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브랜드 ‘방’ 뺄라…패션업계, ‘자체브랜드’에 힘주는 까닭은?

입력 2023-02-12 17:00 수정 2023-02-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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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브라운·셀린느 직진출 이어 해외브랜드 후속 이탈 우려 커져
패션업체들 실적 기여 높은 고급 ‘자체브랜드’ 집중 육성

(조현호 기자 hyunho@)
(조현호 기자 hyunho@)

물 들어오는데 저을 ‘노’가 사라진다. 엔데믹에 패션업계가 활황을 맞이했지만, 국내 기업들이 판매를 도맡았던 일부 수입 패션 브랜드들이 연이어 직진출을 선언하면서 이탈을 가속하고 있다. 패션업체들은 자체 고급 브랜드(PB) 육성에 집중하는 한편 국내에서 통할만 한 새로운 브랜드를 들여오며 빈자리를 메꾸고 있다.

◇엔데믹에 패션업체 작년 실적 ‘환호성’…올해도 ‘핑크빛’ 전망

삼성패션연구소는 ‘2023년 패션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패션업계가 청사진(BLUEPRINTS)을 그렸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Dive In(몰두)’ 해야 하는 시기로 정의했다. 지난해부터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적 해제에 따른 소비 반등으로 패션업체는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지난해 패션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5.4% 성장한 41.7조 원으로 예상했는데, 코로나에 따른 기저효과로 유례없는 성장률(12.4%)을 보였던 2021년을 제외하면, 2011년 이후 최대 성장률이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실제 지난해 패션업계의 실적은 너나 할 것 없이 좋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조5539억 원, 영업이익 1153억 원으로 직전년보다 각각 7.1%, 25.3% 치솟았다. 영업이익이 창사 이래 1000억 원을 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출이 늘어나면서 패션 부문의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을 꼽는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지난해 매출액 2조10억 원으로 사상 첫 2조 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13.2%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80% 급증한 1800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전개하고 있는 대표적인 신명품 브랜드인 톰브라운을 비롯해 아미, 메종키츠네, 르메르 등이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 브랜드 비중은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톰브라운 사선 완장 메리노울 삼선 가디건. (사진제공=이베이코리아)
▲톰브라운 사선 완장 메리노울 삼선 가디건. (사진제공=이베이코리아)

◇“아~셀린느도 가고~톰브라운도 없고”

하지만 마냥 좋아하기는 이르다. 패션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패션 명품들이 국내 시장에 직진출을 선언하는 사례가 늘면서다. 지난달에는 2011년부터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국내 독점 계약을 맺고 브랜드를 전개해온 톰브라운이 톰브라운 코리아를 설립하고 7월부터 국내에 직접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삼성물산은 독점판매에서 매니지먼트로 역할이 바뀐다. 이 경우 관련 수수료만 챙길 수 있는데, 독점 판매 권한을 가질 때와 가져가는 몫의 차이는 크다.

프랑스 명품브랜드 셀린느도 브랜드 사업자가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올해부터는 셀린느 코리아로 바뀌었다. 셀린느는 2021년부터 온라인 판매를 해왔지만, 오프라인 판매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도맡아왔다. 셀린느는 루이비통과 디올, 펜디, 태그호이어 등이 속한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패션 그룹에 속한다. 앞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독점 전개하던 브랜드가 직진출에 나선 사례는 지방시와 몽클레르, 돌체앤가바나, 코치 등이 있다.

2021년 말에는 디젤과 디스퀘어드2와 질샌더, 메종마르지엘라, 마르니, 빅터앤롤프 등을 보유한 이탈리아 패션그룹 OTB도 직진출을 선언하며 법인을 설립했다. OTB는 우선 메종마르지엘라, 마르니, 디젤, 질샌더, 아미리 등 5개 브랜드의 직접 운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날은 OTB 브랜드 중 디젤과 디스퀘이드2, 질샌더, 메종마르지엘라, 마르니 등의 국내 판매를 독점하는 만큼 향후 역할 변화도 예상된다.

▲엔폴드. (사진제공=신세계인터내셔날)
▲엔폴드. (사진제공=신세계인터내셔날)

◇자체 브랜드에 힘주고…‘될 성 부른’ 해외 新 명품 들여오고

패션업계는 우선 빈자리를 자체 고급 브랜드로 메꾸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프리미엄 여성복 PB 델라라나(Della Lana)의 리뉴얼을 단행해 본격 사업에 나서고, 일라일(ILAIL)은 고급 니트웨어를 전략 제품으로 삼고 향후 매출 1000억 원대 브랜드로 육성하기로 했다. 스튜디오 톰보이와 보브, 지컷 등 5대 여성복 브랜드 매출 규모는 지난해 3000억 원에서 5년 내 5000억 원대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일본 브랜드 엔폴드를 들여와 단독 매장을 신세계 강남점에서 최초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달 자체 여성복 브랜드 ‘디 애퍼처(The Aperture)’를 선보였다. 이 브랜드의 가격대는 재킷이 35만~58만 원대, 팬츠 20만~40만 원대, 스커드 35만 원 안팎으로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지향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해외 브랜드는 PB보다 실적이 기여하는 측면이 미미하다”면서 “국내 시장의 성장으로 해외 브랜드가 계속해서 직진출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래를 위해서는 잘 키운 PB가 더 낫다”고 말했다.

해외 신규 브랜드를 선보이는 업체도 있다. 타임과 마인, 시스템 등 탄탄한 PB와 함께 발리, DKNY, 랑방 등 해외브랜드 사업을 전개하는 한섬은 지난해 말 스웨덴 여성의류 브랜드 ‘토템’과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맺고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에 매장을 연 데 이어 미국 럭셔리 브랜드 ‘피어오브갓(Fear of God)’의 아시아 첫 단독 매장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7층에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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