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때문에 만들어진 외국인 투표권…혜택은 중국인이? [이슈크래커]

입력 2023-06-1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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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 사진. (뉴시스)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 사진. (뉴시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파문이 연일 커지고 있습니다. 한중 관계가 냉각되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국내 거주 중국인의 지방선거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른바 ‘베팅 발언’ 논란은 8일 싱 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찬 회동을 하면서 촉발됐습니다. 싱 대사는 이 자리에서 입장문을 낭독하면서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처리할 때 외부 요소의 방해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는데,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다.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을 작심 비판한 것인데요. 고압적·비외교적인 발언에 국내 정치에 관여한다는 ‘내정 간섭’ 논란도 일었습니다. 이에 장호진 한국 외교관 1차관은 9일 싱 대사를 불러 문제 발언에 대해 항의했습니다. 그러자 다음날인 10일 눙룽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정재호 주중대사를 중국 외교부로 불러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표했습니다. 중국은 ‘초치’ 대신 ‘회동을 약속하고 만난다’는 의미인 ‘웨젠’(約見) 형식이었다고 발표했으나, 내용상 한국이 주한중국대사를 초치한 것에 대한 ‘맞불 초치’로 여겨졌죠.

또 한국은 차관이 대사를 불러냈지만, 중국은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차관보가 대사를 불러내면서 한중 외교 당국 간 ‘팃포탯’(tit for tat·맞받아치기) 공방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싱 대사의 돌출 발언이 한중간 대치로 치달으면서,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투표권 문제가 제기된 상황입니다. 이들의 투표권이 한국 내정 간섭의 수단이 될 수 있으니 제한하자는 주장인데요. 사실 이 같은 주장은 처음이 아니기도 합니다.

한국 내 외국인 투표권 제도와 해외 사례까지 살펴봤습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예방을 받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예방을 받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일 정상회담 계기로 시작된 ‘외국인 선거권’…사실상 수혜자는 중국인?

외국인 투표권과 관련해서는 1998년 김대중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주요 의제로 부상하면서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인데요. 2000년에는 처음으로 장기 거주 외국인에게 지방선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죠.

이후 2005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장기 체류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선거권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듬해 있었던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체류자격 취득일 후 3년이 경과한 외국인으로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 등록대장에 올라 있는 사람’에 한해 선거 참여가 허용됐죠. 당초 취지대로 재일 교포들의 참정권을 위해서였죠.

그러나 정작 일본에는 외국인 투표권이 없습니다. 되레 이 제도의 가장 큰 수혜자는 사실상 중국인이라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지난해 3월 기준 외국인 유권자 12만6668명 중 78.9%인 9만9969명이 중국인입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에도 한국을 포함한 외국인 투표권이 없어, 상호주의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 겁니다.

2020년에는 ‘중국인 영주권자의 지방선거 투표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이 청원에는 21만 명이 넘는 이들이 동의했죠. 당시 청와대는 국민청원에 “주민공동체인 지자체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지방선거에 주민의 한 부분을 이루는 일정 요건을 가진 외국인도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지역주민으로서 지역사회의 기초적인 정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민주주의 보편성을 구현하려는 취지”라고 답한 바 있습니다.

외국인 선거권 문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발언으로 다시금 주목받았습니다. 한 장관은 지난해 12월 “우리 국민은 영주권을 가져도 해당국에서 투표권이 없는데 상대 국민은 우리나라에서 투표권을 갖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아야 유연성 있는 이민정책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외국 국적자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는 현행 제도에 개편 의사를 드러낸 겁니다. 한 장관은 “외국인 입국에 유연성을 갖지 말자는 취지가 아니”라면서 “잘못된 제도는 바로잡고 관련 제도들을 정비한다는 차원”이라고 덧붙였죠.

