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은 4차 산업혁명] 물꼬 튼 한일관계 ‘정열경열’로 키워야

입력 2023-05-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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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상 셔틀외교 복원으로

펀드조성 등 경협 활성화 ‘시동’

전경련·게이단렌 협력사업 발굴

섬세한 전략적 구상·행동 있어야

오랫동안 냉각상태에 있던 한일관계가 두 정상의 셔틀외교로 해동(解凍)이 되고 있다. 얼음장 같았던 정치와 경제가 동시에 풀려나와 데워지고 있는 양상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요샛말로 ‘케미가 맞는다’고 할 정도로 새로운 공감대를 만들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수면하에서 경제협력의 기운은 확실히 따뜻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 예로 이달 초 미쓰비시상사는 미쓰비시UFJ은행 등과 공동으로 일본 최대 규모의 탈탄소 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부체식(浮體式) 해상 풍력 발전이나 재생 항공연료(SAF) 등에서 유망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기업에 총 10억 달러(약 1조3500억 원)를 투자한다고 한다. 미쓰비시상사의 네트워크를 살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하면서 일본이나 아시아 기업과의 사업 제휴도 넓힐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미쓰비시상사는 미쓰비시UFJ은행과 한국프라이빗에쿼티(PE·미공개주) 펀드인 파빌리온프라이빗에쿼티와 공동으로 설립한 운용사를 통해 조만간 ‘마루노우치 크라이밋 테크 그로스 펀드’를 만든다. 미쓰비시상사 이외에 미쓰비시중공업 등에서도 출자자를 모집해 2024년 4월까지 10억 달러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사업회사가 주도하는 탈탄소 펀드로는 일본 최대 규모다.

글로벌 경제연구기관들에 따르면 2050년까지 CO2 배출 넷 제로 실현에는 2022~2025년에 평균 연 2조 달러, 2026~2030년에는 연 4조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시산이다. 미쓰비시상사는 2030년까지 탈탄소 관련으로 2조 엔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2022년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가 운영하는 탈탄소 펀드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카탈리스트(BEC)에 1억 달러를 출자했다. 투자액은 1개사당 2000만~1억 달러를 상정해 2029년 4월까지 20개사 정도에 출자할 계획이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세계에서는 탈탄소펀드 출범이 잇따른다. 소프트뱅크그룹과 사우디 아람코 산하 투자펀드는 전기를 위치에너지로 바꿔 중력축전을 하는 에너지볼트(스위스)에 출자해 기업가치를 2.5배 이상 높여 2022년 상장시켰다.

올 1월 스위스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회의)에 제출된 스턴 런던정경대(LSE) 교수 등의 보고서는 탈탄소 기술의 대부분은 2020년대 보급 확대의 전환점을 맞았고, 그 투자 기회는 ‘산업혁명 이후 최대’이며 새로운 성장스토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모로토미 도오루 교토대 대학원 경제학 연구과 교수는 “ 21세기 한 국가나 기업의 경쟁력은 탈탄소 기술 획득과 이를 둘러싼 비즈니스에서 누가 지배적이 되느냐에 따라 결정적으로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신한금융지주와 KB파이낸셜도 외교 해빙을 타고 일본과의 협력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 분야의 한일 관계는 외교보다 먼저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회사는 개인시장에 진출한 지 만 14년이 되는 올해 법인용으로 뛰어든다. 구체적으로 이달 중에 한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50억 엔(약 5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미쓰이스미토모 은행과 업무 제휴한 KB파이낸셜그룹은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 은행과 보험을 겸영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KB파이낸셜그룹은 이 강점을 살려 예금에서 투자로 고객의 요구가 바뀌고 있는 데서 사업기회를 찾으려 한다. 이는 투자로 소득을 배증시키겠다는 기시다 정부의 정책과도 맞물린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의 방일 시 한국 전경련과 일본 게이단렌은 ‘한일 미래파트너십 선언(3월 16일)을 하고 협력사업발굴에 나섰다. 자원·에너지 안전보장 공동대응,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저출산 고령화, SDGs 실현 등 두 나라가 협력해야 할 많은 과제를 놓고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지난 4월 16일 게이단렌 산하 21세기 정책연구소팀이 판교 창업존을 방문해 일본 기업과 한국 스타트업 간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돌아갔다.

한 마리의 제비가 돌아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한일 관계는 ‘정냉경냉(政冷經冷)’에서 ‘정온경온(政溫經溫)’으로 온도가 올라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것이 ‘정열경열(政熱經熱)’로 발전되려면 더 대담하고 더 섬세한 전략적 구상과 행동이 필요하다. 한일 간의 진정한 협력은 실마리가 풀린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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