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생 배관공 아재가 뜬다…‘슈퍼 마리오’가 부활할 수 있었던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3-05-0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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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유니버셜 픽쳐스)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유니버셜 픽쳐스)

빨간 모자에 멜빵 바지, 둥그런 코와 콧수염…

설명만 들어도 한 캐릭터가 그려지지 않나요? 전 세계 게임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캐릭터, ‘마리오’인데요. 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애니메이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최근 ‘10억 달러 클럽’에 입성하며 흥행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1일(현지시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4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 글로벌 흥행 수익 10억2637만 달러(한화 약 1조3734억 원)를 돌파하며 지난달 5일 개봉 이후 한 달 만에 올해 개봉작 중 처음으로 ‘10억 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북미에서만 4억 9000만 달러(6578억2500만원)를 기록하며 ‘겨울왕국2’(2019)의 4억7737만 달러와 ‘도리를 찾아서’(2016)의 4억8629만 달러를 앞지르고 역대 북미 흥행 애니메이션 TOP3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죠.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3억7700만 달러(한화 약 5044억 원)라는 오프닝 스코어를 달성, 역대 애니메이션 오프닝 스코어 1위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습니다. 이는 2019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 2’(3억5000만 달러)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입니다.

데드라인 등 미국 연예매체들은 “이 같은 속도라면 14억4972만 달러(한화 약 1조9397억 원)를 벌어들여 역대 최대 수익을 기록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의 기록도 넘어설 것”이라고 보도하며 영화가 써낼 기록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이어지고 있죠. 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개봉 8일째인 이날 누적 관객 수 100만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올 초 개봉해 크게 사랑받은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보다 빠른 속도죠.

사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에 참신하다거나 새로운 요소가 등장하는 건 아닙니다. 애니메이션은 일본 닌텐도가 1985년부터 선보인 동명의 게임 시리즈를 영화화한 것인데, 개봉 전 평론가들은 혹평을 내놨습니다. “스토리가 단조롭고 이야기가 빈약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습니다. 북미 영화 정보 사이트 로튼토마토 전문가 평점도 59%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관객들의 반응은 사뭇 다릅니다. 평론가들이 참신한 요소의 부재를 지적할 때, 관객들은 “오히려 좋아!”를 외치며 영화관으로 달려가고 있는데요. 대체 무엇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걸까요?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유니버셜 픽쳐스)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유니버셜 픽쳐스)
무명에서 전 세계적인 캐릭터로…공주 구하는 배관공 이야기

게임 ‘슈퍼 마리오’ 시리즈는 1985년부터 출시됐습니다. 게임의 주인공 마리오가 등장한 건 ‘슈퍼 마리오’ 시리즈 출시보다 먼저인데요. 마리오는 일본의 전설적인 게임 개발자, 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가 만든 게임 ‘동키콩’ 속 목수로 대중과 처음 만났습니다. 성난 고릴라가 던지는 장애물을 피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이름은 따로 없었습니다. 그냥 무명이었죠. 유럽과 미국에서는 그를 ‘점프맨’으로 불렀습니다.

이후 미야모토는 점프맨의 직업을 배관공으로 바꾸고, 이름도 ‘마리오’라고 명명하면서 생명력을 불어넣었는데요. 게임의 작은 요소던 점프맨은 ‘마리오’라는 이름으로 형제 ‘루이지’와 함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되어 초록색 배관을 타고 비밀 세계를 넘나들게 됐습니다. 미야모토는 “어릴 적 본 한 건물의 벽에 맨홀 뚜껑이 있었다. 그걸 보고 ‘저건 뭐지, 맨홀은 어디로 연결될까’ 궁금해졌다”며 마리오를 배관공으로 설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게임에서 마리오는 버섯 왕국을 구하기 위한 모험에 나섭니다. 평화롭던 버섯 왕국에 어둠의 마법을 사용하는 쿠파족이 찾아오며 쑥대밭이 되고, 백성들은 돌, 벽돌, 식물로 변합니다. 피치 공주는 우두머리인 쿠파에게 납치당하고, 마리오는 그를 구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나게 되죠. 버섯왕의 외동딸인 피치 공주는 마법에 걸린 백성들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데, 게임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마리오와의 러브라인이 확고해지기도 했습니다.

게임은 중독성 높은 효과음과 배경음악, 즉각적인 공간 전환, 간단한 조작법, 뚜렷한 서사와 난이도 설정 등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죠.

▲1985년 출시된 비디오 게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게임 화면. (출처=닌텐도 공식 홈페이지 캡처)
▲1985년 출시된 비디오 게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게임 화면. (출처=닌텐도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추억 마케팅 통했다…영화 곳곳에 원작 재미 요소 등장

애니메이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흥행한 것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원작 게임의 요소를 잘 살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영화에 대한 로튼토마토 전문가 평점은 59%인데 비해, 관객 평점은 96%로 폭발적인 호평이 나왔죠.

