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원호의 세계경제] “애플이 불장난하고 있다”

입력 2023-06-16 05:00 수정 2023-06-1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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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반도체 갈등에 미묘한 해석

‘中 견제’ 노린 美의회 효과 의문

현지 진출 美기업 부메랑 될수도

G7 정상들은 지난 5월 20일 히로시마에서 경제 안보에 대한 별도의 공동 성명을 내고 ‘경제적 강압’을 행사하는 세력에 맞서 공동으로 대응하는 플랫폼을 새롭게 만들기로 했다. 미국은 최근 자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Micron Technology)에 대한 중국정부의 제재를 계기로 경제적 강압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또한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공동대응 차원에서 미 의회는 동맹국 한국의 기업들이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대체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올해 10월 미국의 반도체 장비수출 통제마저 이에 연계해서 유예연장이 결정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우선 ‘경제적 강압’에 대한 정의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보통 우리는 비공식적이고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경제적 조치를 통해 상대국을 압박하고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경우 이를 경제적 강압이라고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중국정부가 마이크론사에 취한 제재조치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중국 국내법에 근거한 조치였다는 점에서 경제적 강압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국내 대다수 전문가들은 미 의회의 압박이 불투명하고 법률적 근거가 없는 경제적 강압이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마켓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일일이 계산대에서 왜 구매하는지 설명하지 않는 것처럼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반도체를 구매하는 기업들이 반도체 구매할 때 마이크론 메모리칩을 대체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더 필요해서 사는 것인지 말할 이유도 없고 말을 하지도 않는다.

2022년 마이크론의 D램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5%, 낸드플래시는 11%였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60%, 마이크론의 메모리 매출에서 차지하는 중국 비중이 11%라는 점을 모두 고려하면, 중국 내에서 발생하는 마이크론의 빈자리는 낸드플래시와 D램을 모두 포함해도 글로벌 점유율의 3%도 되지 않는다.

즉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대체해도 실제 데이터에 나타나는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의 변화는 1%p가 안될 가능성이 크다. 눈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이번 중국의 조치는 마이크론 반도체의 완전한 사용금지가 아니라 국가안보상 중요한 인프라 등 특정 분야에서의 사용 금지조치였다. 현지에서도 마이크론 반도체가 여전히 구매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미 의회 주장의 실현가능성이 실제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문제는 미 의회의 주장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인도, 베트남 등이 부상하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제조 허브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전자제품의 36%를 생산하며, 스마트폰, 컴퓨터, 클라우드 서버, 통신 인프라 등을 포함한 글로벌 전자제품 공급망에서 가장 큰 제조기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중국에는 중국 업체뿐만 아니라 다국적 전자기기 제조업체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이다. 마이크론의 메모리 반도체를 구매하는 기업은 중국기업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수많은 미국기업들도 해당된다.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의 애플(Apple)이다. 애플의 공급망 리스트를 살펴보면, 중국 애플 공장은 삼성, SK 하이닉스, 마이크론으로부터 메모리 반도체를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애플이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삼성과 SK하이닉스 제품으로 메우지 않는다면 누구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결국 D램은 중국의 CXMT, 낸드플래시는 중국의 YMTC라는 옵션밖에 남지 않는다. CXMT의 D램은 품질 논란이 있지만, YMTC의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한 수준이다. 따라서 미 의회의 주장은 중국 내 미국기업들에 중국기업의 반도체를 사용하라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는 작년 애플이 신제품 아이폰 14에 YMTC에서 생산한 낸드플래시 메모리칩을 탑재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미국 의원들이 애플을 겨냥해 쏟아냈던 비판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애플이 불장난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렇다면 지금 미국 의회의 주장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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