실제로 이후 공직선거법 개정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 공직선거법 개정안(상호주의 공정선거법)을 발의했는데요. 이는 최소 5년 이상 지속적으로 한국에 거주한 영주권자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현행법상 외국인이 영주권을 받고 자국으로 돌아가도 투표권을 유지한다는 게 문제로 지적됐는데요. 의무 거주 기간을 넣어 제도를 강화하자는 취지로 개정안이 언급된 겁니다.

당시 권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는 영주권 취득 3년이 지난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공산권 국가에서는 (투표권 부여가) 불가능하고, 미국과 영국은 시민권자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기 때문에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외국인 투표권 두고 찬반 팽팽…해외 사례 살펴보니

10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 영주권자를 포함한 외국인 투표권자의 참정권을 박탈하는 것은 차별과 혐오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일하고 세금을 내는 만큼, 의사결정권자를 선출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반면 외국인 투표권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죠.

권 의원은 14일 “상호주의 원칙에 의거한 선거법 개정 논의를 ‘혐오’라고 규정하는 것은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며 “우리 국민은 중국에서 투표권이 없다. 이를 근거로 중국이 한국을 혐오한다고 주장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권 의원은 외국인 투표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0.2%밖에 되지 않아 영향이 미미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외국인 투표권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며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6726명, 제5회 1만2878명, 제6회 4만8428명, 제7회 10만6205명이다. 현재는 외국인 투표권자가 0.2%라고 하더라도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고 짚었는데요. “선거는 단 한 표로도 당락이 결정된다”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는 0.15%, 즉 8913표 차이로 승부가 났고, 안산시장 선거의 당락을 가른 것은 불과 179표였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외국인 투표권 제도를 어떻게 운용하고 있을까요. 먼저 중국에서는 외국인 참정권을 아예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도 재일동포, 영주권자를 포함한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죠. 미국은 미국 국민인 시민권자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방선거는 각 주가 재량권을 가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메릴랜드주의 11개 도시 등이 비시민권자에게도 투표권을 제한적으로 줍니다.

일부 중남미 국가는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데, 칠레와 우루과이 등에서는 5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이라면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는 지방선거에서만 투표권을 주죠.

유럽은 국가별로 다른데요.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 등은 국적에 상관 없이 외국인에게 지방선거권을 부여하지만,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등은 유럽연합(EU) 회원국 국민에게만, 영국과 호주 등은 영연방 국가끼리만 서로 선거권을 주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해 관저를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해 관저를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도입 취지 반영 안 된 실정…제도 강화 논의 물살 타나

당초 우리나라가 외국인 투표권을 도입한 데에는 재일동포의 권리 향상이 근거로 작용했습니다. 당시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 일본 선거 참정권을 주면서 권리를 보장하자는 목적이었는데, 현재까지도 재일동포는 일본에서 참정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먼저 선거법을 바꾸면 일본 정부에서도 개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논리였으나, 사실상 취지 달성에 실패한 겁니다.

이에 상호주의를 기반으로 현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최근 한중 관계도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이 목소리는 더 높아졌는데요. 건강보험, 부동산 매입 등에서도 외국인을 아예 배제하거나 엄격히 적용하는 중국 측에 비해 우리나라의 적용 기준은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일례로 중국에선 한국인이 건강보험을 못 받지만, 국내에서는 중국인이 건강보험으로 혜택을 본다는 건데요. 외국인 가입자의 건강보험 재정 수지는 2013년부터 흑자를 기록해왔지만, 중국인의 경우 유일하게 적자인 상황입니다. 중국인이 내는 보험료보다 받는 보험 급여가 많다는 의미죠. 중국인 건보재정 적자 규모는 2018년 1509억 원에서 2019년 987억 원, 2020년 239억 원, 2021년 109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엔 여당을 중심으로 상호주의에 입각해 외국인 선거권을 제한하자는 취지의 법안 3건이 발의돼 있습니다. 법무부도 외국인 영주권자에 대해 세금 납부 또는 일정 기간 국내 실거주 여부 등을 따지는 실질적 심사 제도 등을 검토 중인 만큼, 관련 논의도 다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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