줄거리는 게임처럼 간단한데요. 악당 쿠파(영화 속 이름은 바우저)는 게임에서처럼 피치 공주를 납치하는 게 아니라 마리오의 동생 루이지를 납치하고, 마리오와 피치 공주가 그를 구하는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피치 공주와 쿠파의 사연을 조명한 것도 게임과의 차이점이죠. 피치 공주는 누군가 구해주는 걸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마리오의 파트너로서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화려한 액션까지 선보입니다. 게임에 익숙한 관객들 사이에서는 “게임에서는 쿠파에게 일부러 잡혀준 것”이라는 웃음 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하죠.

피치 공주를 제외하면, 영화 속 캐릭터들은 게임 속 모습을 고스란히 구현합니다. 마리오는 버섯을 먹고 놀라운 속도와 힘을 얻으며, 배관을 타고 각종 세계로 이동하죠. 마리오·루이지 형제가 일하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부터 버섯 왕국, 정글 왕국, 다크랜드 등 게임 속 공간이 차례대로 펼쳐집니다. 게임 ‘슈퍼 마리오 카트’에 등장하는 무지개 로드에서 레이싱이 펼쳐질 때 관객들은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 밖에도 키노피오, 동키콩, 파이어 플라워, 슈퍼스타 등 게임 캐릭터들과 익숙한 효과음, 배경음악이 등장하면서 마치 게임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경험을 선사합니다.

개봉 전 평론가들의 혹평이 확산하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게임이랑 비슷하다고? 오히려 좋아!” 등 기대에 부푼 이들의 반응이 속속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추억을 자극하는 게임 요소가 영화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관객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평이 나옵니다. 애니메이션이고 ‘슈퍼배드’, ‘미니언즈’ 등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일루미네이션에서 제작하긴 했지만, 어린이가 아닌 ‘슈퍼 마리오 세대’를 위한 영화라는 거죠.

슈퍼마리오, 또 한번 닌텐도 일으켜 세우나

영화 ‘슈퍼마리오’의 흥행은 캐릭터를 만든 닌텐도를 또 한 번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콘솔 게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왔던 닌텐도는 스마트폰 게임이 크게 부상하는 와중에도 콘솔에 집중하면서 부진을 겪었는데요. 모바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건 ‘포켓몬스터’가 시작이었습니다. 닌텐도는 나이언틱과 손을 잡고 개발한 ‘포켓몬GO’를 2016년 선보이며 열풍을 일으켰고, 서둘러 다음 수까지 준비했습니다. ‘슈퍼 마리오 런’이라는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신작이었는데, 이 게임의 발표는 애플의 아이폰7 발표 현장에서 이뤄져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죠. ‘슈퍼 마리오 런’ 발표 당시 닌텐도의 주가는 하룻밤 새 29%가량이나 폭등했습니다. 모바일로 출시된 최초의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신작이었지만, 장기적 흥행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평가도 그리 좋지 않았죠.

2019년 7월에는 닌텐도와 라인, NHN이 손잡고 만든 ‘닥터마리오 월드’가, 그해 9월에는 일본 업체 DeNA가 개발한 ‘마리오 카트 투어’가 출시됐습니다. ‘닥터마리오 월드’는 2021년 7월 서비스를 종료했고 ‘마리오 카트 투어’는 아직 서비스 중이지만, 두 게임 역시 ‘슈퍼 마리오’ 시리즈가 지닌 명성에 비해서는 아쉬운 성적을 냈다고 평가됩니다. 지난달 미야모토는 미국 대중문화 매체 버라이어티에 “모바일 앱이 향후 ‘슈퍼 마리오’ 게임의 주요 경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영화 흥행으로 닌텐도는 ‘슈퍼 마리오’의 가치를 또 한 번 알렸습니다. 영화가 주목받으면서 게임이 다시 인기몰이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도 예측되죠.

▲(사진제공=GS25)
▲(사진제공=GS25)
기업도 ‘슈퍼 마리오’ 효과 노린다…각종 컬래버레이션 진행

영화가 흥행하자 기업들은 ‘슈퍼 마리오’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각종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슈퍼 마리오’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출시한다고 3일 밝혔죠. 마리오를 비롯해 루이지, 피치, 쿠파 같은 주요 캐릭터를 빵·음료 등 상품에 활용해 한 달간 차례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도미노피자는 ‘슈퍼 마리오’ 무비 에디션 피자 3종을 출시하고 굿즈와 코카콜라를 49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스페셜 딜 프로모션을 진행합니다. 레고코리아는 ‘레고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신제품으로 동키콩과 관련된 상품 4종을 8월 1일 출시한다고 예고했죠. 영화에서 동키콩이 마리오의 든든한 동료로 함께하는 만큼, 단독 시리즈가 아닌 ‘레고 슈퍼 마리오 시리즈’로 발매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미야모토는 앞으로 더 많은 닌텐도 영화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난달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닌텐도는 연예 기획사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다른 대상자가 많다”며 “다음 작품을 기다려 달라”고 귀띔해 기대를 자아냈죠.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다음으로 닌텐도가 선보일 영화는 무엇이 될까요? 닌텐도의 명작 중 하나인 ‘젤다의 전설’ 시리즈의 신작,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 이달 출시되는 만큼, 언젠가는 ‘링크’가 애니메이션 주인공으로 관객들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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