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부터 첫 장맛비 쏟아진다…올해 장마가 무서운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3-06-23 16:25 수정 2023-06-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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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DB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조현호 기자 hyunho@)
25일부터 전국이 장마권에 들겠습니다.

22일 기상청에 따르면 25일 제주도와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첫 장맛비가 내린 후 26~27일엔 전역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첫 장맛비를 뿌릴 장마전선은 일본에 강한 비를 쏟아내고 제주도에 상륙하게 됩니다. 이 장마전선은 21일 밤부터 일본 가고시마현에서 낙뢰와 돌풍을 동반한 120㎜ 안팎의 장대비를 뿌렸는데요. 일본 기상청은 토네이도(회오리바람) 발생 가능성을 언급하며 ‘엄중 경계’까지 발령한 바 있습니다.

안 그래도 강력한 세력의 장마전선은 우리나라로 북상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습니다. 평년보다 온도가 높아진 바다를 지나면서 대량의 수증기를 흡수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전 세계 해수면 온도가 역사상 가장 높은 상황이라 올여름 강수가 거셀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장마 자체가 새삼스러운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여름이면 장마를 맞이하는데, 평균적으로 한 달가량 이어집니다. 장마 기간 내내 비가 내리는 건 아닙니다. 실제 장마 기간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날은 통상 12일에서 16일 정도죠.

문제는 장마의 양상이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는 겁니다. 여기에 올해 장마에 대해선 ‘5일 빼고 비가 내릴 것’이라는 ‘괴담’까지 돌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번 장마가 예년과 무엇이 다른지, 변화의 원인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이어진 2022년 8월 9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역 인근 도림천 수위가 높아져 있다. 이투데이DB (신태현 기자 holjjak@)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이어진 2022년 8월 9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역 인근 도림천 수위가 높아져 있다. 이투데이DB (신태현 기자 holjjak@)
한국에서 스콜이?…장마 기간·양상 종잡을 수 없어

최근 국내에 내리는 비는 좁은 지역에 짧게, 강하게 퍼붓는 국지성 호우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소나기는 대기 상층에 위치한 찬 공기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찬 공기가 지상의 따뜻한 공기와 충돌하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진 탓에 국지성 소나기가 내리게 되는 거죠. 날씨가 맑다가도 돌연 물폭탄이 쏟아지는 모습은 아열대기후의 ‘스콜’을 연상케도 하는데요. 스콜은 한낮 더위의 덥고 습한 공기가 위로 올라가 비로 내리는 현상이라, 최근 국내에서 흔히 발생하는 소나기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장마의 시기와 기간, 양상도 모두 들쭉날쭉한 모양샙니다. 2020년 장마는 8월 중순까지 이어지면서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는데, 2021년에는 평년보다 늦게 시작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17일에 그치면서 1973년 이후 3번째로 짧은 장마 기간으로 기록됐습니다. 평년 장마 기간은 31~32일입니다. 지난해에는 장마가 끝난 후 다시 장마가 시작되는 ‘2차 장마’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는데요. 기상청이 당초 발표한 종료일로부터 2주가 지난 후에도 한 주 내내 폭우 예보가 나왔습니다. 장마가 시작되는 6월부터 태풍이 발생하는 초가을까지 호우에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특히 지난해 8월엔 서울에 발생한 기록적 폭우로 도림천 인근 관악구 반지하 주책 주민 여러 명이 사망하는 등 극심한 피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올해 장마 양상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실제로 올해 첫 장마부터 예년과 다른 모습인데요. 제주도 장마 시작일의 평년값은 6월 19일이지만, 올해 장마는 이보다 6일 늦게 시작합니다. 중부와 남부도 이틀 정도 늦게 시작될 전망이죠.

또 전국에 장맛비가 동시에 내리게 되는데, 이렇게 장마가 시작하는 건 50년 기상 관측 사상 이번이 7번째입니다. 보통 제주부터 시작하는 장마는 평균 6일에 걸쳐 중부까지 서서히 북상하는데, 현재 예상대로라면 이번 장마는 2021년 이후 2년 만에 전국 각지에 영향을 주겠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난해 8월 2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문에 설치된 성화 열기로 시민들의 모습이 일그러져 있다. (뉴시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난해 8월 2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문에 설치된 성화 열기로 시민들의 모습이 일그러져 있다. (뉴시스)
온난화에 엘니뇨까지…“올해 ‘가장 뜨거운 해’ 될 수도”

