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사 ‘노키아’ 주생 ‘오포’…죽은 노키아가 산 오포를 도망치게 하다

입력 2022-10-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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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오장원에서 죽은 공명이 살아있는 중달을 도망치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마중달이 두려워할 만큼 제갈공명의 전술이 뛰어났기 때문이고, 여기에 더해 공명의 목상이 진짜처럼 보였거나 공명을 이은 후계자 강유의 매복 작전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기업 사이의 기술 경쟁에서도 마찬가지다. 우선 기술이 뛰어나야 제품생산에서든 기술거래에서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생산시설 등 유형자산과 특허를 비롯한 무형자산을 갖추고 적절히 활용해야 생존과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천하의 공명도 자신의 수명을 연장하지 못했듯이, 아무리 준비해도 갑자기 변하는 외부환경에 튼튼한 기업도 흔들릴 수 있고 심지어 무너지기도 한다. 공명이 죽어도 촉나라 군대는 질서 있게 후퇴해야 했듯이, 기업이 특정 사업을 정리하거나 심지어 해산하더라도 잔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정리하는 청산작업은 필요하다. 공명과 혼동할 만큼 정교한 목상 또는 강유의 훌륭한 전술이 있어서 위나라 군대를 물리칠 수 있었듯이, 청산기업에도 잘 활용할 수 있는 재산이 있어야 한다.

남아 있는 촉나라 군사보다 공명의 목상 또는 지략이 더 효율적이었던 것처럼, 청산기업도 건물이나 기계 등 유형자산보다 특허 등 무형자산이 더 가치를 발하는 경우가 많다. 휴대전화의 최강자였다가 스마트폰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화기 사업을 접고 통신장비 회사로 남은 노키아의 경우도 그렇다. 노키아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던 중국 스마트폰 회사인 오포(OPPO)와 그 자회사인 원플러스(OnePlus)가 특허료 지급을 거부하자 노키아는 특허소송을 제기했고 8월 초 독일 만하임 법원은 이 두 회사의 스마트폰에 대해 판매 금지 처분을 내렸다.

소송에서 패하더라도 협상을 통해 적절한 배상금을 지급하고 사업을 이어가던 종전 관행과 달리 오포와 원플러스는 독일 시장에서 노키아의 5G 특허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 판매를 중지했다. 지난 2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 샤오미의 뒤를 이어 4위에 올랐던 오포가 독일시장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야말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죽은 노키아가 산 오포를 혼비백산 도망가도록 한 사건이었다. 특허의 힘이다.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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