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통령 질책 듣고서야 늘어난 반도체 세제지원

입력 2023-01-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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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산업부장

기획재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질책성 지시에 나흘 만에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8%에서 15%(대기업 기준)로 올리기로 했다. 반도체 육성을 부르짖던 기재부가 세제지원 확대를 할 수 있는데 안 했던 것인지, 할 수 없는데 억지로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찌됐든 반도체 업계에선 한숨을 돌리게 돼 반색하는 모습이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선 이번 조치가 한시적·조건부인 데다 애초 여당 안에 못 미치는 것이어서 과연 정부가 반도체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지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만들어진 원포인트 법안에 찬성하기엔 어렵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어 실제 법안 통과는 미지수다.

전 세계는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패권을 둘러싸고 격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미국, 대만, 일본은 이미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고 투자하는 기업에 25% 세액 공제나 수천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반도체 강국’ 탈환을 위해 인프라 건설이나 전문 인력 지원에 수조 원의 돈을 베팅하고 있다. 그만큼 반도체를 글로벌 공급망의 무기이자 국가 경제 존폐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산업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자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 재배치와 미·중 패권전쟁, 미국발 금리인상과 경기침체에 따른 세계 경기 침체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파를 겪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 비중은 전체 수출액의 18.9%를 차지하며 사상 최대 수출 달성에 1등 공신이었다. 하지만 반도체 수출액 증가율은 전년보다 1.0% 상승하는 데 그쳐 2021년 29.0% 성장률과 비교하면 반도체 한파가 얼마나 매서운지 짐작할 수 있다.

반도체 한파는 올해가 더 혹독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올해 1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증권사들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6700억 원 적자 이후 14년 만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분기 7663억 원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증권사들은 보고 있다. 올해 연간기준으로도 11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돼 반도체 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반도체 업계에선 지금 반도체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와 지원을 하지 않으면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패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일본이 반도체 산업 몰락으로 잃어버린 경제 30년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한국도 비슷한 길을 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1980년대 일본 반도체 산업은 정부 주도로 ‘초LSI기술연구조합’이라는 민관 연합체를 구성해 육성하면서 미국을 제치고 반도체 패권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과도한 기술 자신감과 시장 변화 거부, 정부의 과도한 간섭으로 주춤하면서 시장 패권을 한국과 대만에 넘겨주게 됐다. 결국 일본의 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은 1988년 50.3%(미국 36.8%)를 정점으로 쇠퇴하기 시작해 2019년 10%까지 추락했다.

통상적으로 업계에선 반도체 패권이 미국과 일본이 그랬듯이 대략 30년의 사이클로 돌아간다고 보고 있다. 이 사이클대로라면 한국은 이미 정점을 넘어 쇠퇴의 길을 가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이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초격차 기술로 뛰어넘겠다며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정치권은 반도체 패권 전쟁에 우리 기업을 돕기는커녕 ‘재벌 특혜’라는 명목하에 발목만 잡는 데 혈안인 것 같다.

정부와 정치권은 말로만 반도체 육성을 부르짖을 뿐 실제 세제 지원이나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 통과에는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다.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국과 중국, 유럽, 일본, 대만 등이 정부 차원에서 세제지원과 각종 지원책을 펼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 경제의 존폐가 달린 반도체 산업 육성만큼은 거대 야당이 지난 정부에서 약속했던 것만큼 통 큰 결정이 필요하다. 정부도 더 과감한 세제지원과 규제개혁을 해야 한다. 지금은 전 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실은 이후 어떻게 국민에게 되돌릴지 얘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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