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선수’들이 위태롭다

입력 2022-11-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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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사회경제부장
▲김동선 사회경제부장
“동시에 여러 접시를 돌려야 그게 묘기지.”

이것 저것 일을 너무 준다는 후배의 볼멘소리에 지금은 은퇴해 쉬고 있는 한 선배는 이렇게 일침했다. 일이라는 게 늘상 동시다발로 터지는데 그걸 잘 ‘요리’해야 이른바 일 잘하는 ‘선수’라면서. 어쭙잖게 불평을 늘어놓는 후배를 타박하는 대신 접시 돌리기 서커스에 빗대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넨 것이다. ‘프로’는 못되더라도 선수 생활은 계속 해야겠기에 선배의 말을 감사히 따랐던 기억이 있다.

한창 접시를 여러 개 동시에 돌려야 할 ‘선수’들이 위태롭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열심히 취재 현장을 누벼야 할 기자들 얘기다. 더러 네티즌들로부터 ‘기레기’라는 수모를 받은지 오래인 상황에서 최근 대통령실과 MBC의 갈등이 첨예화하면서 기자들의 취재현장은 더욱 고난스러워지고 있다.

알다시피 사달은 윤석열 대통령의 9월말 방미에서부터 시작됐다. ‘바이든은’과 ‘날리면은’을 두고 전국민 듣기평가로 비화한 사태 이후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때 이를 최초 보도한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했다. 윤 대통령은 순방 이후 “국가 안보의 핵심 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악의적 행태를 보였다”며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MBC 기자가 ‘무엇이 악의적이냐’며 발끈하면서 대통령실 관계자와 설전으로 이어졌고 대통령실은 이후 ‘악의적 사례’ 10가지를 조목조목 열거한 후 도어스테핑마저 중단했다. 대통령실의 대처와 반응으로만 본다면 MBC는 졸지에 헌법을 유린하고 국가안보를 위해하는 존재가 된 셈이다.

순방 때는 ‘전속 취재’라는 방법이 동원돼 ‘풀 취재’라는 미디어 관행이 형해화되기도 했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오로지 어떤 한 기구나 조직에 소속되거나 관계를 맺고, 그래서 그 권리나 의무가 오직 특정한 사람이나 기관에 딸린’ 대통령실 소속 직원이 취재(?) 내용을 출입기자단에 전달한 것이다. 정치 도구화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기자실 문이 닫히기도 했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변호인 측이 기자회견을 하기로 검찰 기자단과 협의가 됐지만 대검에서 기자실 이용을 불허하면서다. 대검은 “사건 관계인이 고검이 관리하는 청사 내 기자실에서 브리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선을 그었다.

이와는 정반대로 ‘선수들’이 ‘경기장’ 밖에서 뛰는 경우도 언론 환경을 위태롭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유튜브 매체 ‘더탐사’는 지난 일요일 낮에 ‘취재’라는 목적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거주지를 찾아가 집 현관 도어락을 열려고 시도하고 택배를 살펴보기도 했다. 이들은 “일요일에 경찰 수사관들이 기습적으로 압수수색한 기자들의 마음이 어떤 건지를 한 장관도 공감해보라는 차원에서 취재해볼까 한다”며 상황을 생중계 했다.

더탐사가 취재라고 주장하는 행위는 지나친 측면이 없지 않다. 한 장관은 즉각 ‘보복범죄’라며 고발했다. 실제 법적으로도 위법에 가깝다. 대법원 판례는 거주자 허락 없이 아파트 현관·복도 등 공동공간에 무단 진입하는 것도 주거침입 범죄로 보고 있어서다. 이들의 행위는 알권리를 명분으로 ‘알고 싶지 않은’ 정보까지 캐내려 한 경우인데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가 근무하는 병원까지 찾아가 촬영해 논란을 빚었던 보수 유튜버와 묘하게 오버랩돼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돌이켜 보면, 언론 자유로 대변되는 표현 자유의 역사는 도도히 흘러왔다. 언론 자유는 흔히 반대할 자유로 대치된다. 물론 자유에는 책임도 따른다. 반대할 자유는 충분히 보장돼야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자유를 해쳐서는 안된다. 최소한의 선은 지켜져야 한다는 얘기다. 취재현장마저 극단으로 치닫는 지금 언론 자유의 시금석을 놓았던 볼테르의 말은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한다. 하지만 당신이 그것을 말할 권리는 목숨을 걸고 지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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