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예견된 인재→사과→대책’ 반복 언제까지

입력 2022-10-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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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였다.

SPC그룹 계열사 중 샤니에서 일하던 40대 근로자가 23일 컨베이어벨트로 올라가는 빵 제품 중 불량품이 발생, 이를 빼내려다가 기계에 손가락이 끼는 바람에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앞서 SPL과는 다르게 현장에 해당 근로자 외 2명이 더 있어서 사고 발생 직후 다른 근로자가 일시 정지 버튼을 눌러 즉시 기계를 멈췄다고 한다.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8일 만이며, 이로 인해 허영인 SPC 회장이 사과 기자회견을 연 지 이틀 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21일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안전경영을 대폭 강화하도록 하겠다”며 약속한 허 회장의 사과도 무색하게 됐다.

SPC그룹은 SPL 사고를 계기로 전사적인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그룹 전 사업장에 대한 안전진단과 안전경영위원회 설치, 안전관리 인력과 역량 강화, 근무환경 개선 등이 골자다. 이를 위해 향후 3년간 1000억 원을 투자한다고도 했다. 통상 제조 공장을 가진 산업군에서 인명 사고 발생 후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비난을 피하고자 오너, 최고 경영진이 나서서 사과하고 대책을 내놓던 모습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SPL의 사고가 인재였다는 정황은 동료들의 증언을 통해 다수 드러나고 있다. 원래 2인 1조로 운영해야 했으나 피해자와 같은 조원은 다른 업무를 했고, 사고가 발생한 기계는 덮개를 열면 자동으로 기계가 멈추는 장치인 자동방호장치 ‘인터록’도 없었다. 또 무급으로 30분 일찍 출근해서 받도록 한 안전교육을 없애버리고, 근로자들이 받지도 않은 안전교육을 받았다는 서명을 한 달 치씩 몰아서 서명했다는 증언도 있다.

SPL의 교육훈련비 지출 추이를 보면 이러한 증언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음이 이해된다. SPL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회사가 지난해 교육훈련비로 지출한 돈이 418만 원가량이다. 8년 전 410만 원에서 별반 늘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직원 수다. 2013년 임직원은 56명으로, 1인당 교육훈련비를 계산하면 7만3000원꼴이다. 작년 임직원 수는 1114명에 달해 1인당 교육훈련비가 3800원에 그친다. SPL은 최근 10년간 교육훈련비 지출이 일절 없었던 적도 있었으며 적을 때는 67만 원에 불과했다.

샤니라고 상황이 다를까. 오히려 SPL보다 더 열악했다. 샤니는 2013~2014년, 2016~2017년 4년간 교육훈련비 지출이 전무했다. 10년 전 임직원이 969명이었을 때도 교육훈련비로 쓴 돈은 80만 원이 전부였다. 작년에는 192만 원가량을 지출했다. 임직원은 1386명이었다.

올해도 안전사고로 근로자가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상반기에만 1142명이 숨졌고, 이중 사고사는 446명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 1만 명당 산재 사망자 비율은 최고 수준이라 한다. 효율성만 따지는 시장 논리에 안전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난 탓이다. ‘사후약방문’이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나. 철저한 수사는 물론이거니와 전반적인 산업 안전 점검, 안전 교육 등 정부와 산업계의 적극적인 사고 예방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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