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봄, 이른 벚꽃 말고

입력 2023-04-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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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벚꽃 잎이 떨어졌다. 올해 벚꽃은 유난히 예뻤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방해 없이 온전하게 봄꽃을 즐길 수 있어 집에서 가까운 여의도 윤중로를 아침 저녁으로 산책하며 봄을 만끽했다. 가족, 연인, 반려견과 함께 나온 시민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고, 서로를 찍어주는 스마트폰을 보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벚꽃 잎이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면서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일찍 찾아온 봄꽃의 아름다움 뒤에 숨은 경고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 벚꽃은 지난해보다 10일이나 빨리 폈다. 평년보다는 14일 먼저다. 1922년 관측 이래 역대 두 번째라고 하니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개화가 빨라진 건 기온 상승 탓이다. 봄꽃이 빨리 피면 생태계 혼란에 따른 인류의 식량 위기도 초래할 수 있다. 꽃이 일찍 지면서 꽃을 양분으로 삼는 나비와 꿀벌들의 먹이가 빨리 사라지게 된다. 식물이 꽃을 피우고 다시 열매를 맺기 위해 곤충이 꽃가루를 옮겨줘야 하는데 시간 차이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식목일은 4월 5일. 식목일이 처음 생긴 1940년대 서울의 5일 평균기온은 7.9도였지만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기온은 10.1도였다. 묘목을 심기 적당한 온도인 6.5를 한참 웃돈다. 지구 온난화로 나무 심는 시기가 빨라졌다. 이에 식목일을 3월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기상청은 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가 줄어들지 않으면 21세기 후반에는 2월에도 봄꽃이 필 수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최근 발표한 6차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이 현재까지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로는 2040년 안에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가량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15년 5차 보고서 예측보다 10년이다 빨라진 거다.

지난해 남부지방의 가뭄은 227일로 1974년 이후 최장 기상가뭄 일수를 기록했다. 이상 기후로 해마다 가뭄도 심각해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산불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육지 온도도 같이 오르고, 이로 인해 숲의 습도가 낮아져 산불 발생 빈도도 늘어나는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글로벌 산불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토지 사용 변화로 대형산불이 2030년 14%, 2050년 30%, 2100년 50%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산림청이 2003~2022년 산불 발생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에는 740건의 산불이 발생해 20년간 가장 많았다.

최근에도 건조한 바람이 불면서 서쪽 지역에서 산불이 잦았다. 다행히 많은 양의 봄비가 내려 산불 걱정은 한시름 덜게 됐다. 하지만 대형산불의 60%가 4월에 발생하는 만큼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상 기후 심각성은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후 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상황에 처해있다. 기후위기는 기후변화를 넘어 극단적인 날씨로 인한 물 부족, 식량 부족, 해수면 상승, 생태계 붕괴 등 인류 문명에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하는 상황을 말한다.

봄을 알리는 반가운 벚꽃. 예상보다 일찍 펴 이번주에 봄꽃축제를 준비한 자치단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상 고온에 봄비가 이어지면서 '벚꽃없는 벚꽃축제' 우려는 현실이 됐다.

벚꽃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벚꽃이 떨어지는 것을 아쉬워하기만 하기에는 지금의 현실이 매우 심각하다. 꽃잎이 떨어진 꽃길을 보면서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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