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킬러 없어지는 추세였는데…" 혼란·긴장감 교차하는 대치동 학원가

입력 2023-06-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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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대치동 입시학원 건물들 앞에 입시설명회 안내문이 붙어있다. (정유정 기자 )
▲21일 오후 대치동 입시학원 건물들 앞에 입시설명회 안내문이 붙어있다. (정유정 기자 )
"언니는 어느 건물로 갈 거야? 난 저쪽 사거리 건너가 볼게."

21일 오후 대한민국의 '교육 1번지' 대치동 학원가. 한 건물에서 입시설명회를 들은 학부모들이 재빠르게 다음 입시설명회를 들으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대형 학원이 위치한 거리에서는 이처럼 입시 정보를 놓치지 않으려는 학부모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실제로 대치동 은마아파트 입구 사거리에 위치한 여러 입시학원 입구에는 각각의 학원관계자가 진행하는 입시설명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교육부가 불을 붙인 '킬러문항 배제'와 '공정 수능' 논란 이후 찾은 21일 대치동 학원가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운 입시 상황 속 정보를 얻기 위해 바쁜 모습이었고, 학생들은 공부에 열중하면서도 불안감을 내비쳤다.

▲21일 오후 대치동 입시학원 건물 앞에서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정유정 기자)
▲21일 오후 대치동 입시학원 건물 앞에서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정유정 기자)
유명 입시학원 뒷건물에 들어서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자율학습을 위해 인근 건물 독서실로 줄을 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저마다 한 쪽 손에는 공부를 하던 책들을 든 채였다. 기자가 말을 걸려고 하자, 한 학생은 "수업이 끝나서 독서실 가서 공부해야 한다"며 빠르게 행렬을 따라 건물로 들어갔다.

▲21일 오후 대치동 한 입시학원 건물 내부에 붙은 홍보게시물. '준킬러 집중공략'이라고 쓰여있다. (정유정 기자)
▲21일 오후 대치동 한 입시학원 건물 내부에 붙은 홍보게시물. '준킬러 집중공략'이라고 쓰여있다. (정유정 기자)
정부의 '킬러문항 배제' 지시에 '준킬러 문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입시 준비생들은 불안하다는 설명이다.

병원에 들렀다가 처방 받은 약봉투를 들고 학원에 들어가던 재수생 장 모씨(20)는 "상황이 혼란스럽고 기존 기조를 유지하면 좋겠다"며 "킬러 문항은 이미 없어지는 추세였다"고 말했다.

장 씨는 "이번 6월 모의평가에서는 원래 킬러 문항이었던 22번, 30번의 난이도가 낮아지고 그 앞 문항인 13번에서 예상치 못하게 막히는 느낌이었다"며 "최상위권, 진짜 잘하는 학생들은 쉬워질 것 같은데 저같이 수학이 100점 안 나오는 학생들은 시험 때 준킬러를 못풀게 되면 대학을 못 가는 점수를 받게 되니까 더 어려워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의대를 가기 위해 재수 중이라는 김진용(20)씨도 킬러 문항은 이미 없어지는 추세였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킬러가 옛날에 비해 되게 약해지는 편이고,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라고 지적한 그 비문학 문제가 사실 되게 쉬운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씨는 "그것보다 더 쉽게 내라는 게 말이 안되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가면 최상위권 변별도 안되고, 2-3등급 학생들도 '해볼만 하다' 생각이 들어서 더 학원을 찾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사교육을 잡는 현 정부의 정책이 본질을 보지 못한다고 지적한 입시생도 있었다.

문과에서 소위 말하는 'SKY'를 가기 위해 재수를 택했다는 이서진(20)씨는 "사교육을 많이 찾게 되는 이유는 수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시는 워낙 인강도 잘 돼있으니까 정시보다는 수시, 학교 내신 적중 이런 걸 사교육에서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사교육 문제에 대한 핀트(초점)가 잘못 맞춰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입시전문가는 현재 교육 상황에서 사교육을 잡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사교육을 없애려면 상대평가를 다 없애야 한다"며 "학생들이 생각하는 사교육 중 인강 같은 경우는 사교육이라는 범주에 들어가기보다 공교육을 보완해주는 값싼 안전장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대치동에서 특정 강사들이 킬러 문항 콘텐츠를 활용해서 마케팅하고, (학생들이) 그걸 활용해서 점수 올리는 걸 사교육이라고 보는 것 같다"며 "(정부는) 최상위권, 상위 0.1%를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게 안좋은 시그널이라고 보고 제재하려는 듯 한데, 그런 정부의 방향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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