무엇보다 올여름엔 ‘엘니뇨’라는 변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엘니뇨는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이는 무역풍이 강해지면서 적도 태평양 지역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라니냐의 반대 현상입니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일정 주기로 번갈아 가면서 나타나는데, 최근 기후 위기가 심화하면서 발생 주기와 강수, 기온 패턴 등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2020년 발생해 올해 3월까지 3년간 이어진 라니냐는 21세기 첫 ‘트리플 딥’ 라니냐였습니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온난화와 결합하면서 ‘역대급 고온 현상’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주기적으로 바뀌는 엘니뇨·라니냐의 변화 폭이 훌쩍 커지면서 기상이변의 발생 횟수와 그 영향까지 확대됐죠. 실로 지난해에는 지구 각지에서 다양한 기상이변이 나타났습니다. 적도 부근 동태평양 인근 남미의 콜롬비아 보고타 지역에서는 60년 만에 눈이 내렸고, 동남아시아와 호주에서는 강수량이 급증하면서 홍수가 발생했습니다. 대기가 건조해지면서 북미 남서부엔 가뭄과 산불이 빈번했죠. 한국이 포함된 동아시아 지역은 사람이 사망할 정도의 폭염이 발생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지구가 역사상 가장 따뜻한 8년을 보냈다는 겁니다. 해수면 온도를 낮춰 기온 상승을 막는 라니냐가 이례적으로 오랜 기간 이어졌음에도 기온이 높았다는 건데요.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지난 3년 동안 라니냐로 인해 지구 기온 상승에 일시적인 제동이 걸렸는데도 우리는 기록상 가장 따뜻한 8년을 보냈다”며 “엘니뇨가 발생하면 온난화는 가속화하고 지구 기온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WMO는 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된 2016년의 기록이 5년 이내 깨질 확률을 98%로 예상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발생할 엘니뇨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하는 ‘슈퍼 엘니뇨’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자연현상이지만, 온난화와 중첩되면서 지구 전반에 고온, 가뭄, 홍수, 폭설 등 이상기후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실로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던 2016년 폭염일수(일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날)는 22일에 달하는 등 무더위가 길게 찾아온 바 있죠.

15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전 세계 6월 평균기온이 1979년 기록한 이달 최고 기온보다 1℃ 정도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는데요. 며칠간은 전 세계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1.5℃나 높은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3S는 “이렇게 높은 기온을 보인 것은 아마도 산업화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죠. 핀란드 기상학자인 미카 란타넨은 가디언에 “이달 들어 기온이 이례적으로 치솟고 있으며 가장 더운 6월 기록이 깨질 것이 확실하다”고 전했습니다.

마이클 만도 미 펜실베이니아대 기상학자도 “전 세계 지상 온도가 역대 최고 또는 이에 근접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며 “올해가 역대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반면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올해가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가능성을 12% 수준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NOAA도 올해가 역대 가장 더운 해 10위 안에 들어가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 있죠. 지난달 전 세계 평균기온이 역대 세 번째로 높았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 예측에 힘을 실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집중호우 대비 사전점검을 위해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기상센터를 찾아 유희동 기상청장으로부터 여름철 기상전망 및 대응책을 보고받고 있다.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집중호우 대비 사전점검을 위해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기상센터를 찾아 유희동 기상청장으로부터 여름철 기상전망 및 대응책을 보고받고 있다. (뉴시스)
기상청, 기후재난 대비 ‘박차’…극한 호우 재난문자 발송·태풍 정보 3시간 간격 제공

엘니뇨가 발생한 해에는 국지성 폭우 등 우리나라 강수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이에 올여름에도 예년보다 많은 양의 비가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인데요. APEC 기후센터도 ‘동아시아 계절예측 기후전망’에서 “7~9월 한반도와 중국 북동부의 강수가 평년보다 많을 경향이 전망된다”고 내다봤습니다.

기상청은 기후재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올여름부터 극한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직접 발송하기로 했습니다. 피해가 우려되는 매우 강한 비(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이면서 동시에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가 관측된 경우 해당 지역에 직접 재난문자를 발송하게 되는데요. 올해 수도권에서 시범 운영을 거친 후 내년 전국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기상청은 기온과 함께 습도까지 고려한 체감온도 기반의 폭염특보를 정식 운영하고 있습니다. 건설·택배·배달 분야에 종사하는 야외 근로자와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폭염 영향예보를 확대 제공하고, 농촌 지역 노인을 위해선 도시에 사는 자녀들에게도 관련 정보를 전달하도록 했죠.

또 태풍이 국내에 상륙할 것이 예상되면 기존 6시간에서 3시간 간격으로 태풍 정보를 세분화해 정보를 제공할 방침입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여름철 자연 재난으로부터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기후재난 대응의 최전선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번 장마 기간은 평년보다 길게, 잦은 집중 호우와 함께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기후변화가 장마를 비롯한 자연현상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만큼, 기상청이 내놓은 예보에도 변동성은 존재하는데요. 기후재난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에 나섬과 동시에 급격히 심화하고 있는 기후 위기에도 지속적인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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