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서 사라진 ‘햇반’...제조사 vs 이커머스 가격주도권 갈등 ‘재점화’

입력 2022-12-01 15:00 수정 2022-12-0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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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이커머스와 대기업 제조사…가격 결정권 놓고 ‘샅바싸움’

(사진제공=쿠팡)
(사진제공=쿠팡)

가격책정을 둘러싼 쿠팡과 주요 소비재 업체 간 갈등이 다시 불붙고 있다. 햇반, 비비고 등을 보유한 CJ제일제당의 발주를 쿠팡이 끊으면서다. 이커머스 절대강자로 탄탄한 유통망을 가진 쿠팡과 신라면, 비비고 등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제조사가 각각 가격 결정권을 가져가려는 ‘샅바싸움’으로 풀이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은 비비고 만두, 햇반 등 CJ제일제당의 주요 제품 발주를 중단했다. 쿠팡은 납품기업으로부터 직매입을 통해 로켓배송 등 자사 주요 서비스를 고객에 제공한다. 이번 발주 중단에 앞으로 쿠팡 내 비비고, 햇반 제품들은 로켓배송 목록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핵심은 '가격 결정권'이다. 쿠팡의 주요 경쟁력은 로켓배송에서 나온다. 로켓배송을 하려면 거래처로부터 물건을 떼오는 직매입이 필수다. 가격을 최대한 ‘싸게’ 책정해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쿠팡에 유리하다. 제조사 입장은 다르다. 수십 년간 키워온 브랜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가급적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발주 중단 배경에 대해 서로가 ‘갑질’을 일삼았다며 입장이 엇갈린다. 앞서 CJ제일제당은 햇반과 비비고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해왔다. 제품 가격 인상분 반영을 요구하며 당초 계약한 공급 물량보다 훨씬 적은 물량을 발주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반면 CJ제일제당은 쿠팡 측이 과도한 마진율을 요구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발주 물량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햇반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얘기로 보인다”며 “올해 햇반은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전 유통채널에서 재고 확보를 위해 발주량을 늘리고 있고, 발주량만큼 생산량이 미치지 못해 쿠팡뿐 아니라 대부분 채널에 공급이 다소 부족한 상황이다. 쿠팡의 경우 오히려 타 채널에 비해 발주량 대비 공급량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쿠팡 측은 “연초부터 CJ제일제당은 수차례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한편, 발주 약속 물량을 터무니없이 공급하지 않는 등 ‘갑질‘을 해왔다”면서 “쿠팡은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 제시를 위해 대기업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재벌과 대기업이 장악했던 유통시장에 많은 중소기업이 성장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과 제조사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농심, LG생활건강과도 비슷한 마찰이 있었다. 농심 ‘백산수’의 경우 로켓배송 서비스는 막혔고, 여전히 쿠팡 내에서 일반배송으로 판매된다. 직매입이 안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신라면, 너구리 등 주요 제품 역시 로켓배송이 가능해도 단품 구매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소비재 업계는 쿠팡이 ‘절대 갑(甲)’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거래를 틀려면 몇 가지 까다로운 조건이 필수적이었다. 입점비용이 SSG닷컴 등 타 이커머스 업체보다 월등히 높았고, 1+1 등 온갖 할인·프로모션 행사 참여도 필수적이었다”며 “온라인 시장 성장으로 쿠팡과 거래를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피력했다.

유통사로부터 ‘독립‘하려는 제조사들의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온라인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자사몰을 키우려는 D2C(직접판매) 전략의 일환이다. 실제 CJ제일제당은 지난 2019년 CJ더마켓을 열어 구독서비스 론칭 등 자사몰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자사몰 후발주자’에 속하는 농심도 지난 8월 ‘농심몰’을 선보이고 주요 제품을 판매 중이다.

업계는 당분간 양측 갈등 봉합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본다. 농심과 CJ제일제당 등 톱티어 소비재 기업들은 신라면, 비비고 등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어 협상력에서 크게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세한 업체들이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쿠팡의 요구를 다 들어줘야겠지만, 농심과 CJ제일제당 정도면 쿠팡이 발주를 하진 않아도 타격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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