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 대세론]② “주주친화”vs“지배주주 지분율 꼼수” 시장서도 ‘갑론을박’

입력 2022-12-06 07:06 수정 2022-12-0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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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들의 인적분할을 두고 시장에서는 각기 다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주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기업가치 재평가를 도모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관점과 대주주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한 꼼수이자 지주사 할인이 불가피하다는 부정적인 관점이 상충한다.

기업분할은 해당 기업의 주력사업 외에 주가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 사업 부문 성장 가능성을 키우면서 기업가치를 재평가할 기회를 준다.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그간 한 회사에 섞여 있던 사업들이 분리되면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인적분할 방식은 회사 주식을 전부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과 비교해 기존 주주들이 신설회사 주식을 일정 비율대로 나눠 가지게 되므로 주주 가치가 훼손될 여지가 크지 않다. 물적분할보다 주주친화적인 셈이다.

일례로 이달 초 안다자산운용은 KT&G에 한국인삼공사(KGC)의 인적분할 상장을 제안하는 공개 주주 서한을 보냈다. 인삼 사업을 따로 분할 상장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교수는 “물적분할은 주주 비율과 관련 없이 이뤄져 소수 주주 중심으로 가치 하락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주 이해관계 문제가 존재한다”며 “인적분할은 사업의 필요성에 따라 법인을 나누는데, 기존 주주 관계를 그대로 가져가기 때문에 상충하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자사주 마법’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배주주의 배만 불리는 꼼수라는 것이다. 자사주 마법은 인적분할 과정에서 기존 회사 자사주에도 신설회사 신주를 배정함으로써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지배주주의 추가적인 출연 없이도 지분율을 높일 수 있어 외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인적 분할 자체는 문제가 없으나 지배주주 지분율을 올리고 일반 주주 지배권을 약화하는 자사주 마법으로 (인적분할은) 예전부터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며 “과거에도 수많은 지주회사가 이것을 악용해 배를 불렸다”고 지적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대표는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할 수 없도록 하는 상법상 규정을 도입하려고 했으나 무산됐다”며 “수년 전 인적분할이 유행했다가 비판받은 뒤 다시 물적분할이 주류가 됐는데, 다시 인적분할로 넘어가려는 추세”라고 짚었다.

기업 쪼개기에 따른 지주사 할인도 문제다. 인적분할의 경우 대부분 지주사-사업회사로 체제 전환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업회사가 상장하는 경우 지주사 가치 절하가 불가피하다.

최근 NH투자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 지주사 8곳의 주가는 평균 57% 할인됐다.

중소형 지주사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5월 분할 재상장한 F&F홀딩스는 상장 첫날부터 2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고, 전날까지 주가가 56.27% 빠지며 반 토막 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도 인적분할을 무조건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한화솔루션과 대한제강, OCI은 인적분할 결정 뒤 각각 5.03%, 3%, 2.86% 하락했다. 이들 기업은 인적분할 뒤 지주사 체제 전환을 발표했다.

다만 인적분할 자체가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적분할은 펀더멘털 자체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닌데 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는 것”이라며 “다만, 분할 이후에 쪼개진 회사들에 대해 투자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주사로 전환하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니다”라며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사주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주주들 이해관계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는 세부적으로 접근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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