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놀이터] 달에서 살 수 있을까

입력 2023-04-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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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과학칼럼니스트

오랜만에 만난 친구 넷.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로운 주제가 나왔다. ‘지금으로부터 20~30년 뒤인 60대에는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친구 A는 “그때쯤이면 도시생활이 지겨워졌을 테니 제주도 바다를 보며 살겠다”고 했다. 친구 B는 “예전에나 60대가 노인이지 지금은 한창인 나이”라며 “백화점, 병원 어디든 접근하기 좋은 시내에 살겠다”고 했다. 친구 C는 “외국에서 자란 탓에 지금도 서울 생활이 조금 힘들다”며 “그때는 자녀들도 다 컸을 테니 다시 미국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필자는 이전에도 이런 생각을 자주 했었고 아이와도 종종 이야기를 나눴었다. “음, 그때는 지구가 더 살기 힘든 환경이 되지 않았을까? 과학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을 테고. 우리 모두 달에 가서 사는 건 어때?” 필자에게는 나름 진지한 이야기였는데 다른 친구들은 농담으로 들었다. 깔깔깔, 모두가 오랜만에 어린아이들처럼 웃었다.

인간이 달에 다녀온 것은 1972년이 마지막이었다. 그간 반세기 동안 없었다. 이제 과학자들은 유인 달 탐사를 재개하고 이곳에 달 기지를 지을 계획이다. 달 기지를 발판 삼아 더 먼 우주로 나갈 꿈을 꾸고 있다. 이르면 10년 안에 달에 가는 우주인이 탄생한다.

화성 가는 데 9개월, 달은 단 사흘

달은 우주 탐사 기지가 지어질 장소로서 매우 매력적이다. 일단 지구에서 아주 가깝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인 화성은 현재 로켓 기술로도 가는 데 9개월이나 걸린다. 하지만 지구에서 달까지는 아폴로 우주인이 갔던 1960~1970년대에도 고작 사흘이 걸렸다.

게다가 달에서는 로켓이 출발하기가 훨씬 쉽다. 현재 로켓이 짊어지고 있는 연료는 대부분 지구 중력을 이겨내고 지구 밖으로 나가는 데 쓰인다. 달의 중력은 지구 중력의 약 6분의 1밖에 되지 않아 로켓이 탈출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즉, 달 기지에서 심우주 탐사를 위한 연료와 여러 준비물을 챙겨 출발하면 된다.

하지만 달 기지를 당장 짓지 못하는 이유는 달이 매우 척박해서다. 중력이 작아 대기도 매우 희박하다. 낮에는 120도로 뜨겁고 밤에는 영하 130도로 춥다. 대기가 없으니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운석과 우주 방사선도 막지 못한다. 달에 구덩이(크레이터)가 많은 이유도 날아오는 운석과 고스란히 부딪쳐서다. 같은 이유로 달에는 물이 시냇물처럼 흐르거나 바다처럼 모여있는 곳이 없다. 아무 장비나 기술 없이는 달에서 살 수가 없다.

그래서 달에는 극한의 온도차와 운석, 우주방사선을 막고, 공기를 만들어 가둬놓을 튼튼한 기지가 있어야 한다. 사람이 생존하는 데 꼭 필요한 물과 산소도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재료를 지구에서부터 로켓이 짊어지고 가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과학자들은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달에서 직접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한다.

과거에는 달에 물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일본과 중국, 인도, 유럽 등이 달 탐사선을 보내 조사한 결과, 지구에 비해 소량이지만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특히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1호는 2009년 달의 극지방에서 물 얼음을 발견했다. 공업용수와 식수는 물론, 숨 쉴 공기도 얻을 수 있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산소가 생기기 때문이다.

달 호텔 머물며 우주여행 할 날이…

최근에는 더 희망찬 소식도 전해졌다. 극지방뿐 아니라 달 표면 전체에 물이 퍼져 있으며, 총량이 최대 2700억 톤이나 된다는 것이다. 중국과학원과 중국 난징대, 영국 맨체스터대, 영국 자연사박물관 등 공동연구팀은 달 토양에 널리 퍼져 있는 미세한 유리 물질을 100℃로 가열하면 물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물질은 중국 창어 5호 착륙선이 2020년 12월 달에서 가져온 토양 시료에서 발견됐다. 달에 운석이 부딪치면서 지름 1㎜ 이내의 작은 유리 물질들이 생겼는데, 이후 태양풍을 맞으면서 수분을 머금게 됐다고 추정했다. 이 연구결과는 3월 2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에 발표됐다.

이 연구결과가 특히 희망적인 이유는 이전까지 달에서 발견된 물(얼음)은 주로 극지방이나 땅속 깊이에 있었기 때문이다. 달 표면에 깔려 있는 유리 물질을 얻기가 훨씬 쉽고, 이 물질이 달 전체에 널리 퍼져 있으니 여러 지역에 댐을 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인류가 달 기지를 지을 날이 얼마나 다가왔을까. 어떤 이들은 이곳을 발판 삼아 심우주 탐사를 떠나고, 어떤 이들은 달 호텔에 머물며 우주여행을 할 것이다. 달에 오래 거주하는 달 시민도 등장할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잘 먹고 잘 자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달까지 갈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저녁에 뜬 둥근 달이 전과는 달라 보인다.

참고자료 | 논문 ‘A solar wind-derived water reservoir on the Moon hosted by impact glass beads’,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2023년 3월 27일 자.

https://doi.org/10.1038/s41561-023-011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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