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기업들 숨넘어간다

입력 2022-10-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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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도 겪어봤지만 이런 분위기는 처음입니다.” 얼마 전 저녁 자리에서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던 모 재계 인사로부터 들은 말이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어봤다는 이 인사와 2시간 남짓 대화를 나눴는데, 8할이 ‘위기’에 대한 얘기였다.

그의 말을 조금 더 전하자면 작금의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복합위기는 언론지상에 도배되기 이전부터 현장에서 느꼈다고 한다. 생산, 납품, 재고 등을 정리한 각종 수치가 심상치 않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비용 절감에 대한 재무팀의 압박이 더 커졌다고 했다. 그는 “지금 가장 큰 부담은 원자재가, 물류비 상승 등으로 인해 비용 지출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고 있는 것”이라며 “어떤 기업이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얘기를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는 취재 현장에서 마주한 여러 사람이 비슷한 말들을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처한 현실은 곧 있을 3분기 경영실적 발표에 고스란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이달 초 발표한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은 10조8000억 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7% 감소했다. 줄어든 금액은 무려 5조 원이 넘는다.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는 2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22%나 감소했다. 금액으로는 지난해 3분기보다 약 2조 원가량 빠졌다. LG전자도 지난해 3분기 미국 제너럴 모터스(GM) 전기차 관련 충당금이 반영된 데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0%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매출은 작년 3분기와 비슷하거나 소폭 늘어났는데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쳤다는 것이다. 영업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 판매비, 일반관리비를 빼고 남은 금액이다. 상품 판매와 기업 유지관리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제하고 순수하게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수익성을 따지는 척도다. 결과적으로 이들 기업의 체질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는 의미다.

이쯤 되면 반도체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삼성전자의 3분기 수익성이 나빠진 주요 원인이 바로 메모리 반도체의 부진이다. 삼성전자 DS(반도체) 사업부의 2분기 영업이익은 10조 원쯤 됐었는데 3분기엔 약 6조 원으로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반도체가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SK하이닉스 3분기 경영실적 전망치만 봐도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다.

반도체는 매우 중요한 국가 전략산업이다. 반도체는 총성 없는 무역 전쟁에서 핵무기와 같은 위력을 지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패권 다툼에 반도체를 이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1993년부터 30년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왕좌를 차지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좋은 무기, 월등한 무기를 갖고도 허둥대고 있다. 규제 혁파, 제도 개선 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각국은 자국 산업(기업) 보호에 혈안이 돼 있는데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을 제ㆍ개정해야 할 국회는 정쟁으로 덮여있다.

경제가 무너지면 나라가 망한다. 나라가 없어지는데 좌우 이념이 무슨 가치가 있으며, 정당의 이익 추구가 무슨 소용인지 묻고 싶다. 국회, 정부는 정신 차리고 기업부터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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