 설전 이후 머스크, 저커버그와 직접 얘기를 나눴다며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싸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화이트 회장은 “저커버그가 먼저 전화를 걸어 와 ‘머스크가 진심이냐’고 물었다”며 “머스크에게 연락하자 ‘저는 정말 진지하다’고 답하더라”고 전했습니다.

두 사람이 실제로 격투기 링 위에 등장할 가능성은 작습니다. 머스크는 평소에도 트위터에 자주 농담을 올리고, 이번 발언 이후엔 “나는 멋진 기술을 갖고 있다. 상대방 위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술”, “난 아이들을 공중에서 돌리는 것 외에는 거의 운동하지 않는다” 등 한 수 물러나는 듯한 글을 적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승자를 예상하는 구체적인 분석도 나와 눈길을 끌었는데요. 체급을 고려하면 머스크가 앞선다는 주장입니다. 저커버그는 신장 171㎝, 체중 70㎏인 반면 머스크는 186㎝에 85㎏이죠. 그러나 저커버그는 머스크보다 젊고, 무엇보다 주짓수 지역 대회에 출전해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낸 아마추어 선수입니다.

머스크의 어머니인 메이 머스크가 “농담이 아니다. 말로만 싸워라. 더 웃기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라며 철부지 아들(?)을 말리고 나섰지만, 이미 승패를 건 도박 사이트까지 등장하는 등 관심이 뜨겁습니다. 저커버그는 주짓수 아마추어 대회 출전 경력이 있는 만큼, 도박 사이트에서 승률 80% 이상을 기록하고 있죠.

한편, 머스크는 자신이 이끄는 항공우주업체 스페이스X의 대형 우주선 스타십과 관련한 인터뷰에서 저커버그와의 대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며 “아직 훈련을 시작하진 않았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훈련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두 CEO의 신경전이 노이즈 마케팅을 넘어 세기의 ‘현피’로 기록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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