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볼’ 경제학…인기 여행지도 수입 주류 시장도 바꿨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3-03-0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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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한정 판매되는 ‘발베니 12년 더블우드’ 위스키 구매를 위해 줄 선 시민들(연합뉴스)
▲지난달 25일 한정 판매되는 ‘발베니 12년 더블우드’ 위스키 구매를 위해 줄 선 시민들(연합뉴스)
요즘 주(酒)류 유행의 선두에는 하이볼이 있습니다. 하이볼은 위스키에 탄산수 등을 타고 얼음을 넣어 마시는 칵테일인데요. 위스키는 고가 주류로 본래 중년층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최근 MZ세대까지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부담 없이 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하이볼 수요가 크게 늘고 있죠.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늘어난 ‘혼술족’이 취하는 것보다 음미에 목적을 두고 주종을 선택하기 때문으로 분석합니다.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작은 사치의 일종으로 위스키와 하이볼을 향유하는 젊은 소비자가 늘어난 건데요. 실제로 대형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MZ세대의 위스키 구매 비중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마트24의 빅데이터/AI팀은 2021년~2022년 이마트24에서 위스키를 구매하는 고객의 60~70%가 20·30대라고 분석했죠. 유통업계는 새로운 주류 유행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유통업계 뿐만이 아닙니다.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됐지만 일본을 타고 건너온 탓에 한국에서는 일본식 하이볼이 유행하면서 원료를 구하기 위한 일본 여행이 급증하는 등 관광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하이볼 인기에 일본산 위스키 수요↑

하이볼 인기에 위스키 수입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산 위스키 판매량이 가파르게 증가했죠.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위스키 수입액은 414만8000달러(약 54억 원)로 2021년 315만7000달러(약 41억157만 원)보다 31.4%(약 12억 8750만 원) 증가한 수준인데요. 같은 기간 396톤이던 수입량도 533톤으로 34.6% 늘었습니다.

이는 한국의 하이볼 제조법이 일본의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이볼 제조는영국에서 시작돼 미국에서 대중화됐지만,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하이볼 제조법은 일본 주류 기업 산토리가 개발한 레시피입니다. 위스키와 탄산수를 1대4 비율로 섞는 이 레시피는 경기침체기 일본에서 위스키보다 저렴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으로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았죠. 일본의 하이볼 유행이 한국에도 알려지며 한국에서도 하이볼 제작에 일본 위스키를 흔하게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하이볼 인기를 주도하는 산토리 위스키인 가쿠빈, 히비키, 짐빔, 야마자키 등은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가가 10만 원대인 야마자키 12~25년산은 최근 인기가 크게 늘어 12년산이 3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죠. 물론 맥캘란·발베니 등 스코틀랜드산 전통 위스키를 찾는 소비자도 늘어,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코슈 니라사키’ 위스키를 살펴보는 시민(이마트24 제공/뉴시스)
▲‘코슈 니라사키’ 위스키를 살펴보는 시민(이마트24 제공/뉴시스)
위스키 찾아 일본행…‘리세일족’ 등장

하이볼의 인기가 급격히 늘자 일본산 위스키를 사와 되파는 ‘리세일족’도 등장했는데요.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면세 할인을 받아 위스키를 구매하는 게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한때 공항 면세점에서 위스키를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제주공항만 찍고 오는 ‘위스키 찍턴족’이 있었다면, 지난해 10월 일본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이후에는 희귀하고 가격대 높은 위스키 구매를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퀵턴족’이 늘고 있죠.

특히 올해는 일본행 노선 증편으로 항공료 부담이 줄어 차익을 노리는 이들도 가세했습니다. 1인당 2병, 400달러(약 52만 원) 이하에 대해서만 면세가 적용되지만, 희귀 위스키를 구한다면 가격이 몇 배씩 뛰기도 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입니다. 다만 개인이 허가 없이 주류를 판매하는 건 불법으로 일본 등지에서 사 온 위스키는 개인이 직접 소비해야 합니다. 불법 거래 적발 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 수 있죠.

‘리세일족’처럼 위스키를 목적으로 하는 건 아니라도, 일본 여행을 간 김에 면세 할인을 받아 위스키를 구매하는 여행객도 늘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일본 유명 잡화점 등에 방문했을 때 사야 하는 ‘일본 여행 필수품’으로 산토리 위스키를 꼽았습니다. 실제로 하이볼에 흔히 사용되는 가쿠빈은 한국에서 3만 원대에 거래되는데, 일본에서는 1만3000원 수준으로 반값 이상 저렴합니다. 가격을 떠나 한국에서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하이볼을 직접 제조해보고 싶다면 일본 여행을 간 김에 잡화점에 들리라는 게 네티즌들의 설명입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주류 시장 판도 바뀐다…맥주는 지고, 위스키는 뜨고

하이볼 열풍은 주류 시장 판도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수제 맥주가 이끌던 맥주 유행은 시들해져, 맥주 수입액은 2019년부터 4년째 내리막을 걷고 있는데요. 그 자리는 2007년 이후 15년 만에 최대 수입액을 기록한 위스키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CU에 따르면 지난달 1~23일 하이볼 매출 신장률은 전월 대비 31%가량 늘었는데, 이는 수제 맥주 신장률의 4배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유통 업체들은 RTD(레디투드링크) 하이볼 상품 판매와 수입 위스키 판매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수제 맥주 3사는 하이볼 신제품 출시를 준비 중입니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최근 ‘어메이징 안동 하이볼’, ‘어메이징 영주 하이볼’의 상표 출원을 진행했고, 세븐브로이는 ‘코리아 하이볼’, ‘K-하이볼’의 출시를 고려 중이죠. 카브루는 지난달 25일 ‘이지 하이볼’을 출시했습니다.

CU,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 등은 캔 형태의 RTD 하이볼을 출시했습니다. 위스키, 소다수, 레몬 등을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데다 술집에서 마시는 것보다 절반 가까이 저렴한 가격으로 혼술족들의 호응을 얻고 있죠.

대형 마트와 편의점 등은 희귀 위스키 확보와 함께 전문 매대를 마련하고 오픈런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 관련 행사 유치에 적극적입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8월과 10월 희귀 위스키를 선착순 판매하는 ‘위런(위스키+오픈런)’ 행사를 진행해 호응을 얻었고, ‘위런’ 정례화를 기획 중입니다. 홈플러스도 1일에서 5일까지 창립 기념 행사에서 인기 위스키를 전면에 내세워 ‘위스키 오픈런 행사’를 열었죠. 최근 세븐일레븐이 진행한 위스키 오픈런에서는 30여 분 만에 준비한 희소 위스키 5종이 완판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인기 위스키 매입을 위해 유통사들이 수개월 전부터 수입사와 사전 물량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알렸습니다. 생산 후 몇 년간 숙성을 거쳐야 하는 위스키 특성상 급증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희소 위스키 확보를 둘러싼 유통업계의 경쟁도 당분간 치